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
한때 책을 좋아했으나 현실에 발이 묶여 사느라 책과 멀어진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 세 명에게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이란 책을 선물했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흥미로운 칼럼집이었으므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칼럼집이었으므로. 친구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을 만난 건 오랜만이었으므로.
책을 받은 친구들은 모두 나에게 고마워했고 나는 뿌듯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평탄하게 뻗어 있는 인생길을 걷지 못했다. 21살 때는 미혼모가 되었고, 18년 동안 싱글맘으로 살아야 했으며, 40살이 되어 결혼을 했으나 41살에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힘겨운 인생길을 걸어야 했으나 저자는 모든 걸 극복하고 미국 최고의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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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투여를 시작하기 전 나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작은 게임을 했었다. 내가 이걸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항암제 투여를 거절하고 외과수술만 받는다면, 그리고 기도를 한다면? 기도가 나를 지켜줄까? 흠. 어느 정도는 그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것은 삶을 선택하는 길이 아니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내 영혼이 거주하는 몸을 살리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은 알고 있었다.
- 레지나 브렛,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164~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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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그렇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겪은 불행한 일이 단지 불행을 겪은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내게 어떤 교훈이나 지혜를 얻는 기회가 되어 불행한 일에 저마다 가치가 있음을 깨달을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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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나에 미혼모가 된 것. 이것은 내게 일어난 최고의 경험이다. 마흔하나에 암을 얻은 것. 내가 겪은 것들 중 가장 좋았던 경험 중의 하나다. 이 두 경험이 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완전히 변화시켰다.
인생은 나를 원하지도 않는 길 위에 내려놓고 원하지도 않는 계획 속에 데려다 놓을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도 한 가지 진리가 있다. 삶을 선택하라. 살아가는 것만큼 경건한 일은 없다.
- 레지나 브렛,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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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의사들이 암 환자에게, 병을 낫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병을 치유하는 일에 자신의 ‘마음 자세’가 중요한 변수라는 말이 되겠다. 많은 환자들을 보아 온 의사는 암을 극복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가진 환자와 자포자기에 빠진 환자 중에서 누가 더 암을 잘 이겨 낼지를 알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것이다.
삶에는 좋은 일로만 가득할 수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안다. 행복한 시간만 있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안다. 앞으로 고통이나 좌절을 피할 길이 없는 시간이 오리라는 것도 우리 모두 안다. 중요한 건 겪고 싶지 않은 나쁜 일을 겪을 때 그것에 대처하는 우리의 마음 자세일 터이다.
우리의 인생길은 희비가 교차하는 길이다.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은 인생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임을 공감하게끔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래서 특히 굳센 의지가 필요한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 끝에서 시작하면 끝이 맨 앞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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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맨 앞(제목)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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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며 놀던 기억이 있다. 물론 엉터리 다이빙이었다. 깊은 수영장은 아니었지만 다이빙을 하면 내 몸이 물속에 잠길 정도는 되었다. 다이빙을 해서 풍덩 하고 물속에 들어가면 잠깐 동안 헤매다가 내 발이 수영장 바닥에 닿는 걸 느낄 때가 온다. 그때 발로 바닥을 뻥 차고 몸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곤 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맨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그 끝은 바로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어려운 일을 겪게 되어 내가 삶의 종점에 서 있다고 느낄 때가 오면 그렇게 생각해야겠다. 시의 제목처럼 ‘지금 여기가 맨 앞’이 될 수 있다고.
(3) 칼럼을 일기라고 말했다 :
인터넷을 통해 경향 신문에 쓴 저자의 칼럼을 보고 ‘칼럼 참 잘 쓰시네.’ 하는 생각이 들어 이문재 시인의 책 두 권을 샀다. <지금 여기가 맨 앞>과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이다. 전자는 시집이고 후자는 산문집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이 대중 매체에 쓰는 칼럼을 일기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늘날 ‘대중 매체’는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이 모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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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이 대중 매체에 쓰는 칼럼을 일기라고 말했다. 시인은, 문인은, (자신과 무관한 일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지식인은 대중 매체에 일기를 쓰는 것이다.
- 이문재,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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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일기를 쓰듯 글을 쓴다면 쉽잖아. 괜히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고 그동안 글을 조심스럽게 썼잖아. 그래서 내 블로그에 글을 조금밖에 못 올렸잖아.’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내 글에 기대하지 않을 텐데 난 무척 조심스럽게 글을 쓰는 것 같다고 느낀다. 자기 관리에 철저해서가 아니다. 형편없는 글을 써서 창피할까 봐 그런 것이다.
블로그에 일기처럼 글을 쓴다고 치자. 그런데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건 쉽겠는가. 일기의 장점은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맘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인데 그 장점이 사라져도 과연 자유자재로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난 이 글을 읽고 위로가 되었네. 위축된 내 마음을 위로하는 글로 읽었네. 앞으로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일기를 쓰듯 글을 쓰리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대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대중 매체에 쓰는 칼럼을 일기라고 말했다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이문재 시인도 동의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앞으로 블로그에 글을 쓸 때 평소처럼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쓰려고 한다. 마치 일기장에 낙서를 하듯 부담 없이 쓰려고 한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왠지 앞으로는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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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쟁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넋두리가 있다. 글쓰기는 언제나 처음이라고, 백 편의 글을 쓰면, 그만큼 글을 쓰는 노하우가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시든, 산문이든, 일기든 글은 매번 첫사랑처럼 다가온다. 도무지 알은체를 하지 않는다. 매번 통사정을 해야 한다. 첫 문장 쓰기가 첫사랑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힘들다. 그것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내가 제대로 게으르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 이문재,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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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하는 생각이, 예전보다 요즘이 글쓰기가 더 어렵다고 느낀다. 지금보다 예전에 글을 쓸 때가 쉬웠다고 느낀다. 글을 쓸수록 쉬워져야 하는데 그 반대다.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이 문제인지 골똘히 궁리해 봤는데 머릿속에서 두 가지가 잡혔다. 첫째,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해서 내 두뇌의 구조가 바뀌어 버려서일지 모른다는 것. 둘째, 글을 잘 쓰려면 산책하면서 사색을 많이 해야 하는데 지난 7월과 8월이 너무 더워서 산책을 많이 하지 못해서일지 모른다는 것. 정답은 모르겠으나 여기까지 생각했다.
..................<후기>..................
(1)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 과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를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네.
(2) 끝에서 시작하면 끝이 맨 앞이 된다 : 극과 극은 통하는 법. 불행이 오면 불행을 이겨 낼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며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네.
(3) 칼럼을 일기라고 말했다 : 일기를 쓰면 글이 길어진다. 글감이 없어서 일기를 쓰지 못할 때는 없다. 이 서재에 글을 쓸 때도 일기처럼 술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