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 91세 엄마와 아들이 주고받은 인생 편지
앤더슨 쿠퍼.글로리아 밴더빌트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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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는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기에 한없이 용서가 되고 조건없이 사랑하며 뭐든 다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다 알고 있다는 지레짐작으로 인해 오히려 가족이기에 더 모르고, 가깝다는 이유로 더 많은 상처를 주고 받으며 서로 더 소홀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조차 꺼내기가 어려운 것이 가족이라는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대화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에서 상하가 존재하다보니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게 된다. 미안함을 알면서도 그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나에게 책 띠지의 한 구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이와 대화하라!"

 

이 책《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은 91세 엄마와 아들이 주고받은 인생 편지라는 주제로 '가족과의 관계를 변화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4주간 베스셀러 1위, 퍼블리셔 위클리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찬사를 얻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앤더슨 쿠퍼는 CNN의 간판 앵커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15년간 세계 곳곳의 전쟁 지역과 재난 지역을 찾아 생생한 현장을 전달해 온 인물이다. 그의 엄마 역시 미국 3대 재벌가의 상속녀이자 평생을 유명 인사로 살아온 인물이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의 고비마다 대중에게 생중계되는 유명 인사이다. 아버지는 그가 열 살이었을 때 돌아가셨고, 형은 그가 스물한 번재 생일을 보낸 뒤 자살했기에 그에게 엄마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다.

 

2015년 초 아흔한 번재 생일을 몇 주 앞둔 때, 어머니는 호흡기 질환에 걸렸고 생애 처음으로 매우 심각한 상태까지 갔지만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해외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비행기를 타면서 그 사실을 알리려고 어머니에게 전화했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지만 그는 일정을 취소하지 못했고, 그가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이미 퇴원해서 집에 계신 후였다. 다시 여러 달이 지난 뒤에 어머니는 기관지 천식에 걸렸고 다시 호흡기가 감염되었다. 때로는 혼자 잘 서지도 못했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날들도 잦아졌다. 어머니의 아흔한 번재 생일이 다가올 때 그는 어머니와 자신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고, 어머니도 자신도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게 많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와 자신 사이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다 하고 싶었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는 단 하나도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아흔한 번째 생일에 어머니와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와 어머니는 이메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 대화는 거의 1년 가까이 계속되었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은 이렇게 1년여 동안 모자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쓴 회고록이다.

 

91년 전 이날, 나는 태어났다.

거트루드 고모님이 보내 주셨던 쪽지가 생각나는구나. 오래전 생일에 받은 편지였는데, '놀라워라! 네가 태어난 지 벌써 17년을 꽉 채웠다니!'라고 적혀 있었지.

그래, 오늘 나는 91년을 꽉 채웠다. 그때에 비하면 아마도 무지무지하게 더 현명해져껬지. 하지만 어쩐지 나는 여전히 열일곱 살 같은데…… 어떻게 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뭘까?

거기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그런 게 있기나 할까? (본문 13, 14p)

 

어머니가 첫 번째 이메일에 적은 세 개의 질문은 대화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 대화는 모녀 사이의 관계를 바꾸면서 두 사람을 더 가깝게 해 주었다고 한다. 모자는 말하기 꺼리고 숨겼던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소통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들의 소통을 통해 독자는 인생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며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감, 행복이 무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내 가족과 얼마나 가까울까? 내 가족들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난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편으로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새로운 관계를 원한다면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이와 대화하라고. 관계를 변화시키기에 늦은 때라는 건 없다고 말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과 맺고 있는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며, 사랑하는 이와 대화를 시작하는데 용기를 주고 있다.

 

윌라 캐더가 이렇게 썼단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아무리 가까이 다가간다고 해도 늘 어두운 숲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적어도, 밝은 빛이 비추어졌으니 예전보다는 좀 더 가까워졌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있겠지. (본문 373p)

 

