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의 피로를 덜어 주는 방법 : 내 서재에 들어올 때마다 모니터 화면의 글자를 크게 확대한다. 눈의 피로를 덜기 위해서다. 서재에 들어와, 화면 위의 오른쪽에 위치한 ‘페이지(P)’를 클릭하고 '확대/축소(Z)(125%)'로 설정하면 글자가 커져서 눈이 덜 피로하다.
“컴퓨터 사용 시, 안구건조증이 있는 분들은 이렇게 하시길 권합니다.”
2. 여름 : 날씨가 덥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기온이 30도가 넘지 않는 여름날을 좋아하고, 30도가 넘는 여름날을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저께는 저녁을 먹고 나서 운동 삼아 밤길을 걸었는데 날씨가 참 좋았다. 덥지도 않고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마치 낭만에 젖게 하는 달콤함이 흐르는 듯 느껴졌다. 이런 밤이 있다는 게 바로 여름의 매력인 거지, 하고 생각했다. 거리의 파라솔 아래 앉아 캔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은 여름밤이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 태양이 쉬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없다면 무더위와 함께하는 지루한 여름을 어떻게 보낼까.
3. 닉네임 : 어제 뭐 찾을 게 있어서 네이버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내 글이 다른 사람의 카페에 옮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이포 용지 두 장이 약간 넘는 분량의 글로 내 서재에 이미 올린 글이다. 그런데 글 작성자의 이름을 보니 내 닉네임이 아닌 다른 닉네임으로 되어 있었다. 그럼 그 글이 내가 쓴 글이 아니고 그 사람이 썼단 말인가.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퍼온 글인 줄 알겠다. 기막히다. (마음 착한 내가 참는다.)
또 그런 일이 생길지 몰라서 이렇게 써 놓는다.
“혹시 제 서재에서 글을 퍼 가실 때엔 글 작성자의 닉네임을 ‘pek0501’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글을 올린 날보다 내가 글을 올린 날이 몇 달 빠르니 두 글을 본 사람은 내가 쓴 글로 알 것이다.)
4. 집중력 : 무슨 일이든 성공의 열쇠는 집중력인 것 같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늘 글쓰기와 관련한 생각을 할 만큼의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신문을 볼 때도 텔레비전을 볼 때도 책을 볼 때도 글쓰기에 관련시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글쓰기를 좋아하면 저절로 집중력이 생기고 그 집중력이 모든 것에서 글감을 얻어내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성공을 떠나 그 자체로 행복한 사람일 것 같다.
무더운 여름날 남들이 산이나 바다로 놀러 다닐 때,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집중력! 그 집중력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5. 책 리뷰 : 책을 읽고 쓴 리뷰 형식의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는 일이 많다. 혹자는 뭐하러 이런 책을 사서 보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친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리뷰의 책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하루에 수백 권이 출간되는 책들을 우리가 다 읽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글을 쓰지 않더라도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리뷰의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이런 책을 좋아하는데, 내가 읽지 않은 책을 다양하게 소개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선 나의 느낌과 타자의 느낌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요네하라 마리 : 요즘 주목하고 있는 작가는 ‘요네하라 마리’이다. 참고로, 요네하라 마리 작가는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이름을 지명해 의뢰를 할 정도로 러시아어 동시통역의 일인자였다.”(662쪽)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글도 잘 쓴다.
요네하라 마리의 <언어 감각 기르기>라는 책을 읽고 이 책에 관한 글을 써서 5월 30일에 이곳에 올린 바 있다. 바로 <단상(61) ‘언어 감각 기르기’를 읽고>라는 글이다. (요네하라 마리 작가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보시길...)
7. 대단한 책 : 요네하라 마리의 다른 책 <대단한 책>을 읽고 있다.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독서일기’와 ‘서평’,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 구성되어 있다. 총 390권을 다루고 있는, 680쪽의 두꺼운 책이다.
먹는 속도, 걷는 속도, 책을 읽는 속도는 꽤 빠른 편이다. 먹기와 걷기의 경우, 자주 빈축을 사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걷거나 먹을 때에는 상대방과 속도를 맞추어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었다. 그런 반면 독서의 경우에는 아무리 빨리 읽어도 옆에서 아무도 참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 입시 때의 암기 지옥에서 해방되었을 때부터 책을 읽는 속도는 재미가 붙을 정도로 빨라져, 그 후 20년 동안 하루 평균 일곱 권을 읽고 있다.
- 요네하라 마리 저, <대단한 책>,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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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 작가가 하루에 일곱 권씩 읽었다는 것에 대해, 이게 가능한지 처음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대단한 책>을 읽으면서 그게 가능한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람의 능력에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글을 참 잘 쓰는군, 하고 감탄하며 그것을 저절로 인정하게 되었다. 천양지차(天壤之差)란 말을 떠올렸다.
다음은 내가 책에 밑줄을 그은 것 중에서 골라 옮긴 것.
세계는, 특히 유럽도 일본도 미국이 없어도 꾸려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역으로 미국은 세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 요네하라 마리 저, <대단한 책>,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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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제스트판의 가장 큰 죄는 본래 다면체이고 복잡 기이한 존재인 인간을 갈기갈기 분해해 단순화해 버렸다는 것이다. 성의 매력과 그 위험천만한 파괴력, 육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차이, 용모와 성격의 모순 등 남자와 여자를 전체적으로, 사회적 ‧ 역사적 배경까지도 포함해 다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문학의 본분인 것이다.
다이제스트판이 아니라 원작을 아이들에게 전해 줍시다. 너무 어렵지 않겠느냐고?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종은 그 개체의 존속을 사명으로 여긴다. 소년 소녀 시절에 눈뜨는 성에 대한 호기심은 바로 종으로서의 인간의 본원적인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만큼 강렬할 것은 없다. 그런 호기심은 두툼한 고전이라도, 그리고 난해한 표현이라도 파죽지세로 읽어 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성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든 다음에도, 그 무렵 자기도 모르게 몸에 익힌 독서 습관과 속독술은 평생 재산이 된다.
- 요네하라 마리 저, <대단한 책>, 355쪽~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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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미 게이코 씨의 고양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갑자기 로스트로포비치와 음악 교사들의 문답이 떠올랐다.
“모든 사람이 프로 음악가가 될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아이들에게 작곡 공부를 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은 세계적 첼로 연주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분명 작곡을 배운 아이들 대부분은 의사나 상점 주인이나 엔지니어나 가정주부가 되겠죠. 하지만 그들은 작곡되어 연주되는 작품의 확실한, 그리고 훌륭한 청중이 되어 적확한 비평가로 성장할 것입니다. 작품을 더욱 깊고 예리하게, 그리고 풍부하게 향유하는 즐거움이 그들의 인생을 채워 줄 것입니다.”
- 요네하라 마리 저, <대단한 책>, 4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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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요네하라 마리가 쓴 리뷰와 내가 쓴 리뷰를 비교하니 기죽는다. 깨갱 깨갱~~. 하지만 나를 기죽게 만들 만큼 글을 잘 쓰는 작가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