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평전 - 이탈리아 성당 기행
최의영.우광호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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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생각보다 두꺼워 약간 긴장했는데 내용은 너무 평이해서 솔직히 많이 아쉽다.

여행 에세이는 잘 쓰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에세이로서 읽을 만한 수준이 되려면 문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일류 소설가나 에세이스트가 아니라면 어려울 것이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단순히 사진 찍는데 그치지 않고 저자가 많이 공부하고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냥 본인의 블로그에나 올릴 만한 감상문 수준으로 책을 낸다.

대신 사진기가 워낙 좋아져서 그런지 도판들의 수준은 나날이 좋아지는 것 같다.

이 책도 여행지 사진들은 비교적 훌륭하고 인쇄 상태도 좋은 편이라 책 자체는 예쁘다.

다만 안의 내용이 아쉽다.

"성당 평전"이라는 제목에 부합하려면 단순한 감상문에 그치면 안 될 것 같고 각 성당에 대한 좀더 많은 지식이 필요해 보인다.

여행기의 정석은 역시 유홍준씨의 답사기인 듯하다.

아무래도 본인의 전공 분야이니 깊이 면에서는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을 듯한데 쉬운 문체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책에서는 이탈리아 곳곳의 성당들을 소개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국시대부터 있어 온 성당들이나 마치 절을 보는 느낌이다.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그 자체로써 문화재인 셈이다.

피렌체나 밀라노, 로마, 베네치아 등 몇몇 유명 성당 이름만 알았는데 이탈리아 각지에 이렇게 많은 성당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구글 지도로 검색하면서 읽다 보니 이탈리아 지리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잡히는 느낌이다.

유명 성당을 보면 건축물 자체의 위상보다는 거기에 어떤 명화가 있는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명화를 미술관에 전부 모아 놓는 것보다는, 만들어질 당시의 원래 목적에 맞게 제자리에 있는 편이 더 의미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가톨릭 신자이다 보니 성당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도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다만 20세기에 성 비오 성인의 오상을 실재적인 기적으로 받아들인 점 등을 보면 결국 종교도 미신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오류>

423p

특히 이 성당은 카롤링거 왕조의 루이 3세와 신성로마제국의 속국이었던 바르바로사의 황제 프리드리히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다.

-> 바르바로사는 지역 이름이 아니라 붉은 수염이라는 애칭이고 프리드리히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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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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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동화 같은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이름에 끌려 읽게 됐는데 짧은 글이라 30분만에 다 읽어 버린 듯하다.

일러스트레이션과 아버지에 대한 저자의 회상이 잘 어우러져 약간 먹먹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맥없이 끝나버린 느낌이라 아쉽기도 하다.

제목은 고양이를 버리다인데, 누구와 함께 버렸는지, 바로 그 주인공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을까?

좋아하는 작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뜻밖에도 저자는 외아들이었고 본인도 자녀가 없는 걸로 아는데 여기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

저자의 아버지는 2차 대전 때 학생의 신분임에도 행정상의 오류로 징집되어 버마 전선으로 끌려 간다.

저자는 잠시 아버지가 난징 대학살에 참여한 걸로 오해해 그 행적을 찾는데 주저했으나 천만다행으로 아니었다는 걸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 보면 그 부대에 있었던 일본인 징집병들도 정말로 운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제국주의 군인이라고 하면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인에게는 도저히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기 힘든 상대지만, 그럼에도 전체가 아닌 그 개인을 들여다 보면 역시 힘든 시대를 살다 간 연약한 인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의 아버지 역시 느닷없이 전쟁으로 끌려가 죽음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고 천운으로 돌아와 90살까지 장수했지만 평생 전쟁에 대한 상처를 마음 속에 안고 살았다고 한다.

저자의 아버지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도 내 아빠가 생각난다.

아빠는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불행하게도 1980년도에 광주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5.18을 겪었고 그 일로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사회에 복귀를 못했다.