지금에 와서야 분명하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누구든 간에 자기가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어떤 사람, 즉 부모, 자식, 연인, 친구 등과 맺고 있는 껄끄러운 관계를 개선하는 일은 아무리 늦게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늦은 게 아니다. 솔직한 마음을 가지고서 딱딱하게 굳어 버린 오래된 관계의 껍질을 기꺼이 벗어 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오랜 세월 동안 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앙금이나 고정관념을 털어 내기만 하면 된다. (본문 14,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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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언니 부자연습 - 가난한 공주 부자되기 프로젝트
유수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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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꾸는 부자되기, 부자되기에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청담동 공주나 성북동 공주로 태어나는 것, 즉 부모를 잘 만나는 방법과 잘사는 집 공주로 태어나지 못했다면 잘사는 집 왕자를 만나 그 집 며느리로 들어가는 법, 그리고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서 '사'자로 끝나는 직업을 갖거나 창업을 해서 대박을 내는 법,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수입을 알뜰하게 모아서 종잣돈을 만들고, 그 종잣돈을 불려 돈이 돈을 벌게 만들어 부자가 되는 법이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장 확실하고 현실성 있는 방법은 마지막 방법일 뿐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방법을 '연봉 6억 부자언니'라는 별명을 갖게 된 유수진이 직접 쓴 단계별 종잣돈 모으기에서 잘나가는 기업에 빨대 꽂는 법까지 저금리 시대를 위한 스마트한 자산관리법의 모든 것을 담은 책 《부자언니 부자특강》에서 월급쟁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조언대로 부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으나 지금은 어떤가? 다들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 대부분은 '의지박약'이라는 불치병을 가지고 있으니.

 

금수저가 아닌 이상 종잣돈을 만드는 일은 필수다. 그런데 이놈의 지구력이 문제다. 한번 통장에 돈을 넣어놓으면 내 돈이 아니다 하고 장기전에 돌입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지구력이 딸리는 것이다. (본문 20p)

 

이에 저자 유수진이 《부자언니 부자연습》을 통해 그 첫 마음을 잃지 않고 10년, 20년 꾸준히 갈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길러주고자 한다. 이 책은 PART 1. 가난한 공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PART 2. 요요 걱정 없는 재테크 근육을 길러라, PART 3. 공부는 내 돈 키우는 필수영양소, PART 4. 오늘부터 취미는, 재테크!로 나누어 왜 재테크에 요요 현상이 오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요요 걱정 없는 재테크 근육을 만드는 방법과 투자에 꼭 필요한 공부의 기본기까지 짚어준다.

 

아무리 바빠도 부자로 가는 길을 미루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바빠서 재테크할 시간이 없는 것인지 재테크하는 데 시간을 낼 마음이 없는 것인지 잘 생각해보자. 재테크는 반짝 이벤트처럼 잠깐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밥 먹고 숨 쉬는 것과 같은 일상이 되어야 한다. 밥 먹고 숨쉬기 위해서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는 재케트도 나의 생활 중 일부로 녹아들어 있어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본문 40p)

 

나 역시도《부자언니 부자특강》을 읽자니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만 같았는데, 막상 의지박약의 불치병에 발목이 묶이고 말았다. 《부자언니 부자연습》은 이런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자산관리는 돈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고. 재테크는 숫자가 아니라 인생 그 자체이기에 저자는 돈을 키우려면 내가 자라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성장해야 돈도 커나갈 수 있다고. 모든 부자가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인격을 수양하는 과정이고, 결국 부자가 되는 것은 인간이 성숙해가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절제하지 않으면, 인내하지 않으면,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자존감을 키우지 않으면, 단단한 자아를 만들지 않으면 돈은 내게 머무르지 않는다. "주인님은 나를 가질 자격이 없어"하고 떠나버린다. 나는 성장하지 않고 돈만 자라기를 바라는 한,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본문 16p)

 

《부자언니 부자연습》은 실생활 속에서 매일 매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은 책이다. 재테크도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요요가 오는 듯 하다. 나 역시 이러한 경험이 있기에 책을 읽는내내 공감을 많이 했으며, 위안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의지박약을 극복하고 초심을 잃지 않도록 재테크 근육을 길러줄 수 있는 실질적 도움을 주는 책이기에 사회 초년생,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기에 적극 권해본다.

 

종잣돈을 모으다 보면 벽에 부딪칠 수도 있다. 계획보다 속도가 더딜 수도 있다. 어떻게 늘 전력질주만 할 수 있겠나? 그때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 통장에 1,000만 원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하고 5,000만 원이 있으면 사고방식이 달라진다. 1억 원이 있으면 사람 자체가 달라진다. 자신감도 커지고 여유도 생긴다. 그러니 포지하지 말자. 중간에 그만뒀더라도 다시 시작해서 1년만 계속하면 3년을 할 수 있고 3년을 계속하면 5년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재테크 5년이면 혼자 알아서 다 한다. (본문 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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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 문학의 기원, 문명의 효시, 인생의 통찰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애덤 니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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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 2014 이코노미스트, 선데이 타임스, 커커스 리뷰, 텔레그래프'올해의 책' 선정, 2014 아이리스 타임스, 스펙테이터, 뉴스테이츠먼 '올해의 책' 선정, 2014 새뮤얼존슨상 후보작으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4,000년에 걸친 서양 문화의 틴생과 궤적을 추적한 역작으로 스릴러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소네트처럼 섬세하게 짜인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 고전, 바다, 자연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다수 출간한 역국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영국왕립무학협히 특별회원인 이 책의 저자 애덤 니컬슨은 킹 제임스 성경의 역사를 추적한 《권력과 영광》으로 하이네만상을 수상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정원 이야기를 파헤친 《시싱허스트》로 영국왕립문학협회 온다체 상을 수상하였고, 호메로스가 서양 문화에 끼친 영향을 탐사한 이 책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로 영국과 미국의 유력 언론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저자 애덤 니컬슨은 책 제목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호메로스는 누구일까? 저자는 왜 이 책을 읽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는 걸까?

