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마당이었다. 젊은 남자와 다섯 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각각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자전거를 탄 여자아이는 “아빠, 같이 가.”하며 젊은 남자의 자전거를 뒤따르며 활짝 웃었다. 젊은 남자는 그런 여자아이를 뒤돌아보며 흐뭇해하는 것 같았다. 젊은 아빠와 그의 딸아이가 크게 원을 그리며 다정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내 발걸음이 멈췄다.
그 여자아이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지 모를 것이다. 그 아빠는 알까.
나에게도 그 여자아이처럼 부모와 함께한 시간이 있었고, 그 젊은 아빠처럼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있었지만, 그땐 그 시간들의 풍경이 나중에 그리워할 아름다운 풍경인 줄 몰랐다.
아무리 산과 들과 강이 아름답다고 해도 자연의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건 사람이 있는 풍경이리라.
연기
호숫가 나무들 사이 조그만 집 한 채.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까.
- 베르톨트 브레히트 저,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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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있는 곳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사람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이 있기에 이 풍경은 적막하지 않고 아름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