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은경의 톡톡 칼럼>
여러 주제를 다룬 이 책에서
'열렬하게 연애를 해서 결혼을 했는데 왜 결혼하고 나면 달라지는 걸까?‘
라는 주제를 골라 밑줄긋기를 올린 것이 지난 8월 14일이었습니다.
오늘은 밑줄긋기로 다음 주제를 골라, 관련있는 글을 모아 봤습니다.
‘타인을 알기란 어려운 것’
이번엔 누군가의 소개로 몇 번을 만난 대학생 남녀.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우리 서로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남자는 이 말을 이렇게 받아들인다. ‘나와 애인이 되기는 싫단 말이군.’ 그런데 그녀의 진의는 그 남자를 신뢰하고 좋아해서 계속 만나고 싶다는 거였다.(23쪽)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인 존 그레이는, 남자의 언어와 여자의 언어에는 똑같은 어휘라고 할지라도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게 있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여자가 "나는 좀 더 로맨틱한 기분을 느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남자는 "그럼 당신은 내가 로맨틱하지 못하다는 말이오?"로 해석하는데 이를 제대로 해석하면 "당신은 정말 로맨틱한 사람이에요. 이따금씩 불쑥 꽃다발을 내밀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하거나 데이트를 신청해 주지 않을래요? 그럼 나는 너무 행복할 거예요."라는 뜻이란다.(24쪽)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편 진실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이미 고정 관념과 편견을 갖고 있는 데다가 제멋대로 생각하는 버릇도 있어 진실을 알기가 쉽지 않다. 진실을 놓치고 오해가 쌓이기 시작하면 다투게 되고 언젠가는 감정의 골이 깊어져 회복되기 힘든 관계가 되기도 한다.(24쪽)
어느 집에 강도가 들어왔는데 집주인이 강도에게 화를 내고 먼저 폭력을 휘둘러서 한 대 맞은 강도가 크게 흥분해서 집주인을 죽이게 되었다. 그 강도는 처음엔 사람을 죽일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강도를 흥분시키면 안 된다는 걸 헤아려야 했다.(68쪽)
그러나 우리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개개인에 대하여 올바르게 이해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우리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과오를 저지르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68쪽)
일례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제각각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서다. 눈사람을 재밌게 만들었던 누구에게는 눈이 즐거운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눈사태로 가족을 잃었던 누구에게는 눈이 끔찍한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같은 ‘눈’이지만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니 남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71~72쪽)
때때로 우리는 남이 의도한 것을 읽지 못함으로써 오해할 뿐 아니라 남이 의도하지 않은 걸 읽음으로써 오해한다. 우리는 왜 상대가 의도하지 않은 것도 읽어서 본인은 물론이고 상대까지 마음 상하게 하는 것인지.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일. 이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날이다.(74~75쪽)
갑과 을 두 사람이 동업하여 회사를 차렸다. 그런데 서로 본인이 회사를 위해 한 일만 중요시하고 상대방이 한 일은 중요시하지 않는다. 갑은 본인 자본금이 을의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간 회사이니 자기 덕이 크다고 말하고, 을은 이 회사를 차리자고 아이디어를 맨 처음 낸 건 자신이니 자기 덕이 크다고 말한다. 갑은 자신이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니 본인이 을보다 더 많이 일한다고 내세우고, 을은 회사에 큰 수익을 올린 계약을 본인이 해냈다고 내세운다. 이렇게 자기편에서만 보니 동업을 하면 깨지는 일이 흔한 게 아닐까.(77~78쪽)
그런 현상은 친구 관계에서도 간혹 생긴다. 두 사람이 만나 자동차를 타고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함께 먹고 헤어졌는데, 한편에서는 자신이 밥을 샀으니 다음에 만나면 상대자가 밥을 사야 한다고 여기고, 다른 편에서는 점심값보다 자신의 자동차 기름값이 더 들었다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각자 자기가 상대자에게 베푼 것 같은데 돌아오는 건 적은 것 같아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78쪽)
육 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무렵 어머니의 심경을 전해 들은 게 있다. 칠십 대 중반이었던 어머니는 지아비와 사별한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마치 자기가 죄를 지은 것 같아 밖으로 돌아다닐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과일을 사러 슈퍼마켓에 가는 일도 남의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 했다. 남편은 죽었는데 본인은 과일을 먹고 싶어 사러 왔다고, 동네 사람들이 흉볼 것 같아서란다. 그래서 자신에게 말을 붙이며 위로해 주는 이보다 못 본 척해 주는 이가 더 고맙다고 한다. 그 말을 그때 듣고 난 매우 놀랐다. 남편과 사별한 경험이 없으면 이런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103~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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