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 완결판
리처드 바크 지음, 공경희 옮김, 러셀 먼슨 사진 / 현문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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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70년에 발표되었고 전 세계 40여 개의 외국어로 번역되어 4,000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작품 <<갈매기의 꿈>>이 이번에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출간을 계기로 처음 알게 된 이 작품은 비행에 대한 꿈과 신념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통해 삶의 진리를 일깨우고 있었다. 우화 형식을 지닌 이 소설에서 조나단은 독자 스스로에게 나는 꿈을 꾸고 있는가, 그 꿈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해 자문하게 한다. 이 소설은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삶의 진리를 조나단을 통해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낚싯배가 바다에 밑밥을 뿌리자, 천 마리쯤 되는 갈매기 떼가 먹이를 얻으려고 서로 밀고 다투었다. 하지만 저 멀리, 배와 해변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홀로 연습 중이었다. 갈매기는 비틀거리지 않고(천천히 난다), 실속(날개로 움직이는 물체가 급히 속력을 잃는 현상)하지 않는다. 공중에서 실속하는 것은 갈매기에게는 수치이며 불명예이지만 조나단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시 날개를 펼쳐 떨면서 고통스럽게 비틀기도 했고 천천히 천천히, 그러다 다시 실속했다. 대부분의 갈매기는 비행에 대해 아주 간단한 사실 이상은 배우지 않았다. 대개의 갈매기들에게 중요한 것은 비행이 아니라 먹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나단에게 중요한 것은 먹이가 아니라 비행이었고, 무엇보다도 하늘을 나는 게 좋았다. 그런 조나단을 부모님조차 이해하지 못했기에 조나단은 며칠간 다른 갈매기들처럼 행동하려고 애썼지만 소용없는 짓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조나단은 먼바다로 나가 혼자 지냈고 허기졌지만 배우는 것이 있기에 행복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각고의 노력 끝에 조나단은 비행하는 방법을 익혔고 갈매기들이 이 성공에 대해 듣는다면 좋아서 야단법석일 거라고 생각하고 무리로 돌아가지만 오히려 추방당하고 만다.

 

 

 

"무책임이요? 형제 여러분! 의미를, 삶의 더 숭고한 목표를 찾고 추구하는 갈매기보다 더 책임 있는 갈매기가 누구란 말입니까? 천 년간 우리는 물고기 머리나 쫓아다녔지만, 이제는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문 37p)

 

조나단은 여생을 홀로 보냈지만 하늘을 나는 법을 배웠고, 그 대가로 치른 희생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나단은 훌륭한 삶을 오래 살았다. 수행이 된 조나단을 데리러 그들이 찾아왔고 조나단은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비행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곳의 갈매기들은 조나단처럼 각자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이었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란 바로 비행이었다. 스승의 도움으로 장소와 시간까지도 초월하게 된 조나단은 자신이 떠나온 지상을 떠올리게 되었고 자신처럼 자신의 한계를 깨려고 애쓰는 갈매기에게 자신이 아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야 말로 사랑을 펼치는 방식임을 깨닫고 자신이 살던 곳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렇게 조나단은 추방자가 된 갈매기 플레처 린드는 만나게 된다.

 

 

 

낚싯배가 바다에 밑밥을 뿌리자 천 마리쯤 되는 갈매기 떼가 먹이를 얻으려고 서로 밀고 다투며 시작되는 하루의 모습은 다람쥐 쳇바퀴 속 우리들의 일상과 다를 바 없으리라. 아침에 일어나 누군가는 학교로, 누군가는 회사로 서둘러 바삐 움직인다. 주어진 업무를 마치 로보트처럼 수행하고 또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면 또 아침이 된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일상을 공들여 구축하고 있다. 이것을 두고 의미없는 삶이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문제는 공들여 구축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또 결코 만족하며 살지 못하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어진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고 꿈을 사치라 여긴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꿈이 밥 먹여주느냐고? 물론 밥 먹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늘 배가 고프지만 그렇다고 쓰러지진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럴 때 이들에게는, 꿈이 밥이다. _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본문 147,149p)". 허기졌지만 배우는 것이 있어 행복했던 조나단이 꿈을 향해 노력한 결과 결국은 다른 갈매기처럼 삶에 안주하며 낚싯배와 상한 빵 부스러기에 의지해 연명하는 대신, 수심 3미터 깊이에 몰려 있는 희귀하고 맛 좋은 물고기들을 찾을 수 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꿈이 밥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조나단은 그렇게 독자들에게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갈 때의 행복과 희열을 보여주고 있다.

