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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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 주제도 마음에 들고 표지 디자인도 신선해서 골랐다.

저자는 네이버 팟캐스트에서 즐겨 듣던 정신과 관련 프로그램의 진행자라서 낯이 익다.

진행할 때의 톡톡 튀는 가벼운 말투가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책 자체는 에세이로서는 너무 평범해서 아쉽다.

좋은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공감할 만한 주제들도 많고 여행에 대한 내 생각도 정리해 본 좋은 시간이었다.

결혼하고 좋은 점은 남편하고 매년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점.

패키지 여행만 다니다가 단 둘이 해외 나가서 렌트카를 타고 다니니 그게 생각보다 너무 좋다.

이 책에도 렌트카를 적극 추천한다.

요즘은 구글 지도가 워낙 잘 되어 있어 해외에서 운전도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각에 이동할 수 있어서 편하고 새로운 코스로 드라이브 하는 즐거움도 있다.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책의 주제인 여행 준비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여행지에 가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목록을 정하고 가방에 넣으면 여행 준비가 끝난 느낌이다.

대신 함께 가는 남편은 몇 달 전부터 비행기와 호텔 예약부터 시작해 모든 일정을 꼼꼼하게 챙긴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남편이 읽어야 할 것 같다.

음식점도 그렇다.

남편은 좋은 음식점을 찾아서 먹고 싶어 하지만 정작 돈 아까워서 나만 싹싹 비우지 식성이 까다로운 남편은 거의 못 먹는다.

난 먹는 것에 대해서는 음식의 "역사" 이런 거에나 관심이 있을까 음식 자체는 뭘 먹어도 아무 상관이 없어 책에 나온 미식 이야기는 공감이 어려웠다.

제일 신기한 게 먹방.

남 먹는 거 보는 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행 그 자체 보다도, 여행을 다녀온 후 책을 읽을 때 관심사가 넓어지고 가 봤던 곳은 좀 더 친근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뉴욕에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여행 후에 미국 이민 역사나 뉴욕의 건축물 역사에 관심이 생기는 식으로 말이다.

또 미술관에 가서 직접 명화를 접했을 때 그 감동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오르세 미술관에 갔을 때 책에서만 보던 그 유명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의 감동!

꼭 유명한 그림 뿐 아니라 박물관의 다양한 유물들을 볼 때도 비록 그 유물의 역사적 의의를 다 알지 못한다 해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감격스럽다.

확실히 나는 자연보다는 문화적 욕구가 강한 것 같다.

코로나가 언제 끝나려나.

너무 아쉽다는 말 밖에는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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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파는 법 - 온라인 서점에서 뭐든 다하는 사람의 기쁨과 슬픔 땅콩문고
조선영 지음 / 유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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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교보문고 갔다가 신간 코너에 꽂혀 있어서 도서관에 신간 신청한 책이다.

제목은 호기심이 생기긴 한데 북디자인이 영 지루해 보여 읽을까 말까 또 뻔한 책이면 어쩌나 약간 고민됐던 책이다.

생각보다는 흥미롭게 잘 읽었다.

직업인의 애환이랄까, 소재는 책이지만 결국 모든 직장인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애쓴다는 점에서 똑같은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나는 혼자 사무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나만 이렇게 힘든가 싶고,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게 아닐까, 다른 멋진 일이 있지 않을까, 그만두고 싶다 등등, 아침에 지하 주차장에서 사무실 가는 엘레베이터를 탈 때마다 마음이 심란해지는데 정말 모든 직장인이 다 일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모양이다.

책 파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새삼 알게 됐다.

책이야말로 별로 홍보하고 말 것도 없이 그냥 새 책 나오면 서점에 진열하면 끝인 줄 알았다.

아, 정말 세상에 쉬운 게 하나도 없구나.

요즘처럼 책보다는 영상물이 중요시 되는 시대에 책을 판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공감이 가기도 한다.

