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김진명의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펀딩을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읽어보게 된 펀딩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미스터리한 하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제4회 '대통령의 죽음, 배후는 누구인가' 라는 내용이었다. (출처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3114) 이 추론을 읽다보니 생각나는 책이 한 권 있었다. 바로 새움 출판사의 <<1026>>이 그것인데, 출간 당시 많은 잇슈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꼭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읽지 못했는데, 다음 스토리턴펀딩을 기회로 읽어보게 되었다. <<1026>>은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속편격이라 생각해도 좋겠다. 이 책을 읽은 소감에 대해 먼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왜 진작 이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느냐는 것이었다. 놀라운 흡입력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어 책을 엎을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사실 소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때로는 허구의 소설이 발표된 사실보다 훨씬 진상에 가까게 접근하는 길이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발표된 사실은 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의 삶, 그리고 역사에 드러나지 않은 채 감추어지고 묻혀져버린 진실이 얼마나 많을 것이다. 그 진실은 어둠에 숨겨져 수수께끼로 남는다. (본문 9p)

 

 

 

이 소설은 지금까지 김재규 그의 주장대로 치밀한 계획하에 유신의 심장을 쏜 것인지, 아니면 보완사의 발표대로 충성 경쟁에서 밀리는데다가 차지철 경호실장의 월권과 인격적 무시를 견디지 못해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라는 두 가지의 상반된 주장 사이를 오가면서 10.26을 이해해야만 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 두 주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 즉, 합동수사본부는 육군참모총장까지 불러놓고 결행한 김재규의 거사를 왜 단지 우발적이라고 발표했는지, 왜 김재규가 '내 뒤에는 미국이 있다'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 왜 주한 미군 고문관실에서는 이미 10.26전부터 육사 11기를 스터디 했는지, 왜 미국대사는 절대로 광주로의 병력 이동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거듭했는지, 왜 김재규는 정승화을 그렇게 어정쩡하게 불러두었는지, 왜 박정희가 개발했던 핵과 미사일에 관계된 자료는 몽땅 증발해버렸는지 등에 관한 의구심에서 시작되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신속한 재판을 받고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마자 사형돼버렸고 사람들로부터 천하의 얼간이로 간주되어버린, 혁명을 시도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엉성한 사전 준비와 사후 처리는 김재규를 저능아로 치부해도 정리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는 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 모든 현상의 배후에서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0.26을 추적했고 이 작품에서 풀어냈다.

 

「역사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거지. 늘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우리로서는 한계가 있어. 그런데 미국에서 2년간 유학하고 온 천재 변호사가 10.26을 쫓는다, 여기엔 반드시 뭔가가 있어. 너는 미국에서 뭔가를 알아가지고 온 거야. 따라서 너에게 거는 기대가 커」 (본문 296p)

 

삼십대 초반의 보스턴의 천재 변호사 이경훈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대학 후배인 수연을 만나게 되고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대신 받아주기로 한다. 새벽 2시, 경훈은 자신을 수연으로 착각하는 죽기 직전의 유언과도 같은 한 노인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그는 간신히 들릴 만한 소리로 「바……박 대통령…… 비밀…… 10.26…… 비밀을……내가……수연…… 하……하……하우스…… 으……으……헉.」말을 이어갔다. 노인의 미국 이름은 제럴드 현으로 꽤 오래전, 수연이 아르바이트하던 한국 식당에서 알게 된 사람이었다. 연고자가 없는 탓에 수연은 노인의 장례식을 치뤄주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유산을 받게 된다. 경훈은 죽기 직전에 전력을 다해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던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10.26의 진실은 무엇이고, 표면으로 드러난 사실과는 다른 진실이 은폐되어 있다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제럴드 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경훈과 수연은 그에 대한 궁금증을 그가 연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에서 시작했고 그가 최상급 비밀 보호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경훈은 그가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그것도 정보·공작 전문 요원으로서는 미국인에게도 드물게 주어지는 최고급 계급인 미 육군 대령으로 전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옳지 않았던 일에 대해서 회의를 느꼈으나 평소에는 정보·공작 요원으로서의 본문에 가로막혀 있다가 죽음의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가 마지막에 남긴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이제 이들은 그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경훈은 한국으로 돌아와 10.26 관련 기사를 검토하면서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고 전직 수사관을 만나기도 하고, 10.26을 사이에 두고 조울증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제럴드 현의 예사롭지 기록에 따라 예전에 치안본부 외사과 간부였던 오세희를 만나게 된다. 오세희는 경훈을 도와주었고, 경훈 역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려 했으며, 수연은 제럴드 현의 수첩을 찾아 수수께끼만 같은 그의 글을 풀어낸다. 함께 혁명을 준비했던 김학호에게 '김학호, 시작해'라는 한마디만 했으면 달라졌을 세상이었고 혁명을 할 수 있었는데 왜 김재규는 그 한마디를 하지 않았을까? 경훈이 그렇게 10.26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은 놀라운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10.26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신문을 받던 김재규의 입에서 '내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절규가 튀어나온 이유에 대한 진실도 수면위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연이 납치되고 경훈 역시 위험에 처해지기도 한다. 이렇듯 이 소설은 10.26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대중? 김대중은 있을지 몰라도 그냥 대중은 없는 거요. 대중이란 늘 선전과 공작에 이용당하는 존재들 아니오.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소?」(본문 149p)

 

우리는 참 많은 부분에서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소설이 진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26의 의문점에 대해서, 이 밖에 많은 역사의 의문점에 대해서 그 진실을 알고자 했던 이가 얼마나 될까? 본문에 나온 말처럼 대중은 선전과 공작에 이용당하면서 진실에 대해서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스스로 눈을 감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 소설에서 어떤 부분이 진실인지, 어떤 부분이 허구인지에 대해서 구지 그 경계를 찾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는 이렇게 감춰진 진실을 찾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점이 중요할 테니까. 우리는 그동안 10.26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 대해서 근시안적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눈을 떠야할 때가 아닐까? 김대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중도 있다는 것을 역사 속에 드러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인생의 은인으로 여기며 가장 존경한다던 박정의 대통령을 시해함으로써 한반도의 역사는 급격히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후 터져나온 12.12와 5.18도 이미 그날 밤 잉태되었고, 지금까지 한반도의 그 누구도 10.26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이에 대한 진상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가? (본문 8p)

「이제 10.26의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본문 445p)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미스터리한 하루를 파헤쳐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1026>>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역사의 진실에 눈을 뜨라 말하고 있다. 굉장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작품을 읽어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싶다. 새움 서포터즈 1기로 받은 첫 책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더욱 의미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이미지출처: 다음 스토리펀딩, '1026'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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