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책과 함께 있는 시간.

 

 


<소망 없는 불행>은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페터 한트케의 소설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아들의 입장에서 쓴 것으로 내용은 소설 같고 문장은 에세이 같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문체가 세련된 분위기를 풍겨서 밑줄을 많이 그으며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문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 맘에 들긴 내게 드문 일이다. 


   
<소망 없는 불행>의 특징으로 내가 느낀 것은 문장에 관한 것이었다. 은유법과 열거법을 사용한 문장이 많았다. 그리고 ‘A는 B를 의미한다.’라는 형식의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은유법 :
창문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명함이다.(51쪽)

 

 

열거법 :
이 이야기는 공포로 의식이 멈칫하는 순간들에 관한 것이고, 너무도 찰나적이어서 언제나 늦게야 말이 나오고야 마는 경악스런 상황들에 관한 것이며 너무도 끔찍해서 사람들이 마치 벌레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의식 속에서 감지하게 되는 꿈속의 사건들에 관한 것이다.(41쪽)

 

 

A는 B를 의미한다 :

이런 환경에서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애당초부터 치명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미래에 대한 걱정은 안해도 좋다는 안이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17쪽)

 

우정이란 기껏해 봐야 서로 친숙한 것을 의미했을 뿐 남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걸 의미하지는 않았다.(43쪽)

 

 

 

 

 

 

 

 

 

 

 

 

 

 

 

 


 

이 책에는 표제작을 포함, 두 개의 작품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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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1. 시간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따져 보니 51일 만에 올리는 글이다. 51일이 휙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처럼 시간의 빠름에 놀라곤 했던 것이 언제부터였던가. 쓰고 싶은 글은 써지지 않고 쉼 없이 가기만 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 언제부터였던가.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는 연말이, 새 달력을 갖게 되는 연말이 얼마 남지 않은 게 아쉽게 느껴지는 날이다.

 

 

 

 

 

2. 입장 차이
(내 기억력에 의지하여 말하면) 형제가 있으면 사는 데 얼마나 의지가 되는데, 라고 큰아버지가 생전에 내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당신 자식들(나의 사촌 형제들)과 내가 친하게 지내길 바라면서 하셨던 말씀이었다. 그때 난 나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큰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에게 돈을 꾸었던 게 몇 번이었던가. 그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었던 게 몇 번이었던가. 물론 갚지 못할 돈이라는 걸 아버지는 알고 계시면서도 계속 꾸어 주셨다. 아버지에겐 형제가 부부 싸움을 하게 만드는 원인 제공자였는데, 큰아버지에겐 형제가 의지가 되는 존재였다니.

 

 

 

 

 

3. 편견
애교가 있는 여성들 중에는 미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미인은 굳이 애교를 부릴 필요를 느끼지 않을 테니까. 미인은 접근해 오는 남성들이 많기 때문에 그중에서 한 명 골라 연애를 하면 된다. 반면에 미인이 아닌 경우에는 접근해 오는 남성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맘에 드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애교를 부려야 한다. 모든 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편견을 써 봤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을까. 

 

 

 

 

 

4. 누구를 안다는 것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에 대해 편견을 가지셨군요.”라고.

 

 

페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는 것은 페크에 대해 편견이 생겼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전체를 알 수 없고 일부분만 아는 것이므로 남을 올바르게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빛깔이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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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1-14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흐르면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다가오는 게 있더라구요.

제 방 창문으로 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데 지난 주까지만에도 참 붉었는데
비 한 번 오더니 거의 다 떨어지더라구요. 얼마나 아쉽던지,
세월 참 빨라요. 이왕 나이 먹을 거라면 빨리 봄이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도 해요.ㅋ

페크(pek0501) 2019-11-14 12:08   좋아요 0 | URL
시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건 흔한 일인 것 같아요. 요즘 더욱 그런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당장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는 거죠.

매를 맞을 거면 빨리 맞자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시는군요. 저는 가을과 겨울이 좋아요. 봄이 되면 뜨거운 여름이 닥쳐 올 것만 같아 공포를 느낍니다. 몇 년 전부터 여름이 무서워요, ㅋ 그러니 지금의 가을과 겨울을 즐기렵니다. 오늘은 공기도 맑아 날씨가 아주 좋네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빵굽는건축가 2019-11-13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견에 대한 이야기 저는 편견없이 보는지 돌아보게 되네요. ^^

페크(pek0501) 2019-11-14 12:09   좋아요 0 | URL
닉네임이 아주 멋지군요.
편견이 전혀 없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편견인지 아닌지를 돌아보는 태도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19-11-14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오랜만이에요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 보는 날에는 늘 추운 듯한데 이번에도 추위가 찾아왔어요 춥지 않은 적도 몇 번 있었을 텐데... 아직 늦가을이지만 겨울 같은 느낌이 더 들어요 단풍 든 나뭇잎도 많지만 땅에 떨어진 가랑잎도 많습니다

형제가 있어서 좋다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형제 때문에 힘든 사람도 있겠습니다 자신도 다 알기 어렵고 다른 사람은 더 알기 어렵겠지요 하나만 보고 그렇다고 여기기보다 그런 면도 있구나 하는 게 좋을 듯해요 남이 자신을 한면만 보면 좀 섭섭하잖아요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겨울이 가까워졌네요 페크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19-11-14 12:12   좋아요 1 | URL
그렇죠? 오랜만이죠?
오늘은 늦가을, 초겨울 같아요.
상대의 여러 면을 다양한 시각으로 봐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이란 얼마나 많은 편견과 고정 관념으로 똘똘 뭉쳐진 존재인지...

이 겨울을 즐겁게 보내십시다. 즐거운 척하면 즐거워진다고 합니다.
반가웠습니다. 매일 행복한 문을 여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카알벨루치 2019-11-14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단풍 사진 밑의 문장에 너무 곱게 다가옵니다! 생각을 벽돌처럼 차곡차곡 정리해서 디스플레이한 느낌이 드는 페크님 글입니다! 전 아무튼 마지막문장이 넘 인상적입니다 다른 글은 차후에 다시 읽ㅇ어볼랍미다 “빛깔이 참 곱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말 곱다 그쵸?ㅎㅎ 빛깔...깔의 뉘앙스 곱다...단어가 어찌 그리 고울까요? 여기서 오늘 왜 이러죠 제가 ^^반가워서 그런건가봅미다 하하하

페크(pek0501) 2019-11-15 12:42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ㅋㅋ 사진만 넣는 것보단 사진 밑에 설명을 넣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보충해 넣었답니다.
‘빛깔이 참 곱다.‘라는 말이 참 고운 것 같네요. 카알 님의 댓글을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저는 무심코 쓴 말이었는데...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