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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실종 사건 ㅣ 단비어린이 문학
최수영 지음, 정수씨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3월
평점 :
요즘도 간혹 뉴스에는 길고양이 학대에 관한 끔찍한 사고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고양이의 눈이 무서워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그런 뉴스를 보면 정말 화가 나곤 합니다. 간혹 길에서 마주하게 되는 고양이들은, 사람들의 인기척에도 경계하고 두려워 재빨리 숨어버립니다. 누군가 내밀어준 따뜻한 온정에도 경계해야 하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지 짐작할 수 있지요. 단비어린이 《길고양이 실종 사건》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입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그들의 입장을 한 번 들어보면 어떨까요?
이 동화책은 고양이 마을에서 일하는 고양이 변호사 카레, 세상에 둘도 없는 카레의 소중한 친구이자 고양이 마을에서 제일 잘나가는 탐정 짜장이 길고양이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등 냥에게서 생선 토막을 훔쳐 달아난 검댕 냥을 재판을 넘겨 죄값을 톡톡히 받게 한 능력있는 고양이들이에요. 어느 날, 동네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고양이 밀크 냥이 이들을 찾아옵니다. 밀크 냥은 동생이 나쁜 냥들에게 납치 당한 것 같다며 동생 흰냥이를 찾아달라고 하지요.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고 도움을 청했지만 담당 경찰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말만 되풀이했고, 동생 친구들 말로는 산 입구 바로 아래에 험상궂은 냥들이 모여 지나가는 어린 냥들을 괴롭힌다고 하네요. 그래서 카레와 짜장이 흰냥이를 찾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먼저 몽타주를 그려 제보를 기다려봤지만 황당한 전화만 빗발쳤어요. 하지만 카레는 하루 종일 걸려 온 전화 내용을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면서 흰냥이가 감나무 마을로 올라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렇게 감나무 마을로 흰냥이를 찾으러 가던 카레와 짜장은 험상궂은 냥들을 통해 파란 대문 집 할배가 사료에 독을 넣어 고양이를 죽인다는 소문이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요. 그렇게 파란 대문 집으로 향하던 카레는 대문 앞에 새장 모양의 커다란 철망이 있고 거기에 물이랑 고양이 사료가 들어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목도 모르고 출출하던 카레가 이동장 안으로 발을 내디뎠지만 짜장의 도움으로 고양이 덫을 피할 수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대문 안으로 들어간 이들은 마당 안쪽 흙다닥에서 흰 털을 발견하면서 흰냥의 흔적을 찾아가지요. 하지만 담벼락 아래에 놓인 참치캔의 유혹을 받게 되고, 시커먼 빗자루를 휘두르는 파란 대문 집 할배의 공격을 받는 등 위험한 순간에 놓이게 됩니다. 다행이 도망을 치는 과정에서 붉은 피가 묻어 있는 쓰레기 봉투를 발견하게 되고,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는 흰 고양이를 구해냅니다.
이제 카레와 짜장은 동물보호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배를 고소하기로 하지요. 이들은 고양이 법원에서 발급한 고소장을 할배에게 전해주고, 할배는 뭔가 찌르르르하는 이상한 느낌이 든 뒤에 고양이 글을 읽고, 고양이 말을 듣게 되면서 이들의 재판이 시작됩니다. 할배는 고양이들이 밤늦도록 듣게 싫게 울어 대고, 쓰레기봉투를 죄다 쥐어뜯어 난장판을 만들어 놓을 뿐만 아니라, 더러운 쓰레기를 여기저기 흩어 놓는 고약한 행동만 골라서 한다며 고양이의 잘못을 지적하지요. 카레는 매일매일 먹을 거리를 찾아 나서야하는 고통을 이야기합니다.
"배고픈 고양이지, 도둑고양이는 아닙니다. 사람들은 냉장고에 음식을 잔뜩 쌓아 놓고 살지만 고양이는 매일매일 먹을거리를 찾아 나섭니다. 사람들이 다 먹지 못하는 그 음식을 조금만이라도 나눠 준다면 배고픈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본문 90, 91p)
이 동화책은 이렇게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재판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어요. 《길고양이 실종 사건》은 사람과 길고양이의 갈등을 서로의 입장에서 대변하고 설득하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법을 찾아갑니다.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알아볼 수 있어서 색다른 재미도 있었던 거 같아요. 길고양이들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할배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대가 정당화 될 수는 없겠지요? 길고양이들의 녹록치 않은 삶을 엿보게 되면서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미지출처: '길고양이 실종 사건'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