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남자가 바람났다
송강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평범했다
뭐랄까, 진부하고 뻔한 얘기를 340페이지로 늘려났다고 해야 할까?
같은 얘기가 너무 많이 반복되서 나중에는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같았다
200쪽 내외로 줄였으면 훨씬 더 참신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랬다면 책값도 확 줄어들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글들을 엮은 책을 보면, 대체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문장력도 조악하고 내용도 진부하고 분석력 있는 글들을 별로 못 봤다
이 책 역시 게시판에서 봤으면 굉장히 재밌게 읽었을텐데, 한 권의 책으로 읽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실망하게 된다
나름대로 독특했던 점을 들자면, 바람피우는 것이 일종의 범죄 내지 엄청난 배신이란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남자들의 경우, 능력있는 남자가 바람 피운다거나, 아내와 애인에게 둘 다 잘하고 안 들키면, 가정만 잘 유지한다면 바람 피우는 건 일종의 환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이 책의 강력한 메세지가 더욱 튀는 것 같다
서문에서 밝힌 바대로 요즘은 남자들 뿐만 아니라 여자 역시 바람 피울 수 있는 확률이 늘었기 때문에 비단 남자들에게만 보내는 질타는 아니다
요는,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한 배우자를 배신한 행위에 대한 무서운 비난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구구절절 다 맞는 소리다
결혼이라는 건 남은 인생을 평생 함께 살겠다고 공적으로 약속하는 건데 그걸 깨 버린다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금전적 정신적 손실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애까지 있다면 그 충격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피우는 게 범죄라는 저자의 강력한 주장은, 100% 공감하기 힘들었다
외도가 배신 행위임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해서 정말 그것이 범죄일까?
그렇다면 저자는 아직도 간통죄의 존속을 주장하는 것일까?
저자는 매춘에 대해서도 외도와 똑같은 배신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한다
나 역시 매춘을 옹호할 생각은 없으나, 현실적으로 단 한 번의 매춘이 부부생활을 흔들만큼 엄청난 배신행위가 되는지는 아직도 모호하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인류 역사 시작 이래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지속되온 매춘 제도는 대체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저자는 또 성폭력 두 번 저지른 사람은 성기를 잘라 버려야 한다거나, 종신형에 처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데, 성폭력이 엄청난 범죄인 건 분명하지만 역시 이런 식의 처벌에는 100% 동의할 수가 없다
확실히 한국 사회는 매춘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술집 가서 여자랑 한 번 잤다고 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반대로 아내가 성을 사서 하룻밤을 지냈다면?
과연 돈 주고 한 번 한 거니까 넘어갈 수 있다고 말할 베짱 좋은 남편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저자의 말대로 남자는 외도나 매춘에 대해 큰 죄책감을 안 갖지만, 여자들의 경우 심리적 부담감이 훨씬 크고 가정이 깨질 각오까지 해야 한다
여전히 여자의 외도나 매춘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셈이다
저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드라마가 바로 "장밋빛 인생" 이다
남편이 바람 피워도 절대 헤어지면 안 되고 (누구 좋으라고??) 바람핀 여자 꼭 떼어 놓고 (여자가 떨어져야 완벽하게 헤어지니까) 외모가꾸고 자기 계발 하면서 남편 기다려라...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간통죄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이고, 부부가 살다가 안 맞으면 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에, 또 아직 내가 미혼이기 때문에 어떻게 옳은지는 솔직히 지금은 판단 보류하고 싶다
겪어 보지 않았으니 함부로 얘기할 수가 없다
물론 상대방에게 배신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위자료 확실하게 지급해야 하고 양육비도 내놔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아직 위자료나 양육비에 대해 제도정립이 철저하지 않은 편이고, 더구나 대부분의 평범한 남자들 수입은 안 봐도 뻔한 수준이니 저자의 걱정대로 과연 이혼해서 제대로 위자료 받을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결국 우리나라도 서양처럼 이혼 한 번 하면 남자가 쪽박차는 그런 세상이 오려나?
자식이 있고 특히 전업 주부인 경우, 이혼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문득 전경린의 소설이 생각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인데, 남편의 외도에 분노하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사는 자신의 비루한 처지를 한탄하느라 삶의 에너지를 낭비해 버린 미흔이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남편의 배신 행위를 응징할 수 없는 여자들의 처지가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뜻밖에도 심리 치료를 권한다
사실 나 역시 정신과 치료가 어떤 경우에는 꼭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조언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일반적으로 정신과에 가는 것은 의지가 약하다거나 일종의 약점으로 작용하기 쉬운데, 남편의 외도는 생의 기반을 흔들만큼 중대한 외상이기 때문에 꼭 심리 치료를 받으라고 권한다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몇 시간씩 사람들 붙들고 신세 한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
현실적인 충고들은 마음에 들었다
이혼을 안 해 주더라도 일단 준비는 철저하게 하고 보라든지,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면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응징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바람피다 들킨 남편을, 엄마 돈 훔치다 들킨 아이로 비유한다
아이가 부모 돈을 훔치다 들켰을 경우, 잘못해다고 비는 애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완강하게 부인하고, 오히려 자기를 의심한다고 화를 낸다
이 때 엄마가 아이를 압도해서 기를 팍 죽이며 다시는 못 하게 야단을 치면 그제서야 울면서 용서를 빈다
남편의 외도도 똑같다고 말한다
확실한 증거를 잡은 후 기선을 제압하고 당장 정리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야 남편이 두려움을 느끼고 주변정리를 한다는 얘기다
요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부부관계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고, 일단 만만하게 보이면 한없이 올라타려는 게 인간의 심리이니, 외도 문제도 이렇게 잡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확실히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빌고 사정한다고 해서 과연 남편이 돌아올까?
오히려 계속 바람피우면 난 끝장이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겨야 멈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방법에 100% 찬성하는 건 아니다
살다보면 정말 아닌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고쳐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아줌마들에게 유효한 충고 같다
전체적으로 지루한 책이었다
동어반복이 너무 많아 그 말이 그 말 같은 분위기가 끝까지 갔다
다만 외도나 매춘이 배우자에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는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