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 속에 한가지씩 여백을 두고 그 여백을 채우려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법인데. 그게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인데 그때의 나는 그것을 미쳐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모부만 해도 그렇다. 내가 고모부에 대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마 그 부분이 내겐 여백과도 같은 부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같은 것.   p 85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그래서 판결문 속 문장들을 모두 그런 식으로만 채웠던 것일까? 형용사 하나없이 시간대별로 주어와 목적어와 술어로만 나열한 그 문장들은 오로지 입증 가능한 사실들로만, 누군가가 술을 마시게 하고 또 누군가 그 술을 마시고 , 또 누군가 그 술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결론들을 향해서만, 무정하게 내달리고 있었다. 나는 그 문장들이 답답했고 또 한편 불편했따. 내가 답답했던 이유는. 그 안에는 p가 그 즈음 겪었던 실연과 그로 인해 한글자도 쓰지 못하고 지낼 수 밖에 없었던 나날들과 치기와 분노와 우울의 기록들이 모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입증 불가능한 셰계이니까, 법의 이름아래 고려되지 않고 모두 배제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답답했다. 내가 불편했던 이유는 나 역시 그 문장들과 똑같은 태도를 지난 몇개월동안 취했다는 사실을 그제야 똑똑히 정면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입증 불가능한 세꼐를 빤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침묵하는 쪽을 택하고 말았다. 누군가 죽었으니까 그 어떤 무게도 그것보다 더 무겁지 않다는 생각을 분명 하긴 했지만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 누구에게도 비난받고 싶지 않았다. 눈에 부이지 않는 세게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만큼의 용기가 내겐 없었던 것이었다. 어쨌던 죽은 박수희 역시 내 제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것만 입증 가능한 새계였으니까

                    p193  탄원의 문장

 

나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짐작과 진실 사이엔 그리 큰 강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짐작이란 어쩌면 진실을 마주 보기 두려워서 그게 무서워서 바라보는 그림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갖게 되었다. 그러니 이 이야기의 운명 역시 어쩌면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모르는 척 다른 이야기를 하는 마음 들 강의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하는 짐작들. 나는 지금 그것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중요한 건 두루마리 휴지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p 263   화라지송침

 

 

어쩌면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참아내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지금 참아내고 있는 그 무엇으로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독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죄의식을 찿ㅁ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거절을 참아내는 사람과 망상을 참아내는 사람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사람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참아내기도 한다. 누가 어떤 괴물 같은 짓을 하더라도 그것을 참아내고 있는가 누가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는가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말해주는 숨겨진 또 하나의 눈금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나나 아내나 우린 뚤 다 기종씨를 참아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나의 그것과 아내의 그것이 다를 수도 있ㄷ고 나의 짐작과 아내의 진실이 같을 순 없을지라도, 기종씨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아내나 나는 같은 사람이었다. ..........................아내나 나나 우리는 서로가 서로르 ㄹ참아내는 선에서 그렇게 적당히 타혐하면서 지내는 사람들인지도 몰랐다. 그게 조금 쓸쓸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게 또 우리였으니까.    p 323

 

 

고백하자면 살아오면서 조금 비겁하게 눈감고 모른 척 지나온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뭐 대단한 정의나 도덕같은 게 아니더라도

내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공감하려기 보다 귀찮고 무언가 복잡한 일에 얽매일까 두려워서 그저 건성건성 아는 척 하고 넘아가는 일들이 많았다.

아이에게도 나는 눈맞추며 이야기하기보다 한귀로 흘려들으면서 엄마는 다 알아.... 이해해.. 사랑해... 그렇게 앵무새처럼 되뇌인적도 적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제 몫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고 그 제몫이라는 건 누가 도와주거나 해서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생각이 속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거 같기도 하다.

그냥 안듣고 말면 그만이니까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도 그저 겉핡기에 지나지 않은 적도 많았을 것이다.

누군가 아파하면 그래 그랬구나.... 하고 추임새를 넣으면서도 내 한쪽에서는 너만 그런거 아니거든.. 누구나 어려운 일을 겪는 법이거든.... 무게의 무겁고 가벼움이 문제가 아니라 그게 나한테 닥쳐진 상황이라는 건 누구에게도 똑같은 거거든.. 하는 얄미운 소리만 속으로 퍼부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얄밉게 굴지 않고 이타적이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아주 천사표인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상대를 모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타인이 아닌 이상 그의 말을 행동을 고개 끄덕이며 진심으로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을까.. 설령 그랬다고 하더라도 그건 결국 내 입장에서 문제를 다시 분해하고 재조립해서 이해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즐거우려고,,, 키득거리려고 소설을 들었는데 한편 한편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첫이야기 "행정동"은 그래도 나았다.

