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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 농장의 노예, 엠마 이야기
줄리어스 레스터 지음, 김중철 옮김, 김세희 그림 / 검둥소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있어 철저하게 배제된 감정이 단단히 한몫을 한다. 무한정 슬픈 이야기였건만 그 아픔을 전혀 드러내지않은채 객관적 사실만으로 그 상황을 이야기하는 각각의 시선들은 미 노예제도 사상 가장 노예경매를 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몰염치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12살의 흑인노예소녀 엠마는 비록 노예일망정 엄마가 주인인 피어스버틀러와 함께 자랐고 아빠가 피어스 버틀러와 친구이자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듯 지금은 그의 딸들을 돌보는 보모이면서 친구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그녀는 흑인 노예라는 사실이었고 그의 주인은 백인이란것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만인 평등사상이 실현되고있는 요즘이지만 불과 200년전까지만해도 그건 일부 특권층만 누릴수 있는 최고의 권리였다. 우리나라는 양반과 평민이라는 신분제도속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시대였고 저 바다건너 세상의 중심으로 우뚝선 미국은 흑백논리속에 자유국가라는 명성에 어울리지않는 뿌리깊은 노예제도가 자리잡고 있었다. 참으로 불공평한 시간이었다.
미 역사상 가장 큰 노예경매가 벌어졌던 1958년 3월 조지아주 사바나,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해관계는 모두가 달랐다.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날이 온것일까? 두려움에 떨던 수많은 노예들조차 더 좋은곳에 팔려가기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이가 있는가하면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모든것을 체념한이, 팔려가는 동료들의 아픔을 나누지못하는 안타까움 가득한 사람도 있었다.
그건 그와는 반대입장에 선 사람들또한 마찬가지로 그들 각자의 마음속엔 모두 다른 생각들이 자리한다. 비록 지금은 카드빚을 갚기위해 자신의 재산중 하나인 노예를 팔고지만 어쩔수 없는 이런상황만 아니었아니었더라면 그런짓을 하지않았을거라 스스로 떳떳해하는 피어스버틀러,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두 딸들. 미래의 부를위해 큰 명성을 얻고싶지않은 노예상인, 노예경매에 참여했을망정 난 좋은 주인이라 자신하는 헨필드 부인이었다.
그렇게 이틀에 걸친 눈물의 시간이 지난후 주인인 백인은 7억원이라는 막대를 부를 거미쥔 반면 12살 엠마를 포함한 429명의 노예들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더러는 가족과 헤어진채 미국전역으로 팔려갔다. 그때 마음놓고 울수도 없는 그들을 대신해 대신 울어주기라도하듯 하늘에선 무서운 비가 내렸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자유를 꿈꾸었던 노예들에게도 백인에게 복종하는것만이 유일한 삶이었던 흑인들에게도 세월만큼은 공평했다. 하지만 삶은 달라졌다.
자유를 향해 죽음을 불사한채 강을 건너고 노예제도에 반대했던 주인마님의 도움까지 받은 엠마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던것이다.그리곤 길고긴 4년에 걸친 남북전쟁이 끝나며 흑인들은 노예제도에서 해방이되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아픔까지 사라진것은 아니고 미국이란 나라에 노예제도가 있었다는 사실또한 사라지지않는다.
자신의 입장에서 한사건을 바라보는 여러사람들의 지극히 객관적인 독백을 통해 세계최고의 노예경매를 들여다보노라니 그 시간의 참혹함과 노예제도의 부당함에 마음이 저려오면서 분명 똑같은 인간이건만 그사람을 취급하는데있어 일하는 기계요 동물로만 치부할수있는 사람들의 양심이 무섭다. 그리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와 평등의 소중함에 무한한 가치를 맺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