 

우화 소설에서 갑자기 판타지 소설로 넘어간 듯한 스토리에 조금 당황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작가가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 갖게 되는 것들을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나단은 이렇게 꿈에 대해, 그 신념과 노력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조나단이 실천하는 사랑의 방식이다. 자신이 아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 혼자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가 플레처와의 만남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파란 하늘에 비상하는 한 마리의 갈매기를 담은 표지만으로도 독자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떠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누군가는 자유를, 비상하고픈 염원을 떠올리리라. 스토리와 삽화 하나하나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갈매기의 꿈>>을 마주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조나단이 비록 인생의 해답을 주지는 않겠지만은, 그는 인생의 길을 묻는 이들에게 삶에 훌륭함과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충분히 제시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조나단의 비행이 많은 독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임에 틀림없다.

 

(이미지출처: '갈매기의 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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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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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김진명의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펀딩을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읽어보게 된 펀딩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미스터리한 하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제4회 '대통령의 죽음, 배후는 누구인가' 라는 내용이었다. (출처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3114) 이 추론을 읽다보니 생각나는 책이 한 권 있었다. 바로 새움 출판사의 <<1026>>이 그것인데, 출간 당시 많은 잇슈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꼭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읽지 못했는데, 다음 스토리턴펀딩을 기회로 읽어보게 되었다. <<1026>>은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속편격이라 생각해도 좋겠다. 이 책을 읽은 소감에 대해 먼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왜 진작 이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느냐는 것이었다. 놀라운 흡입력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어 책을 엎을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사실 소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때로는 허구의 소설이 발표된 사실보다 훨씬 진상에 가까게 접근하는 길이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발표된 사실은 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의 삶, 그리고 역사에 드러나지 않은 채 감추어지고 묻혀져버린 진실이 얼마나 많을 것이다. 그 진실은 어둠에 숨겨져 수수께끼로 남는다. (본문 9p)

 

 

 

이 소설은 지금까지 김재규 그의 주장대로 치밀한 계획하에 유신의 심장을 쏜 것인지, 아니면 보완사의 발표대로 충성 경쟁에서 밀리는데다가 차지철 경호실장의 월권과 인격적 무시를 견디지 못해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라는 두 가지의 상반된 주장 사이를 오가면서 10.26을 이해해야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 두 주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 즉, 합동수사본부는 육군참모총장까지 불러놓고 결행한 김재규의 거사를 왜 단지 우발적이라고 발표했는지, 왜 김재규가 '내 뒤에는 미국이 있다'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 왜 주한 미군 고문관실에서는 이미 10.26전부터 육사 11기를 스터디 했는지, 왜 미국대사는 절대로 광주로의 병력 이동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거듭했는지, 왜 김재규는 정승화을 그렇게 어정쩡하게 불러두었는지, 왜 박정희가 개발했던 핵과 미사일에 관계된 자료는 몽땅 증발해버렸는지 등에 관한 의구심에서 시작되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신속한 재판을 받고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마자 사형돼버렸고 사람들로부터 천하의 얼간이로 간주되어버린, 혁명을 시도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엉성한 사전 준비와 사후 처리는 김재규를 저능아로 치부해도 정리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는 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 모든 현상의 배후에서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0.26을 추적했고 이 작품에서 풀어냈다.

