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도발적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렇게 도발적인 제목일수록 사실 내용은 너무 올바르다는 점이다
마치 제러드 다이아먼드의 "섹스의 진화" 가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훌륭한 교양서이듯 말이다
"현대인의 성생활" 에서도 느낀 바지만, 이 책에서도 성을 제한하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님을 보여준다
성은 자유로운 것, 금기가 없는 것, 궁극적으로 가장 따뜻한 인간끼리의 교류라는 것을 역설한다
오히려 성을 제한하고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권력을 가지려는 보수주의자들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동성애가 왜 도덕적 범죄인가?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버린다면, 성적 소수자들은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것이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역시 더불어 행복해질 것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소수 그룹이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곧 그 사회의 진보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에이즈를 신의 징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위험한가?
책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에이즈는 그저 병일 따름이다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걸리면 대부분 죽는 끔찍한 질병일 따름이고, 그 병에 걸리는 사람들은 매우 가엾은 이들이다
죽을 병 걸린 사람 보고 천벌받았다고 비난하는 이는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 사람인가!!
벼락이 신의 노여움이라는 말과 똑같은 이치일 따름이다
확실히 독일은 한국보다 성적으로 훨씬 더 개방적이다
심지어 저자는 청소년들의 성행위도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바다
사실 과거 조혼 풍습을 생각해 보면, 청소년들의 섹스는 너무 당연한 본능인지도 모른다
본능을 다 발산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과연 고등학교 3학년의 섹스와 대학교 1학년의 섹스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혼전관계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 되지만, 그건 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 뿐이다
군대가기 전에 창녀촌에서 딱지를 뗀다는 남자들에게 순결 교육을 시키는 대신, 왜 30대는 되야 성적으로 즐거움을 찾는다는 어린 여학생들에게만 순결을 외치는지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느 사회나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의 정도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이 끔찍한 보수성 내지는 수구성에 항상 몸서리가 처진다
청소년의 성관계를 허용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지금 내가 판단하는 건 어렵지만, (솔직히 심정적으로는 지지하는 입장이다) 적어도 청소년들에게 피임 교육은 반드시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임신 가능성이 있는 나이가 되면 당연히 피임에 대한 기본 지식도 갖추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서른이 다 된 나도 피임에 대해 거의 모르는 실정이다
그저 피임약 먹든지 콘돔을 끼면 된다와 같은 매우 초보적인 지식 외에는 아는 게 없다
누가 피임 교육을 시켜야 하는가?
저자는 학교와 부모 모두를 말하지만, 대한민국 부모들 중 중고생 자녀들에게 피임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아이들을 타락시킨다고 겁낼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성교육 시간에 지루한 슬라이드만 보여 줄 것이 아니라, 정말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피임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결혼하지 않은 어린 여학생들이 날마다 성관계를 갖는 것도 아닌데 피임약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결국 남자들이 관계 전에 콘돔을 끼어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장 간단하고 안전한 피임법을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콘돔이 성관계에 어떤 불편한 점을 초래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에이즈라는 엄청난 적에 맞서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콘돔이 필수적인 방어책이 될 것 같다
한국은 그래도 에이즈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한 편이지만 유럽은 대단히 심각한 것 같다
"현대인의 성생활" 에서도 강조한 부분이지만, 요즘 세대들은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콘돔을 낀다고 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오히려 콘돔을 끼지 않는 것이 진짜로 상대방을 믿는다는 신뢰의 행위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프랑스인들의 성생활을 심층 분석한 "현대인의 성생활" 에서나, 이 책에서는 모두 그러한 어처구니 없는 믿음이 어떻게 생명을 위협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오히려 진짜로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한다면 당연히 콘돔을 껴야 하는 게 아닐까?
저자는 특이하게도 에이즈 검사마저 부정적으로 본다
에이즈 양성으로 판정된다고 해서 치료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당장 "너는 내 운명" 이라는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다
에이즈 보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주인공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척받고, 심지어 가족으로부터도 버림받는다 (남편 외의)
이것이 환자에 대한 치료법인가?
저자는 에이즈가 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성관계시 콘돔만 잘 낀다면 남들과 문제없이 어울려 살 수 있다고 한다
내과 의사가 아니라서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에이즈 검사가 정말로 꼭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독일 애들에게 놀란 점 하나
섹스를 할 때 집으로 이성 친구를 데려 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결혼한 부부도 부모님 계시면 나가서 하는 법인데, 감히 청소년이 집에서 섹스를 한다고?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성의식이 꽤 다른 것 같다
여담이지만 갑자기 인터넷에서 만난 어떤 남자가 생각난다
그 사람은 부모가 있는 집에서 섹스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고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했다
꽤 진보적인 발언을 거침없이 했던 사람인데 왜 부모가 있는 집에서는 섹스를 피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성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언제나 같은데, 사회나 종교의 금기 내지는 편견이 인간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과연 단 한 번도 결혼 생활 이외의 관계를 가진 적이 없을까?
죄없는 자가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미혼모나 혼전관계를 장려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일단 태어난 생명을 사회가 최대한 보호해 줘야 하는 게 인도주의적이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보수주의자들은 낙태를 금지하면서도 정작 미혼모들에게는 매우 잔인한 편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은, 오직 결혼이라는 의식을 통해 평생 단 한 사람의 파트너와 성관계를 맺는 그런 세상일까?
그렇다면 그것을 주장하는 남자들의 성관념은 과연 얼마나 철저한지 알고 싶다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지침서라고 하지만, 구성애 아줌마가 하는 강연도 획기적이라고 여기는 한국에서는, 감히 청소년들에게 읽으라고 권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