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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가정을 한번 해보자...
어느날 교통사고로 몸의 어느 부분인가를 다쳤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와보니 부러지거나 심하게 다친 곳이 없었다. "뭐 이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지"...그런데 다음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총천연색 칼라풀 하던 세상이 갑자기 온통 회색으로 변해버리고, 모든 사물이 명암으로만 구분되는 것이다. 애시당초 그렇게 태어났다면 모를까? 더군다나 화가라는 직업은 색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이 아닌가?... 이 책에서 맨 처음 소개된 전색맹에 걸린 화가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다.
흑백 텔레비젼만 보던 어린 시절에는 모든 텔레비젼이 흑백인 줄 알았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무지 비싼 칼라텔레비젼이 등장하였다. 우리 집은 당시 컬러 텔레비젼을 살 만큼 여유가 없었는지 텔레비젼을 오로지 바보상자로만 알고 계시는 아버지께서 흑백도 과분하다고 느끼신 건지 남들 다 컬러텔레비젼 보던 게 유행이 아니라 보편이 되어가던 시점을 한참 지나서야 컬러텔레비젼을 구경할 수 있게된 기억이 난다. 친척집에 놀러가 총천연색 텔레비젼을 보고 우리 집에 와서 흑백 텔레비젼을 보면 그렇게 답답하고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그런데 단지 텔레비젼이 아니고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뒤덮혀 보인다면??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들은 아니지만,어디선가 "정상"인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말 못할 고통을 받는 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 제목이 "화성의 인류학자"여서 도대체 뇌의 작용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게 책 제목과는 매치가 안 되었는데,책의 말미에 어렸을 때부터 자폐증에 걸린 이력이 있는 "템플"박사가 평범한 지구인(?)과는 달랐던 자신의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부분에서 나오는데 충분히 공감이 갈만했다.
언젠가 본 <이퀼리브리엄>이라는 영화에서는 인간에게 감성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약을 주기적으로
먹이는 장면이 나오는데,"템플"박사는 선천적으로 감성이 "보편적"으로 많이 부족해서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저자인 색스 박사도 잠깐씩 당혹스런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물론 그는 의사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두뇌의 활동방식이 달라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일반인이 갖지 못하는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어린 나이지만 뛰어난 그림실력으로 주변을 놀라게 한 이,몇 십년전에 떠난 고향을 마치 어제 본듯이 그림에 담아내는 이,투렛증후군을 겪으면서도 수술에 있어서는 놀라운 의술을 보여준 외과의사... 일반적으로 "병"내지 "질환"이라고 칭해지는 환경에 처해있으면서도 그들이 이와같은 능력을 보여준 것은 그들의 의지나 선천적인 요소들도 작용하지만,그들의 주변에서 무한한 애정으로 함께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의학과 관련된 전문용어에 무지한 나같은 사람들이 읽어내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인간은 "정상"이 아닌 환경에서도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독자적인 영역 구축이 가능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