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를 바꾼 결정적 만남 생각이 자라는 나무 4
이광희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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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대별로 사건을 늘어놓는 방법으로 역사를 배우는 방법과 달리 하나의 주제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방법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듯하다. 푸른숲주니어 《푸른숲 역사 퀘스트》시리즈 또한 하나의 주제로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인데, 얼마 전 《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를 통해 조선의 정치, 사회사에 대해 알아가는 구성이 마음이 들었던 탓에 이 시리즈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번에 접하게 된 내용은 역사의 인과관계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 역사 속 결정적 사건들을 바라보게 되는《한국사를 바꾼 결정적 만남》이다.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시피 세종과 장영실, 정조와 정약용의 만남이었다. 이들의 만남이 있어 조선이 과학 강국을 만들어갈 수 있었을 게다.

 

우리는 역사의 기록 속에서 종종 특별한 만남을 찾아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그 특별한 만남이 역사를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본문 11p)

 

이 책은 삼국 정립에서 고려 멸망까지, 조선 건국에서 국권 강탈까지, 개화기에서 현대까지로 나뉘어 38명의 인물, 50여 사건의 물고 물리는 인과관계를 파헤침으로써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 역사 속 사건들을 바라보게 한다. 여기에는 세종과 장영실의 만남같은 환상의 콤비도 있겠지만, 서로간의 대립으로 인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주몽과 소서노의 만남은 고구려와 백제라는 두 나라를 세우는 계기가 되었고, 연개소문과 김춘추의 만남은 무척 거대한 결말을 가져왔다. 평양 회담 결렬로 삼국의 판세가 바뀌었으니 말이다. 동지에서 적이 된 고려의 공동 창업자인 궁예와 왕건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비극으로 끝난 만남이지만, 오백년 역사를 이어 갈 고려가 건국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의리로 만나 의심으로 파멸한 공민왕과 신돈의 만남이 뿌린 마지막 씨앗이 결국 '조선 건국'이라는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된 것을 보면, 역사적인 사건들은 인과관게에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미뤄짐작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만남은 15세기 조선의 과학 문명을 활짝 꽃피게 만들었다. 세종대왕의 아이디어가 장영실의 손에 의해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세종의 식견과 안목은 장영실이라는 천재를 알아보았고, 장영실은 자신의 독보적인 역량을 과학 기술 개발에 마음껏 펼쳐 볼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선조와 이순신은 가장 무능한 왕과 가장 용맹한 장수로 남았다. 이 외에도 김옥균과 민영익, 전봉준과 최시형, 여운형과 김규식, 김구와 이승만, 박정희와 김대중, 전태일과 조영래 등의 만남 역시 새로운 역사적 사건들을 만들었다.

 

《한국사를 바꾼 결정적 만남》은 이처럼 역사 속 인물들의 만남을 통해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역사에 만약에는 없지만, 각 이야기 말미에 '만약에'라는 가정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상상해보는 재미를 더한다. 인물로 역사적 사건을 알아보는 구성답게, 이 책은 복잡할 수 있는 사건들을 인물로 나누어 살펴본다. 인물의 관계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역사적 사건과 연결되어지면서 복잡할 수 있는 사건들의 흐름을 쉽게 이해시켜 준다는 장점을 지닌 책이다. 하나의 시각이 아닌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방법을 일깨우는 책이기에 청소년들에게 강추하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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