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구와 경쟁자 : 나는 친구의 성공을 배 아파하지 않는 쪽인데, 그것은 내가 착해서라기보다 내 경쟁자는 친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게 옳을 것이다. 오히려 친구라면 잘난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 교수, 작가 등의 직업을 가진 잘난 친구가 많다면 그것도 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쟤 주위엔 변변한 친구 하나 없어.”라고 하는 것보단 “쟤 주위엔 똑똑한 친구들이 아주 많아.”라고 하는 게 폼이 나 보이잖아.
글 쓰는 친구들도 몇 있고, 그중 모 일간지 신춘문예의 후보까지 올랐던 친구도 있는데, 난 그 친구들 중에서 누구라도 꼭 신춘문예 당선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도 일종의 허영심인지 모르겠다. 훌륭한 친구가 많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허영심.
설령 허영심이라 할지라도 친구에 대해 시기심을 갖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다. 시기심을 갖는 순간부터 친구 간의 우정은 깨지는 것이므로.
내 경쟁자는 친구가 아니고 나 자신이다.(이거, 어디서 읽은 것을 내가 따라하는 것 같다.) 친구를 뛰어넘고 싶은 게 아니라 현재의 나를 뛰어넘고 싶으니까.
2.
좋은 리뷰 : 아무래도 이곳이 책과 관계되는 곳의 블로그인지라 책 내용과 관련한 글을 많이 쓰게 된다. 그래서 좋은 리뷰에 대해 관심이 많다. 좋은 리뷰란 어떤 것일까. 필자의 개성과 새로운 시각이 담겨 있는 글이라고 알고 있다. 리뷰가 단순히 책의 내용만 소개해선 안 된다. 아무리 책의 내용을 잘 소개했다고 해도 개성 있는 새로운 시각이 없다면 좋은 리뷰가 될 수 없다.
리뷰를 잘 쓰려면 우선 책을 꼼꼼히 읽고, 깊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작가에게 감동 받을 만큼 매료된 책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런 책에 대해 리뷰를 쓸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 자신이 감동 받지 않은 책에 대해 감동 있는 리뷰를 쓸 순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아주 비판적으로 읽은 책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어쨌든 강한 인상을 남긴 책이 좋다는 것이다.
한 달에 열 편의 리뷰를 쓰기보단 두세 편의 리뷰를 쓰는 것이 리뷰를 더 잘 쓸 수 있다. 열 권의 책을 읽을 에너지와 시간이라면 차라리 두세 권만 선택해서 여러 번 읽고 깊은 글의 리뷰를 쓰는 게 좋다는 것이다. 리뷰를 쓸 때 염두에 둘 것은 ‘책의 핵심을 읽고, 깨닫고, 현실에 적용해 보기’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좋은 문장을 쓸 때가 있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이 부분을 한 줄짜리의 문장으로 간단히 처리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 문장을 중심문장으로 만들어서 한 문단을 만드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길게 늘어지고, 깊게 뼛속까지 들어가 써서 자신의 깊은 안목을 보여 주는 게 좋다.
좋은 글이란 ‘인간과 세상에 대해’ 필자의 깊은 안목을 드러낸 글이다.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세상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좋은 글을 쓸 수 없으므로, 인간과 세상을 알기 위해 책을 많이 읽으며 공부하는 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나는 모든 글 가운데서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되리라.”(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으며 이 말에 밑줄을 그었다.
3.
글을 왜 쓰는가 :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고 싶은, 그러니까 글을 쓰는 놀이를 하고 싶은 욕구와 나만이 아는 비밀을 보여 주고 싶은 욕구, 이 두 가지가 글을 쓰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비밀이란 부분에서 매번 실패한다. 삶을 통찰한 비밀이어야 하는데, 이것을 담은 글을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쉽지 않아서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여긴다. 매력적이라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
4.
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일 :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알게 되고 자신의 능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 지점에서 누군가는 그 한계점을 뛰어넘고 누군가는 그 한계점에서 더 이상의 발전 없이 제자리걸음인 상태에 머물며 글을 쓸 것이다.
“자기 자신의 성취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는 것은 수준 낮은 예술가들뿐이다.”(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
수준 높은 예술가들도 자신의 예술 작품에 대해 만족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이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글을 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점점 신중해진다. 그러다 보니 글을 많이 쓰지 못하게 된다.
5.