 

호메로스의 위대함은 감춰진 생생함을 폭로함에, 삶의 정수를 분명하게 드러냈음에 있다. 호메로스는 그리스인이 아니다. 그는 세계 속에서 반짝거리는 빛이다. (본문 424p)

 

서양 문학의 최초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아이>의 저자인 호메로스는 고대 그리스의 작가로 일설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음유시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모두는 사실이 아닌 전설이며 그의 서사시만큼이나 오랜 세월 구전되어 온 이야기일 뿐이다. 호메로스가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두 편의 서사시를 저말 그가 썼는지 아닌지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이며, 오늘날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이라고는 호메로스라는 인물에 관한 전혀 모른다는 사실 하나뿐이라는 것. (네이버 지식백과 中) 헌데 저자는 왜 이러한 호메로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걸까? 호메로스에 대해서도, 두 서사시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많지 않기에 이 책이 주는 의미가 클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나는 서사시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 던져주는 의의는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 (본문 14p)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1 호메로스를 만나다, 2 호메로스를 이해하다, 3 호메로스를 사랑하다, 4 호메로스를 찾아가다, 5 호메로스를 찾다, 6 낯선 존재 호메로스, 7 호메로스의 실재, 8 청동무기의 영웅, 9 초원의 호메로스, 10 갱과 도시, 11 호메로스의 거울, 12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통해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어렸을 때는 호메로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저자는 10년 전 어느 날 저녁, 영어로 번역된 호메로스를 읽기 사작했고, 호메로스는 좋은 벗이자 그때까지 들어본 중에 진실로 가장 신뢰할 만한 목소리를 내는 조력자로 다가왔으며 이후 여러 종류의 번역본으로 읽으면서 호메로스가 점점 더 인생 안내서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호메로스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우리로부터 동떨어진 시간과 공간, 그만의 세계에 존재하며, 그 거리 덕분에 우리는 그를 둘러싸고 초월에 관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와 우리의 거리 자체가 상상의 공간이 되고, 그의 위대함이 확장되어 그 공간을 채운다. 이것은 현대에 미치는 효과가 아니라 호메로스가 고대 그리스 세계에 가져다주던 효과였다. 머나먼 과거의 목소리, 심지어 침묵의 목소리로, 우리의 현존하는 세속성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구속받지 않는 위대한 목소리로 말이다. 호메로스가 영웅들의 세계를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가 영웅들의 세계 그 자체였다. 그의 묘비명에 적혀 있듯이 그는 영웅들의 '코스모스'를 만든 것이다. (중략) 영웅적인 것과 관련될 만한 모든 것-고결함, 직접성, 생기, 거대한 규모, 진리를 향한 굽히지 않는 신념, 용기, 모험심, 일관성-이 코스모스적인 것이 지닌 여러 측면들이며, 바로 그 전부가 '호메로스'가 의미하는 바인 것이다. (분문 106,107p)

 

10여 년간 호메로스에 얽힌 수수께끼와 의미를 밝히기 위해 온갖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호메로스의 자취가 남아 있는 유럽 전역을 탐사한 끝에 완성된 이 책에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남아 있는 다양한 기록들을 제시하면서 호메로스에 관한 일치하지 않는 의견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기원전 2세기경 서사시의 번역과 보전을 맡은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에 의해서 호메로스가 어떻게 편집되고 변형되었는지, 두 서사시가 담고 있는 세계관이 어떻게 다르고, 호메로스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되고 서양 문학과 정신의 토대를 구축했는지, 그리고 번역과 오역에 얽힌 기나긴 논쟁과 호메로스의 문학사적 가치에 대한 어긋난 평가들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 해도, 결국 자기도 모르게 이 시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호메로스에 한 번도 공감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선데이 타임스」올해의 책

 