내가 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보이는 것 표면에 드러나는  이면에 많은 것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고개를 끄덕이면서공감했다.

 

"밀수록 가까워지는" 에서는 마음이 좀 그랬다. 그 삼촌의 마음이 무엇인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화자인 조카만큼의 먹먹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 사람을 모두 안다는 건 본인도 불가능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삼촌도 자기를 제데로 알았을까?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의 격정에 휘둘리면서 갈등했을 것이고 본문에 있는 문구처럼 삶의 공백은 스스로도 채우지 못한 빈칸으로 남겨질 때가 많은 법이니까.

 

"탄원의  문장" 에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는 그 사람이 맞는가? 나는 어쩌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나의 기호에 따라 상대를 판단하고 오해하고  엉뚱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정의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 나는 그 단편에서 최의 입장보다도 그 최가 울타리 뒤에서 들었던 노부부의 대화에서 그만 탁.. 무언가가 무너져 버렸다. 삶의 이면이라는 것 쉽게 남에게 보여지지 않는 그 세세한 빈 부분은 누가 감히 판단을 하고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화라지송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보는 것 내가 견디는 것 내가 참아내는 것들.. 그것이 전부인 건 아니다.

마지막 화자의 상상인지 현실인지 과거의 모습에서 컥... 무언가 떨어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죄책감이었다.

내가 의도를 했던 하지 않았던.. 혹은 내가 그저 제 3자로서의 입장일지라도 같은 인간으로 느끼게 되는 죄책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미안한것들은 어쩌면 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맥베드에서 나왔었나? 무지야 말로 가장 큰 죄가 아닐까 하는 것

작중 인물들은 상대를 배려하고 위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가 되거나 또다른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일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그저 어느 순간 눈을 감아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잊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이 찌질한 인물들은 어쩌지도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비겁하고 비굴한 나도 그랬다.

아이에게 혹은 친구에게 이웃에게

이게 아니고 저거라고 뭔가 무모하게 혹은 단호하게 내 주장을 내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의 입장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어정쩡하니 맞장구만 치고 그래그래 니가 힘들었겠구나 하고 말하지만

돌아서면 찝찝해지는 기분

아.. 이게 아닌데.. 저 사람이 모든게 옳은 건 아니잖아.

그게 옳은 건 아닌데 왜 난 그 말을 못했을까...

하는 죄책감 혹은 후회로 똘똘 뭉쳐서 나만 괴롭힌다.

그리고 집에 웅크리고 앉아서 다시 그 일을 복기하면서 내가 어떤 지점에서 어떻게 행동했떠라면 어땠을까 하는... 하등 도움이 되지도 않고  무가치한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렇게 모든 일을 되돌아보면서 느끼는 회한에서 비겁한 사람은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고

또다른 죄책감을 얻어오는 일을 반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주인공들이 남같지 않아서... 그래서 괴로웠다.

허허 거리고 웃거나 한숨쉬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니가 바로 이렇잖아.. 하고 확 내질러버릴까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십수년전 일을 새삼 여기에 다시 꺼내든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내 안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고 알 수 없는 일들을 잉해하기 위해선 우선 그것들에 대해서 차근차근 이야기 해야한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윤리이다. 

 

윤리라고 믿고 있는 한 나는 계속 후회되는 부분을 죄의식을 느끼는 부분을 복기할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결론을 내리거나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닐것이다. 중요한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깊이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소소한 위안이 되기도 하니까..)

 

 

 

참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라는 책과 함께 나의 올해의 책에 들어가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광주는.. 대학엘 들어가서 음성적으로 틀어주던 그 충격적인 영상에서가 아니라

 임창정이 참 우스꽝스럽게 나와서 어이없이 휘말리고 안타까워하던 영화 스카우트 그리고 공선옥의 "라일락이 피면"에 수록된 짧은 단편에서였다

 

 

나에게 용산 참사는 그 근처에 살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나 신문 혹은 다쿠멘터리 등이 아니라  동화책 " 동화없는 동화책"속의 작은 이야기에서 였다.

 

 

나에게 삼풍백화점은 그 당시 하던 일을 잊고 몰두하던 신문 뉴스 방송들이 아니었고 정이현의 오늘의 거짓말에 들어있는 단편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세계사에서 혹은 화면에서 보았던 홀로코스트도 결국 나는 모퍼고의 "모짜르트를 위한 질문"을 통해서였고

 

 

아마 지금 기억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건들 사건 사고들을 기억하는 건 어쩌면 정확한 통계와 사실을 보여주는 뉴스가 아니라 전해들은 혹은 재구성되어 허구가 섞여진 이야기들을 통한 것이라 믿는다.