지금은 민주화 유공자가 되어 젊은 시절 상처에 대한 약간의 보상을 받고 있지만 아빠의 젊은 시절이 어떻게 사라져 버렸나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보면 왜 하필 그 때 그 자리에 있었을까, 이런 것도 운명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담백한 사람이라 한번도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 같은 걸 얘기해 본 적도 없고 시대를 원망하거나 누구 탓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나는 인간이 거스르기 힘든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해 가는지에 대해 아빠를 보면서 가끔 생각해 본다.

자식이 유명해지면 부모의 삶도 한 편의 의미있는 글이 될 수 있을텐데 하루키의 아버지는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아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된 걸 보고 기뻤을까?

20여 년 동안이나 아버지와 단절되어 있다가 임종 직전에서야 화해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 않아 아쉽다.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어색하고 단절되어 있는 게 자연스러운가?

나는 아빠와 성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해 지금도 매일 같이 통화하고 아주 가까운 사이인 반면, 남편은 자신의 아버지와 1년에 한 두번 만나는 게 전부다.

너무 멋진 작가의 좀더 깊은 속얘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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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바침 -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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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책인데 역시 제목 때문에 지나치지 못하고 빌리게 됐다.

독서 생활을 계속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 몇 달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1년 동안이나 사무실 매출이 줄면서 폐업 위기에 몰리니 책이고 뭐고 생존에 직면한 느낌이라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무주택자라 벼락거지 신세가 되고 보니 집이나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부동산 채널만 보게 됐다.

남들은 부동산이니 주식이니 하면서 다들 돈 버느라 바쁜데 나 혼자 책 속에 침잠해 딴 세상에 살고 있었나, 갑자기 현실 세계에 눈을 뜬 바보가 된 느낌이랄까?

책 읽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즐거움이라 믿고 있었는데 정말로 2020년, 특히 하반기는 독서 생활의 가장 큰 위기였던 것 같다.

전 재산을 털어 드디어 집을 장만했고 이제 나까지 집을 샀으니 살 사람은 다 산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집에서 노는 아줌마들이 미용실에서 주식 얘기하면 떨어질 때라고 하던데, 대한민국에서 나 같은 사람마저도 불안에 못 이겨 아파트를 샀으니 곧 집값이 떨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자괴감이 들긴 하지만, 다시 평안한 독서 생활로 돌아가자고 마음 먹어 본다.


2021년도에 처음 읽은 이 책은, 아쉽게도 인상적지 못하다.

특히 독일 책들은 영미권 책보다는 친숙함이 덜한 느낌이다.

정서가 달라서 그런가, 공감이 쉽지 않다.

또 나는 책이라는 물질 자체보다는 독서법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고서나 초판을 수집하는 열정을 공감하기가 좀 어렵다.

서문에서 종이책과 교통수단으로서의 말을 비교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19세기만 해도 아무도 자동차가 말을 대신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편리함이나 효율성 면에서는 말이 자동차를 따라갈 수 없겠지만, 마치 전자책이 종이책의 감성적인 면을 넘볼 수 없듯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탈 것인 말을 19세기 사람들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말은 승마장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귀한 존재가 되버렸다.

그 많던 말들이 탈 것의 위치를 상실하고 극소수의 말만 승마용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저자는 언젠가는 종이책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하지만, 다행히 우리 세대에는 여전히 텍스트가 아닌 물질로서의 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책 자체에 대한 소유욕이 없고 무엇보다 공간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전자책이 활성화 됐으면 싶긴 하다.

문학 쪽은 많이 나오는 것 같던데 내가 보는 책들은 거의 나오지 않아 아쉽다.

그리고 눈의 피로도 문제도 확실히 종이책 보다는 더한 듯하다.

