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독일 오펜바흐 문학상 수상작이자 독일 TV 화제의 드라마 원작소설인 <<한여름 밤의 비밀>>은 예기치 않은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스릴러 이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역사를 배경으로 하여 전쟁의 고통, 슬픔, 한 등을 이야기 하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작가 얀 제거스는 마부르크 문학상, 오펜바흐 문학상, 스위스 추리소설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명실공히 독일 스릴러 문학의 거장으로 떠오르는 인물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은 그의 <마탈러 형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호프만 씨가 생전 처음으로 TV 방송국에 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비롯된다. 호프만 씨는 일흔다섯으로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앞으로도 오래 살기를 바라며, 또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여자 친구 블랑슈 양보다 먼저 죽는 것이다. 스물일곱 살에 미혼인 발레리는 아르페 TV 방송국에서 일하며 이번 <당신과 나 같은 이웃들>이라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과 그들의 평범한 삶에 대해 보여주는 방송에 호프만 씨를 초대했다. 이 방송에서 호프만 씨는 자신은 독일인이었으며 열두 살까지 프랑크푸르트에서 살았고, 부모님 없이 아버지 친구를 따라 혼자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고 밝힌다. 호프만은 이후 유대인이었던 부모님의 소식을 듣지 못했으며, 잊으려 노력했다고 덧붙힌다. 자신은 유대인에 대해서도 나치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지 않았고,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길 원했기에 이후 단 한 번도 그 땅을 밟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은 잊으려 노력은 할 수 있지만 사실 불가능했고,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었다는 용기있는 고백을 하게 된다. 방송이 끝난 후 호프만 씨는 자신을 크리스틴 들로네라 밝히는 어떤 부인으로부터 전해줄 편지가 있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부인은 그 편지 봉투에 호프만 씨의 이름과 아버지 이름 그리고 '아우슈비츠'란 글자가 써 있다고 했다.

 

호프만은 발레리와 함께 들로네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전달한 봉투에는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한여름 밤의 비밀'이라는 자크 오펜바흐의 친필 오페레타 악보가 담겨 있었고, 이는 수백만 유로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발레리는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독일 음악 출판사와 만남을 추진하자고 하지만, 호프만의 반대로 발레리는 악보의 저작권 문제를 계약하기 위해 홀로 떠나게 된다. 이후 발레리의 약속장소였던 강 위에 떠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다섯 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이 돈이나 귀금속에 관심이 있어 범행을 저지른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이 사건에서 레스토랑의 주인은 사라졌으며, 발레리의 행방도 알 수 없었다. 경찰청 강력계 팀장 로버트 마탈러는 희생자들과 희생자의 주변인물들을 탐색하며 사건을 추적하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이었다. 독자는 마탈러를 쫓아 사건을 추적하다보면 악보를 둘러싼 욕망을 엿보게 된다. 그랬다. 겉으로 보기에 이 소설은 수백만 유로의 가치를 가진 악보를 차지하기 위한 살인 그리고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를 다룬 스릴러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건을 추적하고 진실과 가까워졌을 때 그 속에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범인을 추적하고 잔인하기만 한 진실이 드러나면서 비로소 이 소설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 잔인한 진실이 아니었다면 다소 긴장감 떨어지는 추리소설이라고 평가했을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소재였지만 스토리의 진행은 흥미롭지 못했다. 하지만 허구의 소설에서 역사의 진실을 보게 된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전쟁이 가져온 고통, 슬픔, 한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독일작가인 얀 제거스가 전범국가가 가진 역사의 치부를 소설 속에서 드러냈다는 점이 내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역사를 왜곡하고 숨기려는 일본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전쟁의 고통, 아픔을 가진 역사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일 게다.

 

60년 만에 공개된 세계적 음악가의 친필 악보를 둘러싼 이야기 <<한여름 밤의 비밀>>은 이렇듯 추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형사 마탈러의 캐릭터가 상당히 돋보이는 소설로 추리가 주는 긴장감보다는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를 염두해서 읽으면 작품을 오롯이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절대로 독자를 지루하게 하지 않는다'라는 좌우명으로 작품을 집필한다는 얀 제거스의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해본다.

 

(이미지출처: '한여름 밤의 비밀'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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