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읽은 글이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위해 소개한다.

 

 

 

 

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다가 글을 몇 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아주 풍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눈과 귀는 매일 매일 알아 깨우친 갖가지 형태의 비정형의 잡동사니 속에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어서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사진작가가 하나의 사진이 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여 사각의 틀 속에 분리시켜 넣게 되듯이 말입니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125쪽.

 

 

 

 

외면일기를 쓰면 글을 잘 쓴다고? 대단한 걸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드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아낸 것 같아서. 이걸 이제야 알다니 내가 한심하군.

 

 

내 생각에 내면일기를 쓰면 에세이를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고, 외면일기를 쓰면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로 소설을 보면 외면일기의 글이 많다. 

 

 

그런데 난 일기를 쓰면 외면일기가 아닌 내면일기를 쓰게 된다. 앞으로 저자처럼 외면일기도 쓰기로 한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다. 나는 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사랑한다. 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재미를 안다. 나처럼 이런 재미를 아는 자는 이런 재미가 빠져 있는 삶을 산다면 삶이 싱거워지리라.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의 여정과 그때그때 있었던 일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사건들, 날씨, 철따라 변하는 우리 집 정원의 모습,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 운명의 모진 타격, 흐뭇한 충격 따위를 노트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었다. '일기'라고 부를 수도 있을 이것은 '내면의 일기'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에 '외면일기'라는 이름을 만들어 붙여보기로 한다.

 

- 미셸 투르니에 저, <외면일기>, 뒤표지에서.

 

 

 

 

이 글이 뒤표지에 있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글인 모양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외면일기를 썼다는 것, 기억해 두기로 한다.

 

 

(방문자 여러분은 어쩌면 앞으로 나의 외면일기를 읽게 될 것이다. 건방을 떨어 봄.)

 

 

 

 

 

 

 

 

 

 

 

 

 

 

 

 

 

 

 

 

 

 

 

 

 

 

덧붙임 1).................................

‘외면 일기’라고 띄어 써야 맞지만 역자의 표기에 따라 ‘외면일기’라고 붙여 썼다. ‘내면일기’도 마찬가지.

 

 

 

덧붙임 2).................................

6일 전에 이사해서 바빴다. 집 정리를 다 하지 못해서 앞으로도 바쁠 것 같다.

글을 늦게 올린 점, 이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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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7-0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에 읽은 책인데 역시나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이럴때마다 도대체 책은 읽어 뭐하나 싶습니다... ㅠ..ㅠ

이사하셨군요. 큰일 치루셨네요!

페크pek0501 2014-07-05 08:44   좋아요 0 | URL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책을 읽었어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저도 남이 인용한 글을 보고 '어, 이런 글이 있었나?' 하고 책을 펼쳐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도대체 책은 읽어 뭐하나? 그저 즐거움을 얻을 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사실이 중요하죠.

예, 이사했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세실 2014-07-0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면일기.......글쓰기의 중요한 방법이군요^^ 하긴 글쓰기의 기본은 사진이나 장면을 본뒤 자세하게 쓰는거라고 하더군요.
고3 중요한 시기에 이사도 하시는구나... 전 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걸까요?

페크pek0501 2014-07-05 09:47   좋아요 0 | URL
자세하게 쓰면 거의 성공적인 글이 되는 것 같아요.
세실 님이 정상이에요. 저는 고3엄마같지 않답니다.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4-07-02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묘사를 하려고 들 때 가장 곤란한 것은 사물의 명칭입니다.우리가 흔히 보는 도구나 그 도구의 부품에 대해서도 그 구체적인 명칭을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저도 글 쓰다가 꽉 막힐 때가 많아요.그런 명칭을 일일이 다 확인하려면 역시 분류사전이 있는 게 좋겠죠.저는 기계나 도구 해부도 같은 책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페크pek0501 2014-07-05 09:51   좋아요 0 | URL
저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글쓰기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답니다.
낱말의 뜻을 정확히 알기 위해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게 참 편리해요. 그런데 인터넷 확인이 되지 않는 것도 있어서(제가 사물의 이름을 잘 모를 경우) 곤란할 때가 저도 있어요. 누구나 경험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정확히 아는 것에 대해서만 글을 쓰니 아무래도 제약이 따른다고 봐야죠. ^^

루쉰P 2014-07-0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어요 ㅋ 주위를 관찰하고 쓸려고 하면 저걸 뭐라고 부르나 하고 저도 인터넷을 뒤져요 ㅎ
근데 문제는 제가 본 것과 인터넷이 같은 단어를 가르켜주면 좋은데 그러지를 못할 때 ㅋ 노자님처럼 숨이 막히죠 ㅎ
외면을 보고 그걸 쓴다는 거 그건 참 힘들어요
으휴

페크pek0501 2014-07-05 09:52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내면일기를 쓰는 것보다 외면일기를 쓰는 게 더 어려울 것 같군요.
한번 써 봐야겠어요. 얼마나 어려울지...

루쉰 님, 이제 긴 휴식은 끝나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