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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스위스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은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골랐다.
진부한 독서 일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가족의 죽음이 주는 충격, 이민자 가정의 정착 과정, 세계 2차 대전이 유럽인들의 일상에 미친 영향 등 내면적인 이야기가 많아 신선한 느낌이다.
문체가 다소 만연체고 언니의 죽음에 대한 저자의 강렬한 감상이 전체적인 흐름을 지루하게 만드는 점은 아쉽지만 그런대로 재밌게 읽었다.
무엇보다 네 자녀의 어머니란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인 저자가 아들 넷을 키우면서, 또 부모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 1년간 일종의 안식년, 치유로서의 독서를 선택했다는 점이 독특했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김혜자가 자식들 결혼시킨 후 1년간만 나가 살겠다고 했던 게 생각난다.
그 때는 작가가 오버스러운 설정을 한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 혼자만의 독립된 시간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신선하고 앞서가는 발상이었는지 책을 읽으며 느꼈다.
나는 항상 독신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한데 저자처럼 안식년을 갖는 게 타협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저자는 좋은 대학을 나온 변호사지만 수입을 포기하고 자신의 치유를 위해 1년을 독서에 몰두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내 남편 말로는, 쉬면서 책 써서 결국 한국에까지 번역됐으니 이런 생산적인 휴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너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다로 일축하긴 했다.
1년에 365권은 아마도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3년에 천 권을 읽었네, 하는 책도 봤는데 대부분의 목록이 역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였다.
저자는 한 시간에 보통 70 페이지를 읽는다고 했고 한 권의 책을 읽으려면 대략 5~6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의 스쿨 버스가 오기 전까지의 시간, 그리고 침대에 들어가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
계획적인 독서를 하려면 어느 정도 몰두할 수 있는 양질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데서나 책을 읽으라고 하는데 연속성이 끊겨 최소한 30분 이상, 할 수만 있다면 한 번에 한 권의 책을 다 읽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나도 항상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방해받지 않은 독서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목표는 9시부터 책 읽기인데 늘 한 두 시간 늦어져 새벽까지 이어지곤 한다.
사실 나는 소설보다 실제를 다루는 분야, 특히 역사나 미술 등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의 매력도 많이 느꼈다.
소설은 공감하면서 읽는 맛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책을 통한 치유, 즉 비블리오테라피도 가능해 보인다.
40대라는 이른 나이의 죽음을 옆에서 바라봐야 하는 저자의 충격과 고통이 전해져 마음이 서늘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