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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우 아저씨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8
민사욱 그림, 송정화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11월
평점 :
2015 우수 출판콘텐츠 당선작 <<붉은 여우 아저씨>>는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시리즈의 48번째 이야기입니다. 책 제목에 걸맞는 붉은 색의 표지 삽화가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네요. 색감은 강렬한 듯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 속을 걷는 나무, 모자를 쓴 독수리, 붉은 자켓을 입은 하얀 여우가 왠지 코믹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표지삽화입니다. 이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책을 펼쳐보았더니 뜻밖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네요.
흰 털을 가졌지만, 항상 붉은 모자를 쓰고, 붉은 신발을 신고, 붉은 가방을 메고, 붉은 옷을 입고 다녀서 '붉은 여우 아저씨'라 불리는
여우가 있습니다. 저는 까만 색 콧수염이 좀더 인상적었지만요. 이른 아침, 붉은 여우 아저씨는 친구에게 전해 줄 것이 있어서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답니다. 집을 나서고 얼마쯤 지나자 붉은 여우 아저씨는 들풀 가득 찬 곳에 오게 되었어요. 멀리 대머리 독수리 한 마리는 키 큰 나무에 홀로
앉아 있었지요. 헌데 그때, 대머리 독수리가 잽싸게 날아와서는 붉은 여우 아저씨의 모자를 물고 갔답니다. 대머리 독수리는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어요.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5/12/18/22/jin9802_7410148751.jpg)
"고마워요, 붉은 여우 아저씨. 그동안 혼자여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몰라요. 이제는 이 붉은 모자 덕분에 더 이상 대머리라고 놀림을 받지
않게 되었어요."
그러자 붉은 여우 아저씨는 잘 되었다며, 친구를 만나는 데 함께 가 주지 않겠냐고 합니다. 대머리 독수리는 환하게 웃으며 아저씨랑 함께하면
행복할거라며 따라나서지요. 붉은 여우 아저씨와 대머리 독수리는 먼 길을 떠났어요. 그러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곳에 오게 되자 대머리 독수리는
잠시 햇볕을 피해 가자고 말합니다. 붉은 여우 아저씨는 너무 덥고 지쳐서 버드나무 곁에 신발을 벗어 두고 다리를 쭉 뻗고 누웠어요. 그때,
버드나무가 갑자기 온몸을 힘겹게 움직이더니 붉은 여우 아저씨의 신발을 성큼 신는 거에요. 그러더니 웅덩이로 달려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목말라 죽을 뻔했지만 붉은 신발 덕분에 더 이상 목마르지 않게 되었다며 붉은 여우 아저씨에게 고마워하네요. 붉은 여우 아저씨는
이번에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를 만나는 데 함께 가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붉은 여우 아저씨, 대머리 독수리, 버드나무는 함께 하게 되었고
바다에 오게 되었지요. 그러다 모두 지쳐서 잠이 들었을 때 숭어 한 마리가 붉은 여우 아저씨의 가방을 낚아채 잽싸게 알들을 가방에
넣었어요.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5/12/18/22/jin9802_4325520007.jpg)
그리고 더 이상 알을 잃을까 봐 걱정하지 않게 된 숭어도 붉은 여우 아저씨와 함께 친구를 만나러 가는 데 함께 하게 됩니다. 이들은 눈이
소복이 쌓인 하얗고 고용한 마을에 이르렀고, 붉은 여우 아저씨는 작은 집 앞에 웅크리고 있는 한 아이를 보게 됩니다. 붉은 여우 아저씨는 달려가
자신의 붉은 옷을 벗어 아이에게 덮어 주지요.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와 숭어가 묻습니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5/12/18/22/jin9802_7594183730.jpg)
"붉은 여우 아저씨, 이제 친구를 만난 거예요?"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5/12/18/22/jin9802_3543017221.jpg)
붉은 모자, 신발, 가방, 옷도 없는 붉은 여우 아저씨는 하얀 털만 남게 되었지만, 친구를 만났다며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아저씨는 친구들에게 모자와 신발과 가방과 옷 뿐만 아니라 영원한 친구가 되어 주겠노라고 약속했지요. 대머리 독수리, 버드나무, 숭어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갔지만 붉은 여우 아저씨는 그들이 놀림을 받지 않게 되어서, 목마르지 않아도 되어서, 알을 잃어버릴 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가 되지요. 붉은 여우 아저씨가 만날 친구가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그 여정을 따라갔는데 뜻밖에도 친구들은
여정을 통해 만나게 된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와 숭어 그리고 아이였어요. 붉은 여우 아저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이 아니라 나눔과
동행을 통해 모두의 친구가 되기 위해 길을 나섰던 것은 아닐까요? 붉은 여우 아저씨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기도 하고, '행복한 왕자'같기도
하네요. 붉은 여우 아저씨는 나눔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정말 마음 따뜻한 아저씨인거 같아요.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 숭어는 아저씨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함께 동행을 하게 되고,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나눔과 동행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붉은 여우 아저씨는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같았지만, 전혀 창피하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행복한 왕자처럼 가진 것을 모두
나누어 주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보였으니까요. 사랑을 실천하는 붉은 여우 아저씨를 통해 우리는 나누는 것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네요.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붉은 색이 참 강렬하게 느껴진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 붉은 색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붉은 여우 아저씨>>가 추운 겨울처럼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어
함께 나누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작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렇듯 따뜻한
이 그림책이기에 많은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 그림책은 어떨까요? 모두가
따뜻한 겨울이 될 거 같아요.
(이미지출처: '붉은 여우 아저씨'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