 

「역사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거지. 늘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우리로서는 한계가 있어. 그런데 미국에서 2년간 유학하고 온 천재 변호사가 10.26을 쫓는다, 여기엔 반드시 뭔가가 있어. 너는 미국에서 뭔가를 알아가지고 온 거야. 따라서 너에게 거는 기대가 커」 (본문 296p)

 

삼십대 초반의 보스턴의 천재 변호사 이경훈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대학 후배인 수연을 만나게 되고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대신 받아주기로 한다. 새벽 2시, 경훈은 자신을 수연으로 착각하는 죽기 직전의 유언과도 같은 한 노인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그는 간신히 들릴 만한 소리로 「바……박 대통령…… 비밀…… 10.26…… 비밀을……내가……수연…… 하……하……하우스…… 으……으……헉.」말을 이어갔다. 노인의 미국 이름은 제럴드 현으로 꽤 오래전, 수연이 아르바이트하던 한국 식당에서 알게 된 사람이었다. 연고자가 없는 탓에 수연은 노인의 장례식을 치뤄주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유산을 받게 된다. 경훈은 죽기 직전에 전력을 다해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던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10.26의 진실은 무엇이고, 표면으로 드러난 사실과는 다른 진실이 은폐되어 있다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제럴드 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경훈과 수연은 그에 대한 궁금증을 그가 연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에서 시작했고 그가 최상급 비밀 보호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경훈은 그가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그것도 정보·공작 전문 요원으로서는 미국인에게도 드물게 주어지는 최고급 계급인 미 육군 대령으로 전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옳지 않았던 일에 대해서 회의를 느꼈으나 평소에는 정보·공작 요원으로서의 본문에 가로막혀 있다가 죽음의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가 마지막에 남긴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이제 이들은 그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경훈은 한국으로 돌아와 10.26 관련 기사를 검토하면서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고 전직 수사관을 만나기도 하고, 10.26을 사이에 두고 조울증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제럴드 현의 예사롭지 기록에 따라 예전에 치안본부 외사과 간부였던 오세희를 만나게 된다. 오세희는 경훈을 도와주었고, 경훈 역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려 했으며, 수연은 제럴드 현의 수첩을 찾아 수수께끼만 같은 그의 글을 풀어낸다. 함께 혁명을 준비했던 김학호에게 '김학호, 시작해'라는 한마디만 했으면 달라졌을 세상이었고 혁명을 할 수 있었는데 왜 김재규는 그 한마디를 하지 않았을까? 경훈이 그렇게 10.26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은 놀라운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10.26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신문을 받던 김재규의 입에서 '내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절규가 튀어나온 이유에 대한 진실도 수면위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연이 납치되고 경훈 역시 위험에 처해지기도 한다. 이렇듯 이 소설은 10.26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대중? 김대중은 있을지 몰라도 그냥 대중은 없는 거요. 대중이란 늘 선전과 공작에 이용당하는 존재들 아니오.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소?」(본문 149p)

 

우리는 참 많은 부분에서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소설이 진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26의 의문점에 대해서, 이 밖에 많은 역사의 의문점에 대해서 그 진실을 알고자 했던 이가 얼마나 될까? 본문에 나온 말처럼 대중은 선전과 공작에 이용당하면서 진실에 대해서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스스로 눈을 감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 소설에서 어떤 부분이 진실인지, 어떤 부분이 허구인지에 대해서 구지 그 경계를 찾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는 이렇게 감춰진 진실을 찾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점이 중요할 테니까. 우리는 그동안 10.26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 대해서 근시안적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눈을 떠야할 때가 아닐까? 김대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중도 있다는 것을 역사 속에 드러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인생의 은인으로 여기며 가장 존경한다던 박정의 대통령을 시해함으로써 한반도의 역사는 급격히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후 터져나온 12.12와 5.18도 이미 그날 밤 잉태되었고, 지금까지 한반도의 그 누구도 10.26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이에 대한 진상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가? (본문 8p)

