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책을 읽어도 그 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리고, 그런 다음에 그 책들이 말하고자 한 것보다 우리가 그중에서 기억하는 내용을 근거로 일종의 가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책을 읽지도 않은 누군가가 책에 없는 구절이나 상황을 인용해도 우리는 그게 책에 있다고 바로 믿을 준비가 되어 있다.(227쪽)
- 움베르토 에코,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에서.
....................
→ 예전에 사 두었던 책 하나가 눈에 띄어 들춰 보니 밑줄이 그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읽지 않은 책으로 알고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 중간을 넘어서니 왠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끝까지 읽고 나서 알았다. 내가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는 것을. ‘독서 노트’에서 확인까지 했다. 인간의 기억력은 이렇게 엉터리다. 그러니 책을 읽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그래도 책을 읽어 두면 책 내용이 나의 뇌 속 어딘가에 저장되게 된다고 믿는다. 어릴 때 봤던 한 장면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를 때가 있기도 하니까.
....................
아이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성장해야 한다. 10대와 20대에 받은 교육이나 그로 인해 형성된 자아나 가치관으로 이 시대를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인생이 팔십까지로 길어졌고 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에 살면서 계속 성장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세대 간의 틈은 좁혀질 수 없다.
젊어 보인다면 누구나 좋아한다. 젊어 보이기 위해서 염색도 하고 옷차림도 유행 따라 바꾸고 헬스클럽에서 근육 운동도 열심히 한다. 진정 젊어 보이려면 외모 가꾸기만 아니라 정신적 성장을 위해서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한다.(284쪽)
- 김선주,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에서.
....................
→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직업인이거나 글을 쓰는 사람에게만 공부가 필요한 게 아니다. 누구나 책을 읽고 티브이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도 시청하고 신문도 봐야 한다. 사회 변화 속도는 빠른데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평생 학습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만다.
![](https://image.aladin.co.kr/product/29/21/cover150/8937460505_2.jpg)
....................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들의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닐어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왜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 뿐인 하찮은 명예심을 부추겨 그에게 저속하고 공허한 이상을 심어주었는가? 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응당 쉬어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는가? 이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172~173쪽)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
→ 한스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학교, 그리고 한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인 듯하다. 한스가 가엾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