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 완결판
리처드 바크 지음, 공경희 옮김, 러셀 먼슨 사진 / 현문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970년에 발표되었고 전 세계 40여 개의 외국어로 번역되어 4,000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작품 <<갈매기의 꿈>>이 이번에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출간을 계기로 처음 알게 된 이 작품은 비행에 대한 꿈과 신념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통해 삶의 진리를 일깨우고 있었다. 우화 형식을 지닌 이 소설에서 조나단은 독자 스스로에게 나는 꿈을 꾸고 있는가, 그 꿈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해 자문하게 한다. 이 소설은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삶의 진리를 조나단을 통해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낚싯배가 바다에 밑밥을 뿌리자, 천 마리쯤 되는 갈매기 떼가 먹이를 얻으려고 서로 밀고 다투었다. 하지만 저 멀리, 배와 해변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홀로 연습 중이었다. 갈매기는 비틀거리지 않고(천천히 난다), 실속(날개로 움직이는 물체가 급히 속력을 잃는 현상)하지 않는다. 공중에서 실속하는 것은 갈매기에게는 수치이며 불명예이지만 조나단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시 날개를 펼쳐 떨면서 고통스럽게 비틀기도 했고 천천히 천천히, 그러다 다시 실속했다. 대부분의 갈매기는 비행에 대해 아주 간단한 사실 이상은 배우지 않았다. 대개의 갈매기들에게 중요한 것은 비행이 아니라 먹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나단에게 중요한 것은 먹이가 아니라 비행이었고, 무엇보다도 하늘을 나는 게 좋았다. 그런 조나단을 부모님조차 이해하지 못했기에 조나단은 며칠간 다른 갈매기들처럼 행동하려고 애썼지만 소용없는 짓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조나단은 먼바다로 나가 혼자 지냈고 허기졌지만 배우는 것이 있기에 행복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각고의 노력 끝에 조나단은 비행하는 방법을 익혔고 갈매기들이 이 성공에 대해 듣는다면 좋아서 야단법석일 거라고 생각하고 무리로 돌아가지만 오히려 추방당하고 만다.

 

 

 

"무책임이요? 형제 여러분! 의미를, 삶의 더 숭고한 목표를 찾고 추구하는 갈매기보다 더 책임 있는 갈매기가 누구란 말입니까? 천 년간 우리는 물고기 머리나 쫓아다녔지만, 이제는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문 37p)

 

조나단은 여생을 홀로 보냈지만 하늘을 나는 법을 배웠고, 그 대가로 치른 희생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나단은 훌륭한 삶을 오래 살았다. 수행이 된 조나단을 데리러 그들이 찾아왔고 조나단은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비행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곳의 갈매기들은 조나단처럼 각자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이었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란 바로 비행이었다. 스승의 도움으로 장소와 시간까지도 초월하게 된 조나단은 자신이 떠나온 지상을 떠올리게 되었고 자신처럼 자신의 한계를 깨려고 애쓰는 갈매기에게 자신이 아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야 말로 사랑을 펼치는 방식임을 깨닫고 자신이 살던 곳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렇게 조나단은 추방자가 된 갈매기 플레처 린드는 만나게 된다.

 

 

 

낚싯배가 바다에 밑밥을 뿌리자 천 마리쯤 되는 갈매기 떼가 먹이를 얻으려고 서로 밀고 다투며 시작되는 하루의 모습은 다람쥐 쳇바퀴 속 우리들의 일상과 다를 바 없으리라. 아침에 일어나 누군가는 학교로, 누군가는 회사로 서둘러 바삐 움직인다. 주어진 업무를 마치 로보트처럼 수행하고 또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면 또 아침이 된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일상을 공들여 구축하고 있다. 이것을 두고 의미없는 삶이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문제는 공들여 구축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또 결코 만족하며 살지 못하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어진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고 꿈을 사치라 여긴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꿈이 밥 먹여주느냐고? 물론 밥 먹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늘 배가 고프지만 그렇다고 쓰러지진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럴 때 이들에게는, 꿈이 밥이다. _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본문 147,149p)". 허기졌지만 배우는 것이 있어 행복했던 조나단이 꿈을 향해 노력한 결과 결국은 다른 갈매기처럼 삶에 안주하며 낚싯배와 상한 빵 부스러기에 의지해 연명하는 대신, 수심 3미터 깊이에 몰려 있는 희귀하고 맛 좋은 물고기들을 찾을 수 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꿈이 밥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조나단은 그렇게 독자들에게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갈 때의 행복과 희열을 보여주고 있다.

 

우화 소설에서 갑자기 판타지 소설로 넘어간 듯한 스토리에 조금 당황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작가가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 갖게 되는 것들을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나단은 이렇게 꿈에 대해, 그 신념과 노력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조나단이 실천하는 사랑의 방식이다. 자신이 아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 혼자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가 플레처와의 만남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파란 하늘에 비상하는 한 마리의 갈매기를 담은 표지만으로도 독자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떠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누군가는 자유를, 비상하고픈 염원을 떠올리리라. 스토리와 삽화 하나하나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갈매기의 꿈>>을 마주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조나단이 비록 인생의 해답을 주지는 않겠지만은, 그는 인생의 길을 묻는 이들에게 삶에 훌륭함과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충분히 제시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조나단의 비행이 많은 독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임에 틀림없다.

 

(이미지출처: '갈매기의 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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