「이제 10.26의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본문 445p)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미스터리한 하루를 파헤쳐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1026>>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역사의 진실에 눈을 뜨라 말하고 있다. 굉장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작품을 읽어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싶다. 새움 서포터즈 1기로 받은 첫 책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더욱 의미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이미지출처: 다음 스토리펀딩, '1026'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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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범스 무비 스토리북 구스범스
R. L. 스타인 지음, 이원경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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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4억 2천만 부 베스트셀러 <구스범스>가 영화로 재탄생되었습니다. 잭 블랙 주연의 영화 <구스범스>는 책 <구스범스>의 괴물들이 총출동한 볼거리 가득한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는 1월에 개봉을 앞두고 있어 잔뜩 기대하고 있지요. 헌데 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소설화한 작품 <<구스범스 무비 스토리북>>이 출간되어 기대감을 더욱 업 시켜주었네요. 저는 베스트셀러 <구스범스>가 영화로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궁금증을 억누르지 못하고 책으로 먼저 확인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흥미진진한 모험에 매료되어 영화가 더욱 기다려졌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잭은 엄마를 따라 뉴욕을 떠나 로레인 이모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로 이사하게 되었지요. 엄마는 이 곳에서 교감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셨어요. 잭이 살게 될 새집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 시골집이었습니다. 잭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애가 옆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마음에 들었지요. 여자애 이름은 헤나였는데, 헤나의 아빠는 인사를 건네는 잭에게 두 집 사이로 곧게 뻗어 있는 높다른 울타리를 넘어오지 말라고 경고하시네요. 덧붙혀 헤나와 아저씨에게도 얼씬대지 말라십니다. 학기 중간에 새로운 학교-엄마가 교감 선생님인 경우는 더욱-에 다녀야 하는 일이 잭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다행이 새 친구 챔프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잭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밤에 헤나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숲 속에 짓다가 중단된 놀이공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하지만 헤나 아빠에게 들켜 다시는 어씬대지 말라는 마지막 경고를 받게 됩니다.

 

 

 

다음 날 밤, 수학 숙제를 하던 잭은 헤나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듣게 되었고 헤나 아빠가 헤나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엄마의 도움으로 경찰에 연락했지만 잭의 거짓 신고로 사건이 마무리 되고 말지요. 하지만 잭은 헤나 아빠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헤나 아빠가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간 사이 잭은 챔프를 불러 헤나를 구하기 위해 몰래 집으로 들어가게 되요. 헤나의 집 책장 에는 <구스범스>의 책들과 원고들이 가득했고 챔프는 호들갑을 떨었지요. 자물쇠로 잠긴 책은 열쇠로 돌려보기도 했답니다. 헤나는 잭이 자신이 갇혀 있다고 생각한 것을 의아해했지만 곧 자물쇠가 열린 책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러는 사이 설인이 나타나게 되고 세 사람은 쫓기게 되지요. 설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얼른 책 속에 가둬야 합니다. 다행이 헤나 아빠가 나타나 설인을 책 속에 가두게 되고, 헤나의 아빠가 <구스범스>를 쓴 작가 R.L. 스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책 속의 괴물들이 진짜가 되어 책 속에서 튀어나오게 된 이유까지도.

 

 

사건이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헤나 아빠는 책 한 권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얼마후 『목각 인형의 웃음소리』의 주인공인 목각 인형 슬래피가 나타났고 곧 책 속의 모든 괴물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곧 이들의 끔찍한 모험이 시작되지요. 다행이 괴물들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내지만 그리 쉽게 해결되지 않네요. 온갖 괴물들이 등장하고 이 괴물과 맞서 싸우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스토리 뒤에 수록된 영화 스틸컷을 보니 장면장면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구스범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구스범스 무비 스토리북>> 역시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구스범스>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이 책으로 인해 <구스범스>를 사랑하게 될 것이구요. 정말 흥미로운 스토리입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흥미로워할 책이네요. 이 책은 아이들에게 책 선물로도 정말 좋을 거 같아요.

