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에 ‘병가이보신(病可以保身)’이란 글귀가 나온다. 나에게 찾아온 병은 오히려 내 몸을 보호하고 조심하는 계기가 된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해 주는 좋은 통계가 하나 있다.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 환자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한다. 환자이다 보니 건강에 더 신경 쓰기 때문이겠다.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洪自誠)이 지은 어록집이다. 



산림은 아름다운 곳이로되 한 번 집착하면 문득 시장판이 되고, 서화(書畫)는 우아한 일이로되 한 번 탐하면 문득 장사꾼이 된다. 대개 마음이 물들지 않으면 욕계(欲界)가 곧 신선이 사는 곳이요, 마음이 붙잡히면 즐거움이 넘치는 곳도 괴로움의 바다가 된다.(147쪽)


→ 글씨와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내야지 탐하게 되면 우아함이 없어진다.

 


이루어진 것이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을 알면 이루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굳지는 않을 것이고, 사는 것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면 삶을 보전하려는 길에 지나치게 애쓰지는 않게 되리라.(166쪽)


→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리라. 



의로운 선비는 천 승을 사양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은 한 푼을 다투니, 그 인품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명예를 좋아하는 것도 이익을 좋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천자는 나라를 다스림에 생각을 괴롭히고 거지는 음식을 얻으려고 부르짖으니 그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로되 애타는 마음이 애타는 소리와 무엇이 다르리요.(173쪽)


→ 내 생각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의 대통령이나 한끼 식사를 구걸할 때의 거지나 스트레스 지수가 비슷할 것 같다. 


뉴스를 통해 판사 출신의 정치인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냥 판사직에 있어 편안하게 사는 게 낫지 뭐 하러 정치판에 뛰어들어 저런 수모를 당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그 정치인은 정치를 해 서는 안 되는 인물로 나는 평가한다. 자격 미달이기 때문이다.



얽매임과 벗어남은 다만 제 마음 속에 있으니 깨달음을 얻으면 푸줏간과 술집도 극락 정토가 되리라. 그러지 못하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삼고 꽃과 풀을 가꾸어 즐김이 맑을지라도 끝내 악마의 방해에서 놓이지 못하리라. 옛말에 “능히 쉬면 속세도 극락이 될 것이요, 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속세가 되리라.” 하였으니, 참으로 옳은 말이로다.(177쪽)


→ 저택에 살면서도 심한 우울증을 앓아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감방에서도 집필하며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는 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일 터. 


그러나 제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게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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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08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판사 안해서 다팽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나쁜짓을 많이 했을지말이죠. 지금은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되니 욕이라도 먹지말입니다. ㅎㅎ
시원한 바다 사진이 용궁사인가요? 미음이 좀 시원해지네요.

페크pek0501 2025-09-08 11:25   좋아요 1 | URL
앗, 제가 놓친 점을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존경이나 받으며 우아하게 판사직에 있을 일이지 뭐하러 저렇게 사나, 했던 거죠. 그런데 바람돌이 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참 옳은 말씀이네요. 학벌도 좋던데 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생각을 하는 분이라... 편견 가득한... 이쯤 하겠습니다.
사진은 부산에 놀러갔을 때의 사진입니다. 용궁사가 맞을 듯해요. 층계가 많았어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5-09-08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 말씀이 틀린 말이 하나 없네요. 어렸을 때부터 여러 면을 볼 줄 알고,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제 늙어가는 처지가 되었는데, 아직도 저라는 사람은 많이 부족하기만 하네요.

요즘을 생계를 위해 몸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참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일이 힘들다 싶어요.

페크님 덕분에 오랜만에 고향 바다를 보네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5-09-08 22:27   좋아요 0 | URL
인터넷도 없는 시대에 명문을 쓴 이들을 보면 천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과거를 돌아보면 어리석은 짓을 참 많이 했다는 걸 느껴요.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현명하기란 왜 이리 어려운지... 현재도 똑같은 실수, 실언을 합니다.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일이 힘들다는 감은빛 님의 말씀을 읽으니 김훈 작가의 밥벌이의 지겨움, 이란 표현이 떠오르네요. 아이들이 취직을 하게 되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감은빛 님이 부산의 사나이, 이셨군요. ㅋㅋ^^

카스피 2025-09-08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근담을 필사하고 계시는군요.채근담은 중국에서는 그닥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히려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있는 책이라고 하는군요.
제목은 나물뿌리이야기란 뜻인데 제목그다로 부귀영화를 바라지않고 담백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잠언집인데 필사하시면서 마음의 수양을 닦기 좋은책인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5-09-08 22:30   좋아요 0 | URL
채근담은 필사하기 딱 좋은 책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오히려 인기가 있는 거군요.
잠언집 스타일을 제가 좋아합니다. 니체의 책 중에도 있고 팡세도 있죠. 채근담은 조금씩 읽고 있어서 이제 195쪽까지 읽었네요. 마음의 수양을 닦기도 좋고 저의 경우엔 생각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