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Volkswagen > 일간 스포츠 기사

하루 소설 4~5권은 기본, 읽은 책 많은데 리뷰 밀려 걱정

인터넷 리뷰어 3명이 말하는 ´인터넷 서평´

어떤 사람들이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서평을 올리는가. 인터넷 서점의 서평란을 보면 일주일에 무려 10권의 책을 읽고 글을 올리는 열혈 리뷰어들이 꽤 있다. 과연 이들은 그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을까. 혹시 인터넷 서점의 알바는 아닐까. 독자들은 매우 궁금하다. 일간스포츠(IS)가 독자들의 궁금증을 대신해 열혈 리뷰어들에게 매우 도발적 질문을 던져 봤다. 이름하여 '리뷰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인터넷 서점 예스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in.co.kr), 그리고 인터파크(www.interpark.co.kr)가 추천한 전수정(24.학생) 금정연(25.학생) 홍의진 씨(30.주부) 등 3명이 답해 줬다.

 


■돈이 궁해서 리뷰를 쓴 적은 없나.
금: 처음부터 대답이 꽉 막히는 질문을 하다니 섭하다. 사실 시작이 그랬다. 대학에 막 입학해서 아이쇼핑만 하다가 한 달에 10편을 쓰면 5000원의 적립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형도 전집>의 서평이 '이주의 마이 리뷰'상을 받으면서 상금이 꽤 쏠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전문꾼이라고 찍혀서 상도 주지 않는다.
전:/b> 이젠 돈 때문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중독이 돼 리뷰를 쓴다.
홍: 돈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전단지 알바를 하겠다.

■순위를 높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책의 리뷰를 쓴 적은 없는가.
금: 초보 시절엔 순위보다는 한 달에 열 편을 채우려고 전공 수업 교재로 쓰였던 책의 리뷰를 쓰기도 했다.
전: 솔직히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서 리뷰를 썼다. 미쳤다 작정하고 수업 시간에 언급된 추천 도서를 다 읽으려 했다. 그 책 중 절반은 나를 좌절로 몰아넣었다. 특히 대학 1년 때 뭣도 모르고 읽었던 그 어려운 사회 과학 고전들, 머리가 아프다.

■리뷰 쓰기에 열중해 사는 데(취업에) 소홀한 건 아닌가.
전: 아! 정곡을 찌르는 질문. 책을 안 읽었으면 무언가 거창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될 때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살고 싶진 않다.

■한 달에 몇 권 정도 구입하나, 혹시 도서관에서 빌려 보진 않나.
금: 한 달에 15권 정도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고 있다. 높은 책 가격이 갈수록 미워진다.
전: 부모님이 나의 책 구입 액수를 아신다면 그날로 나의 독서 인생은 끝날지도 모른다. 교내 근로 수입과 용돈 모두를 출판사에 바쳤고, 때때로 마을버스 요금을 절약해서 책을 사야 했다. 이젠 고정 수입이 없어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지만 빌린 책 중 소중하게 읽은 책은 반드시 산다.

■일주일에 몇 권씩 서평을 쓰는데 그게 정말 가능한가.
금: 가능하니까 쓰겠지? 하루에 영화를 세 편씩 보는 사람들도 있고, 메이저리그 전 구단의 선수들의 이름과 성적을 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읽은 책은 많은데 리뷰가 밀려서 걱정일 때가 많다. 책이 너무 재미없는 경우엔 도중에서 멈추기도 한다.
홍: 보통 사람이 힘들다고 모든 사람이 다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소설은 4~5권도 읽는다.

■당신의 리뷰가 독자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금: 있다. 취향의 문제가 그렇다.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극찬을 늘어놓지만 사실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읽지 못하는 책도 있다. 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영향력이 있을라고.

■책 많이 읽은 사람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나.
금: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남들이 똑똑하게 봐주는 편, 헤~.
전: 부끄럽지만 읽은 책의 저자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 않다. 하지만 사고의 폭은 확실하게 넓혀 준다. 가끔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말을 듣는다.

■당신의 리뷰 중 "이건 너무 끔찍하다"면.
전: 하루키의 <오블라디 오블라다 …>의 리뷰는 완전 잡담이었다.
금: 초창기에 쓴 몇몇 리뷰들은 지우고 싶다.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은 대학 1학년 때 읽었는데, 결론은 "어렵다"였다.

■나만의 귀중한 책은.
금: 우디 앨런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 같은 세상>은 재기발랄하고 즐겁고 위트와 역설이 가득한 그야말로 우디 앨런다운 책이다. 아쉽지만 절판됐다. 절판돼서 흐믓하다. 우주적 유머를 알려주는 커트 보네거트의 <타이탄의 미녀>도 꼽고 싶다.
전: 조주은의 <현대 가족 이야기>는 대기업 노동자의 아내로 살면서 경험한 가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인다. 폴리 토인비의 <거세된 희망>은 영국 저소득층의 삶을 써내려 간 수작이다.
홍: 글쎄.

■이런 서평은 믿지 마라.
전: 서평은 독서를 좀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뿐.
금: 자기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다는 한마디 말 없이 다짜고짜 칭찬을 늘어놓는 책이라면 작업(?)의 냄새가 난다.

3인 프로필
금정연 씨: 알라딘 리뷰 랭킹은 170위 정도. 알라딘의 '이 주의 마이 리뷰' 5회 수상. 예스24에서도 10여 차례 수상.
전수정 씨: 예스24의 리뷰 건수는 882개. '이 주의 독자 리뷰' 10여 회 수상.
홍의진 씨: 인터파크의 리뷰 건수는 100여 개. '이 주의 독자 서평' 한 차례 수상.

강인형 기자 <yhkang@ilgan.co.kr>
2005.09.29 11:2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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