오도엽 저, <속 시원한 글쓰기>가 조언하는 것 : 어떤 신간이 나왔는지 인터넷 서점에서 자주 알아본다. 어떤 책이 새로 나왔는지 궁금해서다. 모두 사 볼 수는 없지만 대충 책의 내용만이라도 알아 두는 편이다. 그러다가 찾은 책이 오도엽 저, <속 시원한 글쓰기>이다. 이 책이 조언하는 것을 정리해 보았다.
5-1. 자기 멋대로 써라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어깨에 힘을 빼고 자기 멋대로 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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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화장실에 앉아 똥을 누는데, 굵다. 그 굵은 줄기를 보며 굵어야 할 것은 똥발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벅지도 굵어야 하고, 뚝심도 굵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굵어야 할 것이 있다 / 가진 것 없는 몸뚱이 똥발이 굵어야 한다”라고 시부렁거렸다.
낙서처럼 화장실에서 재미로 쓴 ‘똥발’ 이야기를 보여줬더니, 남들이 ‘시’라고 불렀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 낙서가 문학상을 받고, 시집으로 출판되니 황당했다. 남들이 나를 ‘시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직업이 노동자에서 시인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똥인지 시인지 모르고 지껄일 때는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시집을 펴낸 뒤로 거의 세 해 동안 한 편의 시도 쓸 수가 없었다. 막상 시인이라고 불리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 시인으로서 시를 쓰려니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 그래서 맘을 바꿨다.
‘뭐 있나. 그냥 내 멋대로 쓰자. 언젠 시가 뭔 줄 알고 썼나.’
아, 놀랍게도 그 뒤로 시가 써졌다.
.................................................오도엽 저, <속 시원한 글쓰기>에서.
5-2. 너 자신을 써라
예전에 문학 강의를 들었던 곳에서 어느 교수님은, 작가는 글을 쓸 때 자신의 항문도 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숨김없이 자유롭게 써야 좋은 글이 탄생한다는 것이겠다. 그 얘기를 들은 나의 반응은 ‘어떻게 항문을 보여, 말도 안돼’였다. 원래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 주는 작품이 진짜라는 건 안다. 하지만 나의 경우, 내 사생활이 노출되는 글을 올리고 나면, 며칠 뒤 그걸 다 지우고 싶어진다. 나는 항문은커녕 나의 새다리조차 보이기 싫어한다. 그렇다면 나는 글을 쓸 그릇이 안 된다는 것인가. 그러나 앞으로 글을 쓸 때 대담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무식한 용감’을 발휘하고도 뻔뻔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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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써라!”
내가 처음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답답해하지 마라. 자신의 글에 만족을 느끼지 못해 미치지 마라.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적으면, 막혔던 글 보따리가 터진다. 쓸 이야기는 자신의 몸 안에 잔뜩 있다.
.................................................오도엽 저, <속 시원한 글쓰기>에서.
5-3. 쉬운 것부터 써라
이 책에 따르면, 누구한테나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하나쯤 있으니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말하듯 적으면 글이 된다고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쓰되, 쉬운 것부터 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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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우선 내 이야기부터 쓰자. 나를 쓰되 어렵게 시작하지 말자. 오늘 있었던 일이어도 좋다. 문득 떠오르는 옛 애인 이야기도 괜찮다. 뭐든지 떠오르는 대로 써라. 오늘부터 하루에 30분, 아니 단 3분이라도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종이에 적자. 퇴근길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내 하루를 올려도 좋다.
뭐라도 써야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것 아닌가.
.................................................오도엽 저, <속 시원한 글쓰기>에서.
5-4. 글 잘 쓰는 비결
글 잘 쓰는 비결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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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좋은 내용이 담긴 글들을 함께 실었습니다. 잘못 쓴 글을 고치는 것보다 좋은 글을 많이 만나는 게 글쓰기에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어법이 어떻고, 이건 비문이고, 이건 잘못된 표현이고, 빨간 줄을 친다고 글이 잘 써지는 게 아닙니다. 좋은 생각, 좋은 표현을 익힐 때 좋은 글, 살아있는 글이 나옵니다.
..................................................오도엽 저, <속 시원한 글쓰기>에서.
좋은 내용이 담긴 글들을 함께 실었다고 하니까, 이 책에 관심 갖는 글쟁이들이 많겠다. 나도 좋은 글을 쓰는 비결의 그 첫째로 ‘좋은 글을 반복해서 많이 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후기>
요즘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처음으로 돌아가 초보자의 자세로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초보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맞다.ㅋ)
자, 이제부터 나도 어깨에 힘을 빼고 내 멋대로 쓰기, 남 얘기 말고 나 자신에 대해 쓰기, 쉬운 것부터 쓰기, 좋은 글을 많이 읽기 등을 실천하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