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탈고 :
코로나19로 연기했던 칼럼집 출간을 무한정 미룰 수가 없었다. 탈고를 하고 출판사에 넘겼더니 속이 시원했다. 책에 실을 글을 뽑고 교정을 보고 수정을 하느라 긴 시간 동안 글자들을 보며 지냈더니, 누구 말대로 머리털이 다 뽑히는 것 같았다. 이제 책 출간은 출판사의 작업 속도에 달렸다. 출판사에 따르면 오는 8월 중순쯤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2. 책 사랑 :

지금까지 28년 동안 책을 사랑하며 살아왔다. 남들이 지루해 할 책이거나 두꺼운 책이라도 읽어 낼 자신이 있었고 독서가 나의 유일한 재능 같았다. 설령 감옥에 갇히게 되더라도 내가 읽고 싶은 책만 그 안에 제공된다면 그곳에서 몇 년은 지낼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책을 사랑했다. 한 달에 열 권을 읽어 봤고 하루에 한 권을 완독해 봤다. 나의 신기록이었다. 

 

 

 

 

 
3. 글쓰기로 배우다 :
글을 쓰는 시간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다. 쓰고자 하는 무엇에 대해 모든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글이 한 편 완성될 때 내가 안 것들을 쓴 게 아니라 쓰면서 알게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느 책에서 읽은 대로,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결국 글쓰기를 통해 배우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4. 블로그 :
내가 글쟁이로 사는 데 큰 몫을 한 것은 알라딘의 블로그다. 2009년 1월부터 ‘페크(pek0501)의 서재’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11년째 글을 올리고 있다. 만약 블로그가 없었다면 600편이 넘는 글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시한 글이 많긴 하지만.

 

 

 

 

 

5. 내용과 형식 :
내용만 중요한 게 아니라 때로는 형식도 중요하다. 그 이유는 내용이 형식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형식이 내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는 내게 ‘형식’에 해당하고 600편이 넘는 글을 쓴 것은 ‘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6. 생각하기 나름 :
곡식이 누렇게 익은 들판 위에 푸른 하늘이 있고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이런 그림을 보고 어떤 이는 들판이 누렇게 익어 평화로워 보인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새 한 마리가 짝이 없어 고독해 보인다고 한다. 같은 그림에 대해서 평화를 보는 이가 있고 고독을 보는 이가 있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다.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나는 믿는 사람이다.  

 

 

 

 

 

7. 가장 쓰고 싶은 글 :

요즘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글은 문학적인 문장이 돋보이는 글이 아니다. 정보와 지식이 빛나는 글도 아니다. 대단한 주제를 다루는 글도 아니다. 깊은 사유로 깨달음을 주는 글을 읽고 싶다. 나 또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8. 독학 :
좋은 칼럼을 읽으며 ‘칼럼 쓰는 방법’을 독학으로 배웠다. 정치나 경제보다는 사회, 문화, 생활과 관련한 글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연애, 결혼, 인간관계, 인간 심리, 삶, 문화 등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한다.

 

 

 

 

 

9. 칼럼에 희망을 : 
칼럼 한 편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나에게 어떤 희망을 선사한다. 이 같은 칼럼을 좋아한다. 이를 좋아하는 한, 앞으로도 글을 꾸준히 쓸 것이다.

 

 

 

 

 

 

 

 

* 밑줄을 그은 글 *

 

 

 

 

 

 

 

 

 

 

 

 

 

 

 

 

 

 

 


「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의 시선이 자신 안의 불행을 보지 못하게 하고 그의 모든 생각을 춤을 잘 추려는 관심으로 채우면 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 블레즈 파스칼, <팡세>, 144쪽.

 

→ 잡념을 없애는 데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게 최고다. 춤이든 글쓰기든.

 

 

 

 

 

 

 

 

 

 

 

 

 

 

 

 

 

 

 

 


「현사회의 지배적이고 유용한 가치가 정말 옳은 것인지를 질문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책임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에 관해,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정말 알고 있으면서 믿는 것인지, 왜 믿는지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성 도덕과 기성 가치관에 추종하며 스스로 ‘점잖은 교사’를 가장하는 것은 작가로서 가장 자질이 나쁜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문학은 무식한 백성들을 훈도(訓導)하여 순치(馴致)시키는 도덕 교과서가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 마광수, <자유에의 용기>, 56쪽.

