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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08년 1월
평점 :
보통 도시속에서 역사를 찾다보면 강화도와 경주를 떠올리곤한다. 삼국을 통일하고 찬란한 문화의 꽃을피웠던 신라의 화려한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 경주를 바라보며 잠시 우월감에 젖어보기도 하고 걸어다니는 박물관이라 지칭할만큼 우리의 첫 시조 고조선시대부터 선진문물과 일본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었던 근대역사까지 아우르는 강화도에서는 미약했던 우리의 국력앞에 한숨을 짓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라는 제목의 책은 너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책을 읽으면서는 우리가 매일매일 마주하며 살아가고 생활하는 서울에 이렇듯 다양하고 아픈 역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미쳐몰랐었다는 사실에 죄송스러워지기도하며 역사를 사랑한다는 미명아래 서울의 명소를 자주 둘러보곤 하였는데 너무도 외향적인 면에 집중하고 있었음에 또한 반성하게 한다.
일상, 문화, 의미, 장소 4가지의 주제를 잡아서 알려지지 않고 무관심속에 방치되어 버린 역사
자본주의 수익앞에 더이상 버틸힘을 잃어버리고 이 세상에서 스러져가고 있는 의미들을 작가는 아주 신랄하고 용의주도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한국의 중심도로 세종로에 떡 버티고 서있는 이순신 동상 서울과 대한민국을 상징할만큼 이젠 상징성이 커버린 그 동상의 이면속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가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권력의 상징으로 초대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동상이 처음 자리를 잡고 4.19혁명후 이승만 동상이 물러난 그자리에 세종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종대왕이 자리를 잡은후 1968년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싶었던 군사정부에 의해 자리를 잡은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지금 현재에 이르고 있는것이엇다.
조선과 일제시대를 지나 현재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천을 거듭한 청계천에 스며있엇던 역사, 평화시장과 세운상가 와우아파트로 알아본 고도산업성장속 잊혀진 이야기들, 옛 대법원 건물이었던 서울시립미술관, 1919년 기미독립선언문이 낭독된 태화관, 독재정권의 잔혹사를 한눈에 확인해보게 만든 안기부 건물, 대한민국마지막 임시정부 공관이었고 최고의 독립투사 김구 선생님이 저격범에 의해 돌아가신 경교장등 이렇게 역사를 마주할 곳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놀래고 숨겨지고 알려지지않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며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생기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역사의 장소에서 역사를 마주하며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게 되느냐는 각각의 사람들마다 다 다를것이다. 그런면에서 언급하는 장소 하나하나마다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깊이감 있었던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그러한 폭넓은 식견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들을 적나라하게 풀어놓고 있는 작가에 대한 관심도 저절로 생겨나고 있었다.
일제시대의 잔재와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인용한 미군정, 독재정권으로 이어지고 있는 서울의 역사는 그 아팠던 시간들만큼이나 어두운 일면들이 참으로 많았다. 역사를 바로 마주하고 인식하여 후손들에게 더 나은 기억의 시간들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함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다가오는 봄에는 책으로 조우한 그 역사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야지 하며 책장을 덮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