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못보지만, 영화배우 송강호씨가 (백세주광고로 기억한다) 게으른 가장역을 맡았던
적이 있다. 부인은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소파에 누워 빈둥빈둥 거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부인이 "여보,빨래 좀 개줘요"하니까 빨래를 집어서 옆에 있던 개한테
집어던지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완전히 뒤집어졌었다.
그런데 낄낄 거리고 웃는 내 옆에 앉아있던 집사람이 "똑같해,증말 똑같해"하면서 혀를 끌끌 
찼었다. 누군가 내게 제일 싫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다른 것도 많겠지만 우선은 "청소"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것은 나의 성장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가리가 조금 컸다고 생각되는 중고교 시절 우리 아버지는 유난히 청소와 집안정리를 강조하셨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침에 일어나 1시간 정도 청소하고, 오후 5시 무렵이 되면 다시 청소를 하는 것이다.
오전,오후 나누어 청소하는 것도 그 나이때에는 싫은 법인데,청소를 하는 내내 계속 쫑코를 먹는게
사실 더 지겨웠다.
"이렇게 밖에 못하냐?", "이걸 청소라고 했냐?",등등등 앞에 이야기보다도 더 심한 말도 많이 들었다.
지나놓고 생각하면 못하더라도 다독이면서 얼르고 달래서 잘하게 유도를 하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그리고 그리 청소를 못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고....
또 한번의 경험은 군생활하면서 겪은 것이다. 주 보직이 야간경계병이었는데 말번 근무를 할 경우에는
위병소대 병력들과 교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위병 고참 중에 성질이 뭣같은 인간하고 자주 교대를 하게 되었는데 이 사람이 지 기분이 안 좋으면 초소 청소상태를 갖고 속된 말로 지랄을 해댄다.
"여기도 지저분,저기도 지저분... 이런 뭐 같은 XXX들" 등등등 당연히 우리 아버지한테 듣던 욕보다 더 모욕감을 느끼는 잔소리를 얻어먹곤 했다. 이러저러한 연유로 청소 잘하는 것이 내가 소질을 갖고 있지 못한 영역이라고 내 맘대로 생각해 버리고,결혼 이후 거의 청소를 안하고 버티었다.
그런데 집사람도 다른 데는 청소를 하지만 내 서재방은 일체 청소를 안하는 것이다.
전혀 청소를 안하는 주제에 내 서재방 청소하라고 할 염치는 없어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집사람한테
시킬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큰놈(!)한테 너와 나의 공동생활공간(컴퓨터를 같이 갖고오니)을 깨끗하게
해야 되지 않겠냐고 설득을 해서 청소를 시켰다.
워낙에 청소기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가,나와는 다르게 7살 짜리 치고는 말끔하게 정리를 잘하는 편이어서 내 서재방 전담 청소반장으로 임명해 주었다.
물론 이런 일에는 돈이 드는 법이어서 아직 상황파악을 못한 녀석에게 쌍안경도 하나 안겨주어 그 녀석의 기쁨을 두배로 만들어 주었다. 당분간은 송강호 씨처럼 지내도 될 것같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arine 2004-12-0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구아빠님, 너무 재밌어요^^ 저도 청소는 정말 젬병인데 같이 살 친구가 워낙 깔끔해 고민 중입니다

짱구아빠 2004-12-0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도 청소 잘하시는 분들 보면 존경스러워요.. 요즘에는 집에서 점수를 잃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고구마 껍질 벗기고,후라이팬에 기름 두르는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