 

→ 문학은 저항 정신이 그 뿌리라고 생각한다. 저항할 것에 대하여, 분노할 것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언제나 불의는 홀로 완성되지 않았다. 하나의 사건은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었고,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구성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각자의 자기 정당화, 각자의 피치 못할 사정, 각자의 선의에 입각한 타협이 각자의 침묵을 만들었다. 이것들이 결합하고 서로 도와야 불의가 비로소 완성되었다. 그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인 나는 결코 아니었다고 단언하기에는 내가 속한 준거집단에 나는 긴밀하게 연결된 채 살아왔다.」
- 김소연, <나를 뺀 세상의 전부>, 81쪽.

 

→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자신이 다수 집단에 속하면 안도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 6월 중순이 지날 무렵 오후에 글을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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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6-20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누가 그런 심한 말을...!ㅋㅋㅋ
그럼 책 몇 권씩 내는 사람은 머리털이 남아있지 않겠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턴 좀 쉬울 텐데 말이죠.ㅠ
언니 마음이 지금 어떨지 알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0-06-20 18:47   좋아요 1 | URL
하하하~~~ 누구겠습니까? 다 아시면서...
과장이 좀 심했나요? 머리털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정을 보면서 내 글을 그만 보고 싶단 생각은 했지요. 왜 그리 고칠 데가 많은지 말이죠. 더 적합한 낱말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중복 낱말이 많거나 해서 손질을 많이 했어요. 그 작업을 하기 전엔 내 글엔 고칠 데가 별로 없는 줄 알았어요. 역쉬~~ 주제 파악을 하는 데엔 책을 내는 게 그만인 것 같습니다.
첫 책이라 힘든 건가요? 점점 쉬어질까요? ㅋㅋ

희선 2020-06-21 0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이어서 더 힘들고 요새 코로나19 때문에 힘들기도 하군요 올해 책이 나오면 나중에 그때 코로나19 때문에 책을 늦게 냈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다니...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책 잘 나오기를 바랍니다

페크 님 더위 조심하시고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6-21 19:33   좋아요 1 | URL
책 출간도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겠죠. ㅋ
책에 오타나 실수가 없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희선 님도 더위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을 보내세요.
늘 감사하고요...

서니데이 2020-06-21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탈고가 되었으니, 책이 나오는 날짜가 가까워지겠네요.
올해 여름에는 소식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운 느낌이예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6-21 19:36   좋아요 1 | URL
주말인 건 좋은데 너무 덥군요. 내일은 더 더울거라고 하니 겁이 나네요.
이젠 더위를 견디는 게 힘드네요. 여름은 분명 여름대로 장점이 있는 건데 말이죠.

책 기대는 하지 말아 주세요. 초라합니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대충 끝냈답니다. 예전엔 꼼꼼한 편이었는데 성격도 변하나 봅니다. 대충 대충 살고 싶네요.

서니데이 님도 남은 휴일 시간 잘 보내세요. 고맙고요...^^

후애(厚愛) 2020-06-22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수고하셨습니다.^^
책이 출간하면 페이퍼에 올려 주실거죠?ㅋ
어떤 책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6-22 14:07   좋아요 0 | URL
후애 님, 이 더위에 잘 지내시나요?

으음... 책이 나오면, 나왔다고 소식을 전하는 페이퍼는 올릴 것 같습니다.ㅋ
또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군요. 후애 님도 즐거운 한 주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후애(厚愛) 2020-06-24 10:34   좋아요 1 | URL
대학병원가는 날만 빼고는 거의 집에만 있어요.
너무 더워서 외출하기도 그렇고 또 마스크 하기가 너무 불편하네요.ㅠㅠ
그래도 오늘부터 비가 온다해서 습기는 있어도 덜 더운 것 같습니다.^^

더위 조심하시고요, 항상 건강하세요.^^


페크pek0501 2020-06-24 11:56   좋아요 0 | URL
예,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사시길 빌겠습니다.
비가 와서 시원한 날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