매년 200권씩 책을 읽는다면 결국 평생 동안 만 권 전후의 책 밖에 못 보는 거라, 책에 나온 바대로 좋은 책을 읽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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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21-04-0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보면 주식이야기부터, 비트코인, 부동산... 그리고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이용해서 브이로그를 올린다거나 뭐 이것저것 부수익이 되는 것들을 부지런히 찾아보더라구요. 워낙에 그렇게 주변에서 그러니까 좀 내가 바보 같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관심도 그리 크지도 않고(오히려 너무 큰 차익이 납득이 안되는 탓도 있네요)

그런 정보들에 민감하지 못하니 그냥 포기를 했어요.

좀 편하게 독서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상황이 그러지를 못하네요. marine님 처럼 생업의 위기는 아니지만, 몸이 또 다시 안좋다 보니 힘드네요. 일처리도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고...

마지막에서 적으신 것처럼 좋은책만 읽어도 인생이 모자라겠습니다만, 이 남독하는 습관은 쉬이 버려지지 않네요. 읽는 속도도 참 느긋한데....

한달만 일이나 돈 걱정 없이 쉬면서 책만 읽었으면 하는 싶은 생각을 매일 한답니다. 사놓고 못 읽는 책들이 수두룩이라 마음만 항상 이래요.

marine 2021-04-05 08:46   좋아요 0 | URL
저는 은퇴하면 국립중앙도서관 근처로 이사가서 매일 8시간씩 책 읽는 게 꿈이었어요. 거기 가면 동네 도서관에 없는 미술 관련 도록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서초동 아파트 가격 알고 아, 내가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구나 현타가 왔답니다.
천국은 거대한 도서관이다는 말의 뜻이 40대가 돼서야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근심 걱정 없이 오직 책만 읽고 살 수 있는 세상은 천국에서나 가능한 것 같아요.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 황윤 역사 여행 에세이,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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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다른 책들을 아주 흥미롭게 읽어 신간 신청을 했다.

제목도 시선을 확 끈다.

일상이 고고학이라니.

본격적인 학술서는 아니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는 고고학에 관한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신청해서 받아보니 일단 책의 판형이 작고 200 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라 놀랬다.

문고판처럼 가볍게 들고 읽기는 좋은데 내용은 전작들에 비해 많이 아쉽다.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서일까?

앞서 읽은 도자기 관련 책들은 저자의 전문성이 돋보이고 당시 시대상까지 접목시켜 아주 유용했던 것에 비해 이번 책은 솔직히 너무 가볍다.

백제라는 나라를 주제로 하여 풍납토성부터 시작해 석촌동 고분, 공주, 부여, 익산까지 쭉 여행하는 컨셉 자체는 좋지만 블로그 수준의 여행기라 많이 아쉽다.

전작들을 보면 필력이 딸리는 분은 아닌 것 같은데 다음 책들은 좀더 많은 내용을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가장 좋은 답사기 모델이 유홍준씨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과 문화재에 대한 식견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에세이스트로서의 좋은 문장력을 갖기 힘들다면 내용이라도 독자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 줄 수 있어야 비로소 의미있는 책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 역시 답사에 관심이 많아 저자처럼 이런 답사 여행을 늘 꿈꾸고 있다.

현실은 주말에도 일을 하는 자영업자라 답사는 커녕 일요일에 늦잠 한 번 못 자고 있지만 언제나 마음 속으로 꿈꾸고 있다.

오래 전 결혼하기 전에 공주와 부여를 갔던 생각이 난다.

책에 나온 정림사지 석탑이나 부소산성 등에 대한 생각도 아스라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부여의 백제문화단지도 구경하기 좋게 잘 복원되어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박물관도 유물이 꼭 많지 않더라도 역사 공부하기 좋게 잘 꾸며놔서 관람하기 좋은 듯하다.

올림픽공원은 가끔 가보면서도 그 옆에 한성백제박물관은 한번도 안 들어가 봤는데 날잡고 구경 가봐야겠다.