세상을 발랑하면서 쓴, 호메로스를 향한 명석하고 열정적인 연서, 그 어떤 건조한 전문 해설서보다 훨씬 더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다. 호메로스에 관한 책을 시험하는 유일하게 실질적인 방식이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호메로스를 읽게 만드는 것이라면, 이 책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당당히 그 관문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선데이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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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간 소녀 라임 청소년 문학 28
소피 킨셀라 지음, 이혜인 옮김 / 라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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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청소년문학 시리즈 28번째 이야기는 《스타벅스에 간 소녀》입니다. 표지 삽화를 통해 흔히 청소년 소설에서 자주 다루고 있는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겠거니, 지레짐작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학교 폭력 후유증을 극복는 하는 열다섯 살의 오드리, 게임 중독에 빠진 프랭크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이 여타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소재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배려하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난 스토리는 그리 흔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사건에 주목하기 보다는 극복해가는 과정과 감정에 주목하고 있는 스토리와 어둡고 무겁기보다는 밝게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게 진행되는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열다섯 살의 모범생이었던 오드리는 지금 사회 불안 장애, 범불안 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라는 병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러 온 프랭크 오빠의 학교 친구 라이너스가 불쑥 인사를 건네자 오드리는 너무 놀라 펄쩍 뛸 정도였고, 두려움에 숨이 점점 가빠지고 눈물이 차 오르며, 목구멍이 꽉 조였으며 공포에 질려 가슴이 펑 터져 버릴 정도로 반사 신경이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오드리는 자신이 정말 멍청하다는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지요. 이런 오드리는 가족들의 눈과도 마주칠 수 없어 선글라스를 늘 쓰고 있습니다. 9월에 학교에 가기 위해 세인트 존슨 병원의 사라 선생님은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그렇게 오드리는 유쾌하고 정다운 우리 집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하지요.

 

<데일리 신문>에 나온 내용을 철석같이 믿고 매달리는 엄마는 '당신의 자녀가 컴퓨터 게임 중독이라는 여덟 가지 징후'라는 기사를 본 후 오빠 프랭크의 컴퓨터 게임에 간섭하기 시작합니다. 프랭크는 라이너스와 함께 <정복자들의 땅> 국제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연습을 해야하지만 엄마는 그보다 아들의 컴퓨터 중독이 더 걱정입니다. 엄마 역시 걱정 중독일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거짓말을 한 프랭크는 10일 컴퓨터 금지령을 받게 되지만, 새벽에 일어나 몰래 컴퓨터 게임을 한 것을 안 엄마는 노트북을 던져버리고 맙니다. 엄마는 프랭크에게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주기 위해 달리기, 기타 등을 권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말과 태도를 실감나게 대변하고 있는 프랭크에게 컴퓨터 중독이라는 걱정 불안에 사로잡힌 엄마는 번번히 지고 마네요. 

 

사라 선생님은 다큐멘터리에서 타인을 인터뷰해보라 권하고, 스타벅스를 다녀오는 것을 숙제로 내줍니다. 이에 오드리는 그동안 쪽지를 통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었던 라이너스에게 인터뷰를 해달라고 하고, 라이너스는 오드리에게 스타벅스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스타벅스에서의 첫 만남은 오드리에게 실패로 돌아갔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라이너스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오드리는 세상에 대한 빗장을 조금씩 풀어가기 시작했고, 엄마의 간섭과 노력 덕분에 프랭크는 배우고 싶은 걸 찾아냅니다. 그리고 엄마 역시 프랭크가 하는 게임에 대해 알아가지요. 핸드폰, 스포츠카에 열중하는 아빠,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열중하는 엄마, 그리고 순수하고 귀여운 네 살배기 필릭스, 요즘 아이들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프랭크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오드리, 이들 가족은 저마다의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괜찮다고 다독이며 유쾌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이모가 헛간에서 장군풀을 기르시거든. 겨울 내내 어둡고 따뜻하게 해 주려고 헛간에 촛불을 밝혀. 그래야 최상품을 수확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장군풀이라는 거야?

아닐 건 또 뭐야? 장군풀이 어두운 곳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듯이 너도 그럴 수 있는 거지. (본문 91p)

 

사실 여타의 청소년 소설였다면 오드리가 겪은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보여주면서 사건에 주목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에 간 소녀》에서는 오드리가 겪은 그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처를 꺼내 마주해야 곪은 상처가 나을 수 있다는 여타의 결말과 달리 '반드시 서로 모든 것을 터넣고 드러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뭐든 혼자만 간직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밀로 간직해야 하는 상처도 있는 법이니까요. 지금까지 사건의 주목해서 읽은 청소년 소설에서 저는 피해자의 감정보다는 사건에 주목해왔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온전히 주인공의 감정에 주목하면서 현재의 상황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린 저마다 들쭉날쭉한 그래프를 그리며 살아요. 오빠도, 엄마도, 심지어 필릭스도요. 내가 한 가지 깨달은 건 인생은 그렇게 올라가다 미끄러져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거란 사실이에요. 그리고 지금 미끄러졌다고 해도 괜찮아요. 계속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니까. 그거면 돼요, 계속 올라가는 거. (본문 296p)

