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바빴다. 친정어머니 집이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게 되어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살던 집이라 헐린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친정집이 없어지고 집터는 폐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새 아파트가 지어질 것이다. 이사하기 며칠 전 우리 가족은 헐릴 집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저께 이사했다. 이삿짐센터에서 나온 사람들이 살림살이를 모두 트럭에 싣고 나서 나에게 집에 들어가 빠진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말했다. 휑하니 비어 있는 집을 살펴보니 마음이 짠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썼던 내 방을 보니 더욱 그랬다. 창문을 잠그고 전등을 끄고 빠진 물건이 없는지 집을 점검하는 것으로 이별의 인사는 그렇게 간단히 끝이 났다.
40년 가까이 단독 주택에 살던 친정어머니는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어머니는 출입 카드를 사용하는 방법에서부터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법까지 배워야 했다. 연세가 많아 마음이 놓이질 않아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들러 어머니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확인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살던 집에서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동네가 낯설지 않고 지인들과 헤어지지 않는 점이다. 친구처럼 지내는 지인들이 어머니에게 집들이를 빨리 하라고 성화라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니 주름졌던 내 마음이 순간적으로 활짝 펴지는 듯했다.
어떤 것이든 이별에는 슬픈 감정이 묻어나는 것 같다.
마치 유리창에 빗물이 흐르듯이.

며칠 전에 비가 왔을 때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