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토끼와 채송화꽃]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아기 토끼와 채송화 꽃 ㅣ 신나는 책읽기 34
권정생 지음, 정호선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평점 :
권정생 선생님이 하늘나라로 가신지 어언 5년이 되었다. 비록 우리 곁에는 계시지 않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은 사랑받고 있으며, 그분의 작품은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받는다.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은 권정생 추모 5주기를 맞아 출간된 작품이다. 귀여운 아이와 토끼를 담은 분홍색의 표지 삽화가 눈에 띄어 살펴본 작품이었는데, 뜻밖에도 작가가 권정생 선생님이다. 그렇다면, 거두절미하고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읽어보게 된다.
이 책은 표제작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을 비롯하여 <까치골 다람쥐네><또야 너구리의 심부름><밤 다섯 개>가 수록된 단편 동화집인데, 각각의 작품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이 담뿍 배어있다.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에는 일을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명수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어쩌다 보면 엄마의 눈이 빨갛게 될 때가 있는데, 엄마가 몰래 우셨기 때문이다. 혼자 지내기 심심한 탓에 엄마를 졸라 토끼 한 마리를 사왔는데 토끼도 눈이 빨갛다. 엄마 품을 떠나 함께 자라 온 형제들과 헤어진 탓에 토끼도 울었나보다. 명수는 그런 아기 토끼가 불쌍해 잘 보살펴주지만, 명수가 학교 간 다음에 혼자 있을 토끼가 가엾어 채송화꽃을 토끼장 앞에 놓아준다. 그래도 엄마 토끼를 그리워할 토끼가 불쌍해서 엄마를 졸라 한 마리를 더 사달라고 한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가 그리워 눈물을 훔치는 엄마, 아빠가 그리운 명수의 생각이 토끼를 통해 투영된다. 아마 하늘나라에 혼자 가신 아빠도 외롭지 않을까? 명수는 채송화꽃을 아빠의 사진 밑에 놓아둔다. 모두 함께이고 싶은 명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다.
<까치골 다람쥐네>는 골프장을 짓겠다고 나무를 베어버린 까치골 골짜기의 이야기를 늙은 팽나무 구멍에 집을 짓고 사는 알룩이 다람쥐네를 통해 전한다. 골짜기 등성이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탓에 동무들과 노루, 고라니, 오소리랑 너구리 모두모두 떠났다. 팽나무가 골짜기 한쪽 모퉁이에 서 있었던 탓에 알룩이네는 까치골에 남을 수 있었는데,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 덕에 골짜기는 조용해졌다. 이제 아빠 다람쥐는 동물 친구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열매들을 심는다. 도토리가 자라 나무가 되면 산이 또 푸르게 되어 친구들이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갖으면서.
<또야 너구리네 심부름>은 또야의 예쁜 마음이 담긴 이야기다.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면서 100원짜리 동전 한 닢을 쥐어주자, 또야는 심부름값이냐고 묻는다. 엄마는 심부름은 그냥 하는 거고 백 원은 그냥 주는 거라 한다.
돈 100원이 심부름값이면 아무래도 찜찜하잖아요. 엄마가 시키는 일에 어떻게 값을 받겠어요.
"엄마, 이 돈 백 원 진짜 그냥 주는 거지?"
"그럼, 그냥 주는 거야."
"심부름하는 값 아니지?"
"그래그래, 아니다." (본문 60p)
그래도 엄마가 준 백 원으로 맛있는 걸 사먹을 수 있어 또야는 기쁜가보다. 엄마의 심부름을 값을 주고 할 수 없다는 또야의 예쁜 마음이 전해진다. 또야의 이런 모습에 저절로 흐뭇해진다. 나도 심부름을 시킬 때는 심부름값이라는 말보다는 그냥 주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누군가의 부탁에 값을 매기려는 아이가 되지 않도록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야할 듯 싶다.
<밤 다섯 개>를 읽으면서 함박 웃음이 지어진다. 어쩜 이리도 예쁘고 순수할까. 엄마는 동무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삶은 밤 다섯 개를 주셨고, 또야는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그렇게 주고나니 또야 것이 하나도 안 남았다. 맛있게 먹는 친구들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 또야, 또야가 빈손인 걸 보고 어쩔줄 몰라 울어버리는 친구들. 너무 예쁘고 순수하다.
작품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예쁜 마음이 담겨져 있어 읽는내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네 편의 단편집에는 자연에 대한 소중함, 함께할 때의 행복 그리고 희망이 담겨져 있다. 칭찬받고 싶어하는 또야의 순수한 마음도 내 마음에 쏙 든다. 이렇게 예쁘고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에 골프장 건설이라는 어른들의 욕심이 스며들어있다. 어른들의 부조리 속에서도 예쁘고 순수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기특한 마음과 반성하는 마음을 함께 갖게 된다.
권정생 선생님은 동화책을 써서 번 돈을 모두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하시고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어른들의 욕심 속에서 희망을 주는 권정생 선생님, 알룩이네 아빠 다람쥐와 같은 사람들이 있어 아이들이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채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내 아이의 순수하고 예쁜 마음이 어른들로 인해 퇴색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줄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