MD 라는 직업은 단순히 책을 홍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판매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새삼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알라딘 서점에서 좋은 책 추천을 많이 받고 있다.

이런 컨텐츠들이 그냥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베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내가 읽는 책은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라 다소 비주류의 역사서를 좋아하는지라 나 같은 사람은 책 파는 직업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가끔 너무 좋은 책을 만나면 이렇게 좋은 책이 왜 홍보가 안 돼서 사람들이 안 읽는 걸까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내가 좋아한다고 다른 독자들이 좋아하는 건 또 아니라서 나처럼 마이너적인 취향의 사람은 물건 파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큰 성과 장원을 가진 프랑스의 귀족이었던 몽테뉴가 치안판사 등의 명예직을 하면서 한가하게 에세이를 쓰고 책을 읽는 삶이 부러웠는데, 자기 같은 조건의 사람이 출세를 포기하고 시골에서 책이나 읽고 사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라는 글이 생각난다.

정말 세상 모든 일에는 다 댓가가 따르고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간만에 재밌는 직장인 에세이를 읽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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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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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책덕후들을 위한 카툰인가 보다.

급공감했던 장면 하나.

여행 가방 쌀 때 책 넣는 거.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여름휴가 1주일을 하와이에서 보내기로 하고 열심히 준비를 하는데 내가 제일 먼저 한 게 여행 가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목록을 정하는 거였다.

여행지에서 어울리는 책 고르는 게 나름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었고 도서관 가서 심사숙고 해서 고른 책들을 캐리어에 다 넣고 나니 여행 준비가 끝난 기분이었다.

남편이 짜증내면서 책 그렇게 많이 넣을 거면 가방 따로 가져 가라고 했던 거 생각난다.

한 해의 시작은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인가, 어떻게 시간을 배분할 것인가이다.

한 해의 마무리는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었나, 좋았던 책은 어떤 게 있었나, 내년에는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이다.

아, 정말 책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질리지가 않고 무궁무진한 즐거움의 세상인 것 같다.

가끔 너무 좋은 책을 읽을 때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이렇게 좋은 책들을 놔두고 죽으면 억울해서 어쩌지? 이런 생각도 든다.

서점에서 새 책을 볼 때도 좋지만 도서관에 어떤 책이 꽂혀 있나 살펴볼 때의 흥분감, 또 그 중 일부만 골라야 할 때의 안타까움.

그래서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남편과 아이들 이름으로까지 빵빵하게 대출 권수를 채워서 낑낑 대고 집으로 들고 오게 된다.

미처 다 읽지 못한 책들을 반납해야 할 때의 안타까움.

어쩌면 다시는 저 책들을 못 읽을지 모르는데 너무나 아쉬워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은 가능하면 다 읽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래서 정작 돈 주고 산 내 책들은 뒤로 밀리고 항상 도서관에서 빌린 책 우선으로 읽게 된다.

책+차=완벽한 주말, 이라는 문구에 공감이 간다.

내 경우는 책+커피이다.

커피가 없는 독서는 상상이 안 간다.

"어떤 곳에 살고 싶어?" "도서관!"

나도 그렇다.

도서관 바로 옆에 살고 싶다.

은퇴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 매일 출근해서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마치 일하듯이 그렇게 원없이 책을 읽고 싶다.

눈이 나빠져서 책읽기가 힘들까 봐 그게 유일한 걱정이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빠도 어느 순간 작은 글씨 읽기가 힘들어져 지금은 책을 거의 안 보시고 시를 읽는 거 보고 나도 저렇게 될까 봐 너무 걱정이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열심히 읽으려고 한다.


"만약에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진다면 뭐 하고 싶어? 나는 ...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고 싶어!"