 

 

 

(이미지출처: '구스범스 무비 스토리북'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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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 꽃잎보다 붉던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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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매화나무 흰 그늘 속에 그가 앉아 있다. (본문 23p)

 

 

이 소설에는 일흔 넷에야 비로소 치매에 걸린 일흔하나의 남편을 사랑하게 된 윤희옥을 통해 노부부가 살아온 과거의 시공간을 오가면서 부부의 삶과 사랑에 대해 펼쳐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스토리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경직이 된 남편을 씻기고 검은 연필로 눈썹을 그리고 붉은 댕기처럼 붉은 입술에 가만히 입을 맞춘 은옥은 이 년 전 매화나무가 죽자 잠깐 온전한 정신이 돌아온 남편 주호백이 매화가 없으니 마당이 텅 빈 것 같다는 말에 죽은 것과 비슷한 홍매를 주문하고 크레인차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구덩이까지 파놓고 떠난 그 자리를 인부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삽으로 파고 호미로 긁어 합지박에 담아 일일이 위로 올려놓고는 빨간 넥타이에 회색 양복을 입힌 그를 안으로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일 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어느덧 칠십대 후반이 된 은옥에게는 힘겨운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튿날 아침, 정원사는 어제 인부들이 파놓은 그대로인 구덩이 밑바닥위로 매화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은옥은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가 나지막하게 울부짖으며 실종신고를 한다. 죽은 게 아닌 영원한 실종으로.

 

갚아야 할 죄가 있다면 남은 인생에서 다 덜어내어 살아 있을 때 그와 수평을 이루고 싶다. 남은 꿈은 그것뿐이다. 내게 남겨진 시간은 그러므로 당연히 실종된 그를 찾아 헤매는 고단한 과정에 바쳐질 터이다. 발바닥엔 물집이 생기고, 입술은 부르트고, 삭은 관절들은 걸음걸음마다 내려앉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굽잇길마다 비바람이 불고 물길마다 그 법이 깊을망정, 죄를 벗어 기워 사랑의 값을 완성하고자 하는 길일진대. 그 굽잇길 그 물길이라 할지라도 왜더러 꽃인들 피어 있지 않겠는가. (본문 30p)

 

은옥이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 과거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오가는 과정 속에서 펼쳐지게 된다. 2009년 봄 뇌출혈로 쓰러진 주호백은 뇌수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으나 행동은 전과 달라졌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언제나 은옥의 말을 무조건 믿고 따라준 사람이 뇌수술 이후 자주 자기주장을 앞세웠고, 전엔 도무지 없었던 일이기에 크게 화를 낸 적은 없었어도 짜증스러운 어투만으로도 은옥에게는 상처가 되었다. 그랬다. 그는 은옥의 충직한 시종으로 전 생애를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실종 신고로 미국 남부 잭슨 시에 살고 있는 딸 인혜가 왔다. 인혜는 아버지의 실종을 믿지 못했다. 지난가을에만 해도 아빠가 잘 걷지 못한다고 엄마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혜는 엄마가 파출소에 찾아가 실종 신고를 하고, 그의 사진을 보탠 심인 전단지를 주문한 것보다는 아빠의 고향에 먼저 가봐야 되지 않겠냐고 했고 그렇게 은옥은 딸 인혜와 함께 남편의 고향으로 가보게 된다. 은옥은 주호백을 처음 만났던 그 고향에서 초등학생 시절 코흘리개였던 주호백과 마주하게 되었고, 쫓겨가는 인민군에 의해 할아버지가 희생당하고, 임신중이었던 아내가 죽게 되면서 전 재산을 정리해 삼촌이 지은 암자에서 김가인을 만나게 되는 스무살의 젊음 날을 떠올렸다.

 

가인의 아이를 임신한 자신을 받아준 주호백은 은옥의 딸 인혜와 은옥에게도 헌신적이었으며, 이후에도 수두를 앓고 있는 딸을 두고 가인과 두 달을 살다 돌아온 은옥을 아무말 없이 받아주었다. 그랬던 호백이 치매를 앓고 그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나쁜 년이라 호통을 쳤고, 자신을 죽이려 칼을 들었다. 호백에게 단 한 번도 뜨거운 눈길을 준 적이 없었던 은옥은 그 순간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공평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야!" (본문 154p)

 

은옥은 그와 자신 사이에 너무도 불공평한 규칙이 적용돼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항상 참고 견디었고, 항상 자신의 가슴만을 오로지 할퀴었고, 또 항상 자신을 기쁘게 하는 데 그의 에너지를 다 썼다. 그에 비한다면 은옥 자신은 자신 감정만을 따라 살았고, 그의 가슴을 자주 할퀴었으며, 또 자신의 기쁨만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이 공평하지 않은 것이 뭉치고 뭉쳐서 치매를 불러온 게 틀림었다는 것을 은옥은 자신을 죽이려던 호백을 보면서 깨달았고, 동시에 자신이 살아서 그에게 반이라도 갚을 기회가 온 것에 대해 한없이 감사했다. 그를 사랑했고, 그에게 전적으로 속해 있다는 것을 사는 동안 이런 각성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은옥은 기뻐했다. 

