며칠 전, 저는 누군가로부터 악성 댓글을 받았고
그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글을 한 편 올렸습니다.
4월 18일에 올린 <... 예의 없는 댓글을 받고 나서>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그 글에서 그 ‘악성 댓글’을 그대로 공개했습니다.
그 글을 읽고 놀라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악성 댓글의 내용을 보고도 놀라셨겠지만
그것을 공개하는 저의 태도에도 놀라셨을 것입니다.
저에게 실망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페크 님,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요?”
라고 저에게 말하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실 그렇게 말씀하실 분이 한두 분쯤 계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분은 한 분도 계시지 않았고,
댓글(비밀 댓글을 포함함)을 쓰신 분들 모두가 한결같이 저를 응원해 주셔서
안심이 되었고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댓글은 쓰지 않았지만 공감을 눌러 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악성 댓글을 쓴 그가 제 글을 읽고 더 이상 악성 댓글을 쓰지 않길 바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제가 가만히 있으면 그가 언제 또 악성 댓글을 쓸지 알 수 없었고,
그런 공포를 느끼며 블로거 활동을 할 수는 없었기에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지금 새벽이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어저께) 퇴근해서 집에 오는 길에 문득,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악성 댓글을 내 글에서 삭제하자.’라고.
그가 제 글을 봤다고 가정하면,
그가 겪을 정신적 고통도 헤아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 똑같이 진흙탕에서 뒹군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이렇게 저를 진흙탕으로 끌어내린 그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조금 전, 4월 18일에 올린 <... 예의 없는 댓글을 받고 나서>라는 글에서
그의 악성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그 이외의 글은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그 글을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봤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글을 앞으로 처음 보는 사람은 그 악성 댓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를 것입니다. 그의 닉네임까지 삭제했으니까요.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닉네임이 들어간 ‘인터넷 기록’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의 문제의 악성 댓글은 본인이 삭제해도 되니까 문제될 게 없겠고요.)
4월 18일엔 악성 댓글을 공개하는 것이 최선이었듯이,
오늘은 그 악성 댓글을 삭제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아 그렇게 했습니다.
4월 18일에 그 글을 올리고 나서 제 마음이 많이 편해졌듯이,
오늘은 그 악성 댓글을 삭제하고 나서 제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6년 넘게 해 온 블로거 생활 중에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제 글로 인해 ‘페크’의 이미지가 손상되었을 테니까요.
어쨌든 악성 댓글의 사건은 이것으로 종료합니다.
오늘부터 이 사건은 몇 년 전쯤의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제게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분들이 계셔서 외롭지 않았고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제 마음이 한가해지면 그분들의 서재에 방문하여
감사의 말씀을 직접 전하겠습니다.
매우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페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