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을 검색해 보니 개정판이 나온 책이다.
내가 갖고 있는 이 책의 출간시기는 2003년이니 책장에 장장
6년을 꽂아넣고 무심하게 있다가 엊그제 불현듯 뽑아서 단 이틀만에
거의 마무리 했다.
조지 오웰.. 1984와 동물농장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인데,
이 책이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닌 파리와 런던(두 도시 모두 나름 "낭만"이라는
단어와 친하다고 생각해서 더욱 의외였음...누구나 알만한 도시들은 모두 빈곤과
부랑자,노숙자들이 예외없이 존재하는 거 같다) 에서 참으로
빈궁하기 이를데 없는 20대를 보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밥을 굶지 않을 정도의 가난이라면 견딜만할텐데,
매 끼니와 잠자리를 구하기 위하여 갖은 모욕과 설움을 견뎌내야
하는 이야기가 이어지니 "가난"과 "궁핍"에 대한 공포가 더욱 증대된다.

직장을 갖고 넥타이 매고, 아침마다 사람들에게 부대끼며
졸리는 눈을 비벼가며 무거운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다가도
이런 류의 책을 보면 " 밥을 굶을 수는 없지, 그래도 회사 다니는게 어디야?"라는
마음을 먹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팁 한가지...
고급 식당 일수록 위생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점을
조지 오웰은 실전 경험으로 알려준다.
엑스 호텔에서 접시닦이를 하면서 보고 들은 
생생한 현장을 알려준다.
고상하고 안온한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달리 주방은 그야말로 전쟁터..
온갖 쓰레기와 욕설이 난무하며
실수로 땅바닥에 떨어진 고기를 버리고 새로 다시 굽기보다는
잘 닦아서 손님에게 내어놓는 것이 미덕으로 통하는 시스템..
벌이가 변변치 않아서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 식당을 
별로 다녀보지 못했음을 다행으로 알고 살아야 하나? 

조지 오웰은 책의 말미에서 밑바닥 생활을 바탕으로 한
부랑자들의 어려움과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후 50년이 넘게 지나도 서울역을 비롯한 도심 여기저기에
노숙자들이 있는 걸 보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싶다.

워낙 생생한 밥벌이의 고난과 밥 빌어먹음에 대한 묘사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ㅡ..ㅡ)을 증진하는 촉매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토요일)도 열심히 시간외 근무를 하고 왔다...
이 글을 쓴 토요일에서 일주일이 지난 토요일에도 시간 외 근무하면서
수정하고 있다.. 이런 된장...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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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09-11-29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말테의 수기'도 생각났습니다. 저자는 인도에서 경찰관(?) 생활을 청산하고 밑바닥 생활을 했지요. 그의 '1984'를 읽고, 최근 출간된 '하루키'의 '1Q84'를 읽어보면 어떤 생각이 떠 오를 것같습니다.

짱구아빠 2009-11-30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펠렉스님> 으흠.. 말테의 수기는 읽어보지 않았는데요.. 읽어보아야할 책목록에 올려놓아야지 싶네요.. 이 책을 보고 어제(11/29..일욜) 도서관에 4시간 동안 죽치고 앉아서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나름 열심히 읽었는데요... 이 책에서 가진 느낌을 빈곤에 관심을 가진 헨리 조지라는 미국 경제학자의 저서들로 연결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제학자들 내에서는 그닥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분은 아니지만, 빈곤의 문제에 대한 제법 많은 의문을 풀어내는 단초를 제공받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