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두 개의 주사위를 피실험자에게 제공해서 그걸 던져 나온 두 개의 숫자를 더하게 한 뒤 혼자만 알고 있으라고 한다. 실험이 끝난 뒤 피실험자가 말하는 숫자에 맞게 현금을 준다. 1+1부터 6+6까지 말이다. 물론 피실험자들이 진실을 말했는지를 알아 낼 방법은 없다.

 

 

그는 두 번째 실험도 했다. 이번엔 거짓말 탐지기를 두고 했기 때문에 피실험자가 거짓말을 하면 기계가 반응함으로써 거짓말임을 알게 했다. 단 이 실험으로 생기는 모든 수익은 피실험자가 갖는 게 아니라 피실험자가 선택한 단체에 본인의 이름으로 기부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첫 번째와 두 번째 실험 중 어느 쪽이 수익을 많이 냈을지 궁금하다.

 

 

실험 결과에 대한 내 예상은 이랬다. 자기가 수익을 가질 수 있는 데다 거짓말 탐지기도 없었으니 첫 번째 실험이 두 번째 실험보다 큰 금액이 나왔으리라는 것. 

 

 

그러나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첫 번째 실험보다 두 번째 실험에서 더 큰 금액이 나온 것이다. 즉 자신이 돈을 갖지 않고 단체에 기부하는 두 번째 실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6+6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것도 놀라운데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사람들은 거짓말 탐지기에도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게 가능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동의 선이나 대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때 우리는 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나아가 심지어 거짓말이 아니라고 인식한다.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거짓만이 오직 거짓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128쪽)

 

 

이 기막힌 이야기는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국민들을 속여서 선동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겠다. 인간의 무서운 이면을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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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13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의라고 생각한다면 거짓을 거짓이 아니라고 인식한다는게 오싹하네요 사람의 마음이란 알면 알 수록 모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0-09-13 22:39   좋아요 1 | URL
그렇죠? 모를 게 사람의 마음 같아요. 깊은 동굴 같아요.
악인만이 악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선한 마음으로도 악을 저지를 수 있음을 생각하면 오싹해지죠.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은 채 잔인한 고문을 할 수 있는 건가 봐요. 자신은 사회를 위해서 대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파이버 님, 좋은 가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09-13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행위를 숭고하고 아릅답다고 받아들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페크pek0501 2020-09-14 12:01   좋아요 1 | URL
이타심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게 볼 건 아닌가 봅니다. 잘못 판단하고 이타심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게 제대로 보는 건지 저도 헷갈릴 때가 있어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역사가 언젠가는 밝혀 준다고 하는데 이것도 저는 확신할 수 없겠더라고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가 관건일 듯해요.
좋은 가을날 보내세요...

희선 2020-09-14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사람이 희생하면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그 한사람이 나만 아니면 된다 여기기도 하잖아요 그 한사람은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는데... 한사람과 여럿에서 고르기보다 모두가 살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지요 어떤 말은 좋은 뜻인 것 같지만 잘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런 거 잘 알아봐야 할 텐데... 많은 사람에 휩쓸리기보다 스스로 생각해야겠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9-14 12:05   좋아요 1 | URL
한 사람을 희생해서 다수의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고 하면 대부분 찬성할 수 있지만 그 한 명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하면 아마도... 누군가를 희생하며 얻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고 할 것 같군요. ㅋㅋ

벌써 9월입니다. 올해도 다 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금방 연말이 달려올 것만 같아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