 

가슴이 마구 무너진다. 당신, 이란 말이 왜 이리 슬플까.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이다.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움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본문 267p)

 

소설은 죽은 남편을 마당에 묻고는 사망 신고가 아닌 실종 신고를 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지만 희옥은 돌아오지 못할 남편을 기다린다. 치매는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쌓은 삶과 사랑과 관계 등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무섭고도 고통스러운 병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치매는 희옥에게 오히려 외면해왔던 주호백의 인내와 헌신과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친정 아버지는 치매라는 무서운 병으로 인해 힘겨워했던 시간을 내려놓고 돌아가셨다. 그런 탓에 내게 치매는 무서운 병이고 딸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관계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병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치매를 역설적이게도 바람에 흩날리는 매화 꽃잎처럼 슬프면서도 매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본문에 수록한 이미지처럼 잔잔한 한 폭의 그림같다고나 할까. 작가 박범신은 이 책을 나이 일흔에 나의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했다. 그래서일까? 함께 나이를 먹고 함께 늙어가고 그렇게 함께 죽음을 천천히 받아들여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평온하게 느껴진 것은.

 

희옥이 그러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랑의 이유를 아직은 어린(그들에 비해) 나는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죽음이 눈앞에 있는 순간에서 사랑을 깨닫고 그의 인내와 헌신이 가득한 사랑을 깨닫게 된 희옥을 응원할 수는 있었다. 사랑했기에 호백은 희옥을 인내했고, 사랑했기에 희옥은 호백을 그리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마흔이 넘은 이 순간에도 사랑은 여전히 어렵다.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 내게는 더욱 그러하다. 사랑의 끝엔 당연히 사랑이 있다는 작가의 당신, 우리네 삶은 그렇게 사랑으로 만들어가고 사랑으로 정리해가는 것은 아닐런지. 남편과 내가 그렇게 함께 나이를 먹고 함께 늙어가고 함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사랑은 그러한 것일테니.

 