 

《스타벅스에 간 소녀》은 사람들, 가족조차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혼자만의 동굴에 사는 오드리가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힘든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너무도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 프랭크와 엄마를 통해서 서로 이해하는 법도 일러주고 있네요. 오드리처럼 상처를 겪고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저마다 굴곡있는 그래프를 그리며 살아갑니다. 언제나 최고일 수는 없으니까요. 절망이라는 과정도 더 나은 삶을 향해 가는 과정임을 우리는 오드리를 통해 배워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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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쿠마몬
구마모토 현 지음, 임종민 옮김, 코야마 쿤도 감수 / 북폴리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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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쿠마몬(일본어: くまモン)은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만든 마스코트이다. 2010년 규슈 신칸센 개통 이후 지역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쿠마몬은 국가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2011년 후반, 총칭 유루캬라라고 부르는 전국 마스코트 설문조사에서 280,000표를 얻고 1위를 기록하였다. 구마모토 현은 2011년 쿠마몬을 통해 28억 엔의 판매 수익을 올렸고, 경연에서 우승한 후에는 2012년 상반기에만 118억 엔의 판매 수익을 달성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中)

 

 

 

북폴리오에서 귀여운 캐릭터의 만화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제 품으로 오게 되었네요. 그것은 바로바로 새빨간 뺨이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코믹 쿠마몬》입니다. 이 엄청난 귀여움을 가지고 태어난 쿠마몬 캐릭터가 웹툰의 캐릭터일거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구마모토 현에서 만든 캐릭터라고 합니다. 일본의 캐릭터 산업은 정말 대단한 거 같습니다. 쿠마몬은 국가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듯 하네요.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귀엽고 깜찍한 제품들이 눈길을 끄네요. 하지만 쿠마몬의 귀여움의 진가는 이 책 《코믹 쿠마몬》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코믹 쿠마몬》은 책 자체도 너무 귀엽습니다. 책 상단 하단에도 쿠마몬의 귀여움이 담겨져 있네요. 책표지는 쿠마몬의 앞뒷모습을 담아 놓았네요. 이 귀여운 책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코믹 쿠마몬》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배경으로 쿠마몬과 구마모토 현 동물 친구들의 소소하고 즐거운 일상을 담은 4컷 만화입니다. 더불어 구마모토 현의 관광명소와 축제 등 다양한 일본 문화도 담아내고 있네요. 더욱이 긍정적이고 따뜻한 쿠마몬의 성격은 절로 힐링되고, 위로를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쿠마는 곰이라는 뜻, '몬'은 구마모토 사투리로 사람을 뜻하고 있다고 해요. 쿠마몬의 말투는 문장의 끝에 '몬'을 붙이면 되요. 우리나라 군대에서 '다''나''까'를 붙히는 것처럼 말이죠. 이해가 되셨나몬? 박장대소를 할만큼의 유머를 가진 책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됩니다. 쿠마몬의 열두달을 담은 이 이야기는 4월부터 시작되고 있어요. 1월부터 시작했을 우리나라의 구성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월별 스토리들이 우리나라 월별 일상과 닮아 있는거 같아서 사람이 살아가는 건 다들 비슷하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는 기분입니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갑니다. 헌데 저는 이를 두고 남탓을 먼저 했던거 같아요. 각박해져가는 세상은 내가 아닌 타인의 탓이라고 생각했던 것죠. 헌데 마음 따뜻하고 느긋한 미덕을 가진 그리고 배려심을 가진 쿠마몬의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일본의 언어, 생각, 유머 등을 잘 알지 못하는 탓에 쿠마몬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누구나가 힐링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어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캐릭터 쿠마몬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캐릭터 산업도 좀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캐릭터가 한국, 중국, 프랑스까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일본의 캐릭터 산업이 대단하면서도 부러워지네요. 귀여운 캐릭터 쿠마몬의 모든 매력이 담겨진 《코믹 쿠마몬》으로 힐링되는 기분을 느껴보면 어떨까몬?

 

 

그나저나 뒷표지에 책갈피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이거 아까워서 절대 잘라 쓸 수 없을거 같은데 나만 그런가몬?

 

(이미지출처: '코믹 쿠마몬' 표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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