도록이 훌륭하다고 하니 더 기대된다.


책 내용 중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주장은, 미륵사지 서탑에서 발견된 사리명문에 탑의 발원자가 삼국유사 설화의 주인공 선화공주가 아니라 사택왕후라고 기록된 이유에 관한 것이다.

여전히 선화공주는 또 다른 왕비일 것이다는 주장이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설화로 치부하고 왜 이런 설화가 생겼느냐에 대해 자신만의 추론을 펼친다.

백제의 옛 영토를 다스리기 위해 백제와 신라가 연관된 지역 전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전에 어떤 학자도 이런 추론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경상도 상주 출신 견훤이 옛 백제 영토에 나라를 세울 때 사실은 백제인의 후손이었다는 식의 전설이 만들어진 것과도 비슷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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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만만해지는 이과식 독서법 - 필요한 만큼 읽고 원하는 결과를 내는 힘
가마타 히로키 지음, 정현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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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하는 마음에 읽게 되는 책, 결과는 늘 실망...

그러고 보면 독서법도 특별한 방법이 없나 보다.

도서관 갔다가 신간 코너에 줄줄이 진열된 신간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여러 권 빌렸는데 하나같이 그저 그렇다.

저자가 교토대 교수이고, 제목이 다른 것도 아니고 "이과식 독서법"이라고 하니 기대를 좀 했는데 내용은 평이하다.

나 같은 열혈 독서가 보다는 이제 막 독서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문학이 아닌 이과식 독서법이라고 해서 특별한 게 있나 싶었는데 역시 별다른 건 없었다.

발췌독,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기, 자료 잘 정리해서 나중에 써먹기, 뭐 이 정도?

완벽주의를 버리고 모르는 부분은 과감히 넘어가고 전체적인 줄기에 초점을 맞춰라, 일단 진도를 쭉쭉 나가고 궁금한 부분은 나중에 찾아 보라고 한다.

나도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지루해지고 막히는 부분이 있는데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오히려 지루해져 중단할 때가 생긴다.

그럴 때는 좀 쉬었다 읽던지, 아니면 건너 뛰어 뒷부분을 읽다가 다시 돌아와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혹은 너무 지루해지면 다른 책을 읽다가 다시 읽기도 한다.

하여튼 독서는 절대 강제 사항이 아니고 재미를 위해서 즐겁게 읽어야 하니까 정말 어렵거나 나랑 안 맞는 책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라고 한다.

나도 읽다 보면 이건 아니다 싶은 책들이 있어서 끝까지 읽을까 말까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는 다 읽게 되고 어떤 책이든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책을 문구처럼 사용하라고 한다.

책에 밑줄도 긋고 참조 사항도 써 놓고 메모도 하는 식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과식 독서라면 자료 수집을 위해 책을 반드시 구입해서 필요한 부분을 즉시 찾아보는 게 좋긴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맨 마지막 장에서 저자가 밝힌 바대로 책은 무한히 확대되는 특성을 가져 곧 공간이 잠식되고 만다.

저자도 10%만 남기고 다 정리했다고 한다.

소유보다는 flow, 즉 지금 읽고 있는 흐름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나는 비단 책뿐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에 소유욕이 없는 사람이라 이 말에 공감한다.

당장 이용할 게 아니라면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군다나 저자처럼 생산을 위한 독서가 필요한 학자가 아니니 책의 표현대로 지적 소비를 위해서라면 굳이 사지 않고 도서관을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문구가,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는 90% 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을 다듬고 확인하기 위해 읽고, 나머지 10% 정도의 새 지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혀 새로운 정반대 성향의 책을 읽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어려운 책은 이해를 못할 것이고 저자의 의견과 반대면 읽을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정말 그런 듯 하다.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책을 읽으면서 재인식을 하고 추가로 일부 새 지식을 습득하게 되는 듯하다.

이런 점은 저자가 대학교수라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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