(이미지출처: '당신'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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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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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와 함께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 되었다. 그 이후에 읽은 <남쪽으로 튀어!>를 비롯하여 최근에 읽은 <나오미와 가나코>까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 이름이면 모든 게 OK가 되곤 했다. 한 번도 그의 작품에 대해 일말의 실망을 느낀 적이 없었으므로. <<시골에서 로큰롤>>의 표지는 오쿠다 히데오 작품이 가지는 특유의 유쾌함이 물씬 풍기는 삽화였기에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했다. 제2의 <공중그네>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아날로그 레코드를 사들이는 데 푹 빠져 있다.'로 시작되는 문구 역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최첨단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보다는 90년대 감성을 더 사랑하는 옛날사람(?)인 탓이다. 이렇게 무한 기대감을 가지고 오쿠다 히데오가 오디오를 구입하고 음질의 차이를 알게 되면서 오디오에 푹 빠지게 되고 아날로그 음반을 듣고는 터무니없이 좋음을 느끼고 좋은 음질로 녹음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더없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십대 때 듣던 록이며 팝을 좋은 음질로 다시 듣는다는 은밀한 즐거움을 즐기다가 최근 편집자에게 아날로그 음반 이야기만 늘어놓자 "그럼 오쿠다 씨의 십대 시절 음악 체험을 한번 글로 엮어내 보죠"하고 추어올려주는 바람에 쓰여진 이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음악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음악 하나만으로도 그 세대를 하나로 묶어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힘을 발휘한다. 얼마 전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프로그램이 큰 이슈가 된 것을 비롯하여, KBS <1박2일>의 '영화 OST 로드' 역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었다. 헌데 이 음악의 힘을 느낄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동시대'를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는 점. 내가 <응답하라 1998>보다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내 젊은 날을 추억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었고, '토토가'로 행복했던 것은 90년대에 내 젊은 날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며 '영화 OST 로드'로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오쿠다 히데오와 동시대를 살지 않았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아무리 음악이 주는 힘이 크다 할지라도 <<시골에서 로큰롤>>이 전혀 공감대 형성이 안 되었고 처음으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위함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는, 혹은 청춘시절 록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충분히 어린 날을 추억할 수 있는 행복함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나는 그 시절의 가요를 사랑했으며, 연예인에 열광하기도 했지만 올드팝에 심취해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중학시절 (이하 오쿠다) 방송부에서 틀어주는 건 클래식과 이지 리스닝 레코드 혹은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전부였기에 방송부원의 검열을 통과하는 카펑클과 카펜터스는 이지 리스닝보다 좀 나은 정도의 음악이라고 경멸했던 오쿠다와 달리 나는 카펑클과 카펜터스를 사랑했고 클리프 리차드에 열광했으며 비틀스에 푹 빠져있었다. 음악의 대부분을 좋아했지만 록이라는 것이 시끄럽고 괴팍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은 불과 얼마 전 <PAINT IT ROCK>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니 록을 사랑하는 오쿠다의 이야기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나마 음악을 통한 성장, 자유에 대한 열망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했기에 어느 정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골 중학생이었던 오쿠다에게 외국 영화와 외국 팝송과 청바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였는데, 이 시기의 감동 체험이 그가 소설가가 된 것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의 오쿠다의 인생방침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였다는데 반항기 가득한 십대시절 누구나 가져봤음직한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거려본다. 그는 록 영상을 <영 뮤직 쇼>로 처음 체험하면서 더더욱 록에 빠져들었지만 오디오가 없어서 고군분투했으며, 라이오를 듣다가 외국인이 말하는 교재 테이프에 덮어씌워 녹음하면서 컬렉션의 즐거움을 알아갔다. 나 역시 중학생 시절 녹음 테이프를 사다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애쓰곤 했는데, 테이프가 늘어나면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쓰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 그리고 비틀스. 오쿠다가 비틀스에 빠져든 이야기는 나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미 해산한 밴드의 음악에 푹 빠진 것은 중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뭐든 알고 싶은 나이에 비틀스는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들어서 즐겁고, 이야기해서 즐겁고, 배워서도 즐겁다. 즉 연구할 가치가 있었다. 전국시대 무장이나 신센구미에 빠지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비틀스에 빠져든 것이었다. (본문 82p)

 

 

 

<<시골에서 로큰롤>>은 1972년에서 1977년까지 오쿠다 히데오의 팝송 청춘기를 그린 에세이로 오쿠다는 록이 무구했던 시대에 청춘기를 보냈다. 록을 만나지 않았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쿠다 자신은 말한다. 이 에세이는 오쿠다 히데오만의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이 녹아있으며 시종일관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은 만국 공통언어라는 말에 실감했다. 비틀스라는 공감대가 있고, 음악을 통해 발견되는 자유에 대한 열망도 함께 느끼게 되니 말이다. 올드 팝에 빠져 가사를 한국말로 받아적느라 리플레이와 정지 버튼을 연신 눌러댔던 기억들, 좋아하는 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녹음 버튼을 누르고 숨죽이고 있다가 DJ의 음성이 들리면 한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들, 혹 내가 보낸 엽서가 소개되지 않을까 라디오에 귀기울였던 기억들, 음악에 빠졌던 그 10대 청춘이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흐뭇해졌다. 오쿠다 히데오와 동시대를 살았다면 더 행복했을 <<시골에서 로큰롤>>이야기는 록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오쿠다와 동년배인 이들에게 정말 행복한 추억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그 시절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가요와 올드 팝이 문득 듣고 싶어진다. 내 소녀 시절의 감수성을 마구마구 채워줬던 사랑하는 비틀스, 카펜터스, 카펑클 그리고 클리프 리차드여~

 

(이미지출처: '시골에서 로큰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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