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 91세 엄마와 아들이 주고받은 인생 편지
앤더슨 쿠퍼.글로리아 밴더빌트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는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기에 한없이 용서가 되고 조건없이 사랑하며 뭐든 다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다 알고 있다는 지레짐작으로 인해 오히려 가족이기에 더 모르고, 가깝다는 이유로 더 많은 상처를 주고 받으며 서로 더 소홀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조차 꺼내기가 어려운 것이 가족이라는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대화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에서 상하가 존재하다보니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게 된다. 미안함을 알면서도 그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나에게 책 띠지의 한 구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이와 대화하라!"

 

이 책《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은 91세 엄마와 아들이 주고받은 인생 편지라는 주제로 '가족과의 관계를 변화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4주간 베스셀러 1위, 퍼블리셔 위클리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찬사를 얻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앤더슨 쿠퍼는 CNN의 간판 앵커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15년간 세계 곳곳의 전쟁 지역과 재난 지역을 찾아 생생한 현장을 전달해 온 인물이다. 그의 엄마 역시 미국 3대 재벌가의 상속녀이자 평생을 유명 인사로 살아온 인물이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의 고비마다 대중에게 생중계되는 유명 인사이다. 아버지는 그가 열 살이었을 때 돌아가셨고, 형은 그가 스물한 번재 생일을 보낸 뒤 자살했기에 그에게 엄마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다.

 

2015년 초 아흔한 번재 생일을 몇 주 앞둔 때, 어머니는 호흡기 질환에 걸렸고 생애 처음으로 매우 심각한 상태까지 갔지만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해외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비행기를 타면서 그 사실을 알리려고 어머니에게 전화했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지만 그는 일정을 취소하지 못했고, 그가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이미 퇴원해서 집에 계신 후였다. 다시 여러 달이 지난 뒤에 어머니는 기관지 천식에 걸렸고 다시 호흡기가 감염되었다. 때로는 혼자 잘 서지도 못했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날들도 잦아졌다. 어머니의 아흔한 번재 생일이 다가올 때 그는 어머니와 자신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고, 어머니도 자신도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게 많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와 자신 사이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다 하고 싶었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는 단 하나도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아흔한 번째 생일에 어머니와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와 어머니는 이메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 대화는 거의 1년 가까이 계속되었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은 이렇게 1년여 동안 모자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쓴 회고록이다.

 

91년 전 이날, 나는 태어났다.

거트루드 고모님이 보내 주셨던 쪽지가 생각나는구나. 오래전 생일에 받은 편지였는데, '놀라워라! 네가 태어난 지 벌써 17년을 꽉 채웠다니!'라고 적혀 있었지.

그래, 오늘 나는 91년을 꽉 채웠다. 그때에 비하면 아마도 무지무지하게 더 현명해져껬지. 하지만 어쩐지 나는 여전히 열일곱 살 같은데…… 어떻게 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뭘까?

거기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그런 게 있기나 할까? (본문 13, 14p)

 

어머니가 첫 번째 이메일에 적은 세 개의 질문은 대화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 대화는 모녀 사이의 관계를 바꾸면서 두 사람을 더 가깝게 해 주었다고 한다. 모자는 말하기 꺼리고 숨겼던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소통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들의 소통을 통해 독자는 인생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며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감, 행복이 무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내 가족과 얼마나 가까울까? 내 가족들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난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편으로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새로운 관계를 원한다면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이와 대화하라고. 관계를 변화시키기에 늦은 때라는 건 없다고 말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과 맺고 있는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며, 사랑하는 이와 대화를 시작하는데 용기를 주고 있다.

 

윌라 캐더가 이렇게 썼단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아무리 가까이 다가간다고 해도 늘 어두운 숲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적어도, 밝은 빛이 비추어졌으니 예전보다는 좀 더 가까워졌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있겠지. (본문 373p)

 

지금에 와서야 분명하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누구든 간에 자기가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어떤 사람, 즉 부모, 자식, 연인, 친구 등과 맺고 있는 껄끄러운 관계를 개선하는 일은 아무리 늦게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늦은 게 아니다. 솔직한 마음을 가지고서 딱딱하게 굳어 버린 오래된 관계의 껍질을 기꺼이 벗어 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오랜 세월 동안 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앙금이나 고정관념을 털어 내기만 하면 된다. (본문 14,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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