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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들려줄게 ㅣ 단비어린이 문학
조연화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월
평점 :
지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나라가 되었지만 오래전에는 정말 작고 가난한 나라일 뿐이었죠. 그런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에 많은 나라들이 참전해서 도와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미국, 영국, 터기, 캐나다, 호주, 그리스, 필리핀 등 많은 나라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에티오피아에서도 우리를 돕기 위해 먼 곳에서 왔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사실 이 동화책이 아니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거에요. 우리나라를 도왔던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감사함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강뉴부대가 참전한 이유가 주는 감동까지 선사하는 동화책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뭉클함이 오랫동안 남아 있는 여운있는 이야기, 바로 단비어린이 《내 이름을 들려줄게》입니다.
선생님이 우리 가족 자랑거리 이야기를 숙제로 내주자 강뉴는 머리가 하얘집니다. 5월 내내 가족 이야기만 해서 학교 오는 게 죽을 맛인 강뉴는 다문화 자녀입니다. 갈색 푸들보다 더 얼굴이 까맣고, 머리카락도 푸들처럼 꼬불거려서 푸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에티오피아 가난뱅이를 줄여서 '티뱅'이라고 부릅니다. 강뉴 할아버지는 세상 최고로 가난한 나라 에티오피아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런 별명이 싫어 이름을 불러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강뉴는 에티피오아 이름도 싫어 그런말조차 꺼낼수가 없네요. 아빠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육군 원사,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인 해준이는 벌써부터 신이 났습니다. 반면 같은 다문화 가족인 채리는 엄마가 뉴욕에서 모델이었던 탓에 인기가 많아 만날 놀림 받는 강뉴와는 처지가 전혀 다릅니다.
할아버지는 89세인데다 장애인이라 엄마는 늦게까지 장사를 합니다. 강뉴는 늦는 엄마 대신해 할아버지에게 자랑거리 비슷한거라도 알려달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황제와 나라를 지키는 최고의 황실 근위병이었다고 말합니다. 에티오피아와 대한민국을 지켜냈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눈이 빛났지만 강뉴는 할아버지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에 화를 내죠. 할아버지 때문에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만날 혼자일 뿐이라고. 그날 저녁,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전국가에 대해 알아보던 강뉴는 춘천에 참전기념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다음날 혼자 길을 나섭니다. 그런데 뜻밖에 해준이를 만나게 되고 해준이는 강뉴를 따라 오네요. 그렇게 뜻밖에 동행을 하게 되면서 강뉴는 해준이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죠. 춘천에서 강뉴와 해준이는 에티오피아 기념관을 방문하게 되고,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이름이 에티오피에서 한국전쟁에 파병한 군대인 '강뉴부대'의 이름에서 따온 것임을 알게 되죠.
모두들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참전했지만, 에티오피아는 달랐다. 에티오피아는 강대국의 침략으로 고통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들 힘없는 나라의 요청을 외면했다. 결국 식민지가 되어 한동안 자유를 잃고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름도 몰랐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전한 것이었다. 오직 '약한 나라, 약한 사람들도 똑같이 자유를 누려야 한다.'라는 신념 하나로 말이다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휴전선 최전방에서 싸웠다. 그리고 전승의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어 냈다. 강뉴(칵뉴)라는 그들의 이름처럼, 한국의 자유를 위해 '이길 때까지! 이기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싸워 적을 초전박살'낸다는 그들의 오토대로 이룬 것이다. (본문 73p)
그리고 그곳에서 전쟁 고아들을 돌보는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 사진을 발견하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최고로 멋진 군인, 아니 영웅이라는 것을 이제사 알게 된 것입니다. 이제 강뉴는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자기의 이익이 아닌 작고 가난한 나라의 자유를 위해 달려와준 나라, 전쟁이 끝나서도 전쟁 복구를 도와주느라 한국에 오래 남아 있었던 나라, 아무 상관도 없는 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나오는 전쟁고아들을 위해서 고아원을 세우고 보살펴줬던 강뉴부대 용사들. 짧은 동화책 속에는 아주 크고 넓은 용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우리의 일부 잘못된 시선들에 대해 꼬집음과 동시에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참전국가인 에티오피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이 동화책을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함과 미안함을 담아 고개숙여 인사드려 봅니다.
(이미지출처 : '내 이름을 들려줄게'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