"나는 힘들 때 책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지루할 때도, 도움이 필요할 때도"

(그런데 난 이건 아니다. 힘들 때 책 덕분에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라, 힘들지 않고 마음이 편안할 때 책을 읽을 수 있다)

"세상 그 무엇도 이 행복과 비교되지 않는다. 책을 펼치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는 것"

(좋은 책을 읽었을 때의 기쁨!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터질 것 같은 충만함! 살아 있는 게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모든 날이 책 읽기 좋은 날이다"

"인생은 왜 이리 짧은 것이며 시간은 왜 이리 부족한 것일까? 항상 읽고 싶었던 책을 모조리 다 읽을 수 있다면."

"책을 펼치면 황홀한 마법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어디에도 책만한 세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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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투어 그리스 : 고전학자와 함께 둘러보는 신화와 역사의 고향
강대진 지음 / 도도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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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좋고 표지도 예쁜데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난삽하고 지루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가능하면 고유명사도 원어에 가깝게 표현한 거겠지만 미케네를 뮈케나이로 표기하는 식이라 정말로 와 닿지가 않아 읽는데 고생했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인문 답사기의 정석은 유홍준씨 책 같다.

독자들에게 생소한 지역의 역사적 의의와 여행 루트를 함께 전달한다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대충 그리스 유명 지역 둘러보고 사진 찍고 가벼운 감상 날리는 책은 아니라서 고대 그리스 세계를 이해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됐다.

내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적어 배경지식이 부족해 더 지루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막연하게 알고 있던 테베, 델로스 섬, 산토리니, 스파르타 등등 이런 지명들을 지도에서 확인하고 눈에 익힌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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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그곳이 알고 싶다 - 한국 외교관이 쓴 아일랜드 개론서
곽삼주 지음 / 좋은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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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꼭 기행문 같은데 내용은 관광청에서 발행된 안내도 같은 느낌이다.

일단 16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짧고 사진이 거의 없는 대신 도표가 많아 멋진 표지와는 달리 지루하다.

그럼에도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역시 외교관은 다르다고 할까.

객관적인 자료들이 많아서 도움이 됐다.

막연히 아일랜드는 영어를 쓰고 영국과 붙어 있기 때문에 영미권 국가라고만 생각했다.

혹시 서양에섣 한국과 일본을 이렇게 비슷한 개념으로 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다.

아일랜드의 근대 역사는 영국의 압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독립의 과정이었던 듯하다.

저자는 이런 점이 한반도와 비슷하다고 봐서 비교하는 설명을 자주 한다.

1801년에 합병된 후 차별을 받아가 1920년대에 독립하여 게일어 사용과 가톨릭이라는 두 축을 정체성으로 영국과 협력하면서도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다.

이번에 브렉시트에서도 영국에 동참하지 않고 EU에 남았다.

그러고 보니 2010년에 IMF 의 지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후로 영국의 1인당 GDP 를 넘어설 정도로 경제가 활성화 된 것이 무척 부럽다.

가톨릭 문화권이라 그런지 몰라도 저자의 표현대로 좌파 포퓰리즘이 대세가 되는 요즘에 공화당과 통일당이라는 보수 정권이 계속 취임하는 것도 신선하다.

여기도 북아일랜드 통일 문제로 애를 먹는 듯하다.

저자는 한반도 통일과 비슷하다고 비교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핵무기를 갖고 있는 전제적 세습 왕조와 자본주의 정상적인 국가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저자는 북한 정권이 안심하도록 인도적 지원을 하고 많은 교류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 통일보다는 평화공존에 방점을 찍으면 언젠가 통일이 되리라 기대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의 태도로 봤을 때는 택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아일랜드의 통일을 중개하는 나라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많은 미국인 반면, 한반도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는 상황이니 외교적 환경도 나쁜 편이다.

이 나라의 경제를 떠받드는 건 다국적 기업들이라고 한다.

법인세가 적어 일종의 조세 회피처로 많이 오고 영어권 국가라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한다.

영미법이 적용되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도 있다고 한다.

강소국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모델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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