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 간 소녀 라임 청소년 문학 28
소피 킨셀라 지음, 이혜인 옮김 / 라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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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청소년문학 시리즈 28번째 이야기는 《스타벅스에 간 소녀》입니다. 표지 삽화를 통해 흔히 청소년 소설에서 자주 다루고 있는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겠거니, 지레짐작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학교 폭력 후유증을 극복는 하는 열다섯 살의 오드리, 게임 중독에 빠진 프랭크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이 여타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소재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배려하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난 스토리는 그리 흔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사건에 주목하기 보다는 극복해가는 과정과 감정에 주목하고 있는 스토리와 어둡고 무겁기보다는 밝게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게 진행되는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열다섯 살의 모범생이었던 오드리는 지금 사회 불안 장애, 범불안 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라는 병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러 온 프랭크 오빠의 학교 친구 라이너스가 불쑥 인사를 건네자 오드리는 너무 놀라 펄쩍 뛸 정도였고, 두려움에 숨이 점점 가빠지고 눈물이 차 오르며, 목구멍이 꽉 조였으며 공포에 질려 가슴이 펑 터져 버릴 정도로 반사 신경이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오드리는 자신이 정말 멍청하다는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지요. 이런 오드리는 가족들의 눈과도 마주칠 수 없어 선글라스를 늘 쓰고 있습니다. 9월에 학교에 가기 위해 세인트 존슨 병원의 사라 선생님은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그렇게 오드리는 유쾌하고 정다운 우리 집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하지요.

 

<데일리 신문>에 나온 내용을 철석같이 믿고 매달리는 엄마는 '당신의 자녀가 컴퓨터 게임 중독이라는 여덟 가지 징후'라는 기사를 본 후 오빠 프랭크의 컴퓨터 게임에 간섭하기 시작합니다. 프랭크는 라이너스와 함께 <정복자들의 땅> 국제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연습을 해야하지만 엄마는 그보다 아들의 컴퓨터 중독이 더 걱정입니다. 엄마 역시 걱정 중독일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거짓말을 한 프랭크는 10일 컴퓨터 금지령을 받게 되지만, 새벽에 일어나 몰래 컴퓨터 게임을 한 것을 안 엄마는 노트북을 던져버리고 맙니다. 엄마는 프랭크에게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주기 위해 달리기, 기타 등을 권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말과 태도를 실감나게 대변하고 있는 프랭크에게 컴퓨터 중독이라는 걱정 불안에 사로잡힌 엄마는 번번히 지고 마네요. 

 

사라 선생님은 다큐멘터리에서 타인을 인터뷰해보라 권하고, 스타벅스를 다녀오는 것을 숙제로 내줍니다. 이에 오드리는 그동안 쪽지를 통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었던 라이너스에게 인터뷰를 해달라고 하고, 라이너스는 오드리에게 스타벅스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스타벅스에서의 첫 만남은 오드리에게 실패로 돌아갔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라이너스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오드리는 세상에 대한 빗장을 조금씩 풀어가기 시작했고, 엄마의 간섭과 노력 덕분에 프랭크는 배우고 싶은 걸 찾아냅니다. 그리고 엄마 역시 프랭크가 하는 게임에 대해 알아가지요. 핸드폰, 스포츠카에 열중하는 아빠,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열중하는 엄마, 그리고 순수하고 귀여운 네 살배기 필릭스, 요즘 아이들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프랭크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오드리, 이들 가족은 저마다의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괜찮다고 다독이며 유쾌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이모가 헛간에서 장군풀을 기르시거든. 겨울 내내 어둡고 따뜻하게 해 주려고 헛간에 촛불을 밝혀. 그래야 최상품을 수확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장군풀이라는 거야?

아닐 건 또 뭐야? 장군풀이 어두운 곳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듯이 너도 그럴 수 있는 거지. (본문 91p)

 

사실 여타의 청소년 소설였다면 오드리가 겪은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보여주면서 사건에 주목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에 간 소녀》에서는 오드리가 겪은 그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처를 꺼내 마주해야 곪은 상처가 나을 수 있다는 여타의 결말과 달리 '반드시 서로 모든 것을 터넣고 드러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뭐든 혼자만 간직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밀로 간직해야 하는 상처도 있는 법이니까요. 지금까지 사건의 주목해서 읽은 청소년 소설에서 저는 피해자의 감정보다는 사건에 주목해왔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온전히 주인공의 감정에 주목하면서 현재의 상황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린 저마다 들쭉날쭉한 그래프를 그리며 살아요. 오빠도, 엄마도, 심지어 필릭스도요. 내가 한 가지 깨달은 건 인생은 그렇게 올라가다 미끄러져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거란 사실이에요. 그리고 지금 미끄러졌다고 해도 괜찮아요. 계속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니까. 그거면 돼요, 계속 올라가는 거. (본문 296p)

 

《스타벅스에 간 소녀》은 사람들, 가족조차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혼자만의 동굴에 사는 오드리가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힘든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너무도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 프랭크와 엄마를 통해서 서로 이해하는 법도 일러주고 있네요. 오드리처럼 상처를 겪고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저마다 굴곡있는 그래프를 그리며 살아갑니다. 언제나 최고일 수는 없으니까요. 절망이라는 과정도 더 나은 삶을 향해 가는 과정임을 우리는 오드리를 통해 배워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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