 

이야기의 힘은.. 사실은 아니지만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눈으로 숫자로 기록된 객관적이고 차가운 사실이 아니라

오늘 내가 만난 사람 스쳐지난 거리 

나처럼 화내고 짜증내고 돌아서서 미안하고 머쓱했던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그래서 사망 00명 어쩌구 저쩌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누나가 되어 나와 다르지 않는 사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뉴스를 통해 들은 사건은 그저 냉랭하게 머리속을 맴돌지만

이야기를 통한 사건들은 마음이 먹먹하고 눈가가 지끈거리는 감정으로 다가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있다.

이야기는 그런 것이다.

시시한 거짓말이거나 화려한 언변의 사기가 아니라

그렇게 우리에게 정말 사람이 그랬다고 사람이 그렇게 살아왔다고 그리고 죽었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사람들은 뉴스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이야기가 밖으로 향한 창이 되어주었다.

아무리 뉴스에서 크게 다루고 많은 정보를 준다지만  한 사건이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고 의미를 갖게 되는 건 항상 뒤늦게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내게 세상의 창은 이야기였다.

조금 늦게 정보를 접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차가운 숫자와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그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것 아픔이고 상처고 회한이고 혹은 희망이고 기쁨일 수 있는  나와 무관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건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아직도 이야기가 ..  소설이... 동화가 해야할 일이 많이 있다고 .. 지구에서 인간이 멸종되지 않는한 언어가 사라지지 않는한 이야기는 영원하리라 믿는다.

 

그 무엇보다도 이야기는 힘이 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에게 좋은 부모는 아니란걸 나도 안다.

변덕도 심하고 아직도 미성숙한 부분이 많이 남아서 아이랑 싸우면 꼭 이겨 먹으려고 하고

내 마음이 다치는게  아이가 다치는 것보다는 더 싫고 자존심도 상하고

뭔가 내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아이가  가져다 주는 뿌듯함 , 통속적인 행복 우쭐함도 함께 누리고 싶다.

한마디로 손대지 않고 코풀고 싶은 심리가 있다.

 

정서적인 안정감

언제나 모범이 되는 뒷모습

아이의 성장에 맞추는 잘 짜여진 육아계획과 실천들등등

그런건 하나도 못하지만 아쉬운 건 없지만 단 한가지

아이가 엄마를 기억할 때 엄마.. 하면 떠오르는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요리를 썩 잘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지만 그래도 때가 되면 먹어야 하는 건 아이의 기호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 솜씨와도 전혀 상관없이 해주고 싶었다.

설에는 떡국을 먹고 정월 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을 먹어야 하고 부름도 깨야하고

복날에는 삼계탕도 먹어야 하고

동지에는 팥죽도 먹어야 하고

명절때는 동그랑 땡이나 전을 태워가며 모양이 엉망이 되어도 먹어야 하고

암튼 그런 무모한 욕심이 있었다.

입맛이 다른 아이에겐 그런 음식에 대한 기억도 취향도 없다.

사실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라는 걸 나도 알지만

뭐랄까 이런날은 이런 음식.. 이라는 기억을 아이에게 주고 싶었다.

함께 나눈 시간 따뜻한 정 기분 좋은 냄새 같은 게 아니더라도

먹기 싫은데 엄마는 무얼 저리 많이 만들어 먹이나 싶은 기억이라도

아... 이런 음식도 있구나 이럴때 먹는 구나.. 하는 그런 지겨운 기억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박이래도 할 수 업고..

 

 

울 친정 엄마가 음식 솜씨가 좋은 건 아니지만 내가 기억하고 좋아하는 엄마 음식이 참 많다.

엄마가 해 준거니까 마늘을 많이 넣어도 간이 좀 강해도 그건 늘 맛있었다.

모양이 보기가 그렇고 먹어도 질리지 않고 그리운 맛이다.

때마다 먹었던 절기 음식이나 자랄땐 그렇게 지겨웠던 명절음식 제사 음식도 지금은 그립고 아쉽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모습이나 소리와 함께 맛도 함께 있다.

 

그래서 내 아이도 나의 모습이나 소리이외에 맛도 함께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때가 되면 주저리주저리 투덜거리면서도 그 음식을 기억하는 몸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작은 바람이다.

 

그 바람속에 읽었던 이 책은 내게 꼭 친정엄마같다.

물론 나는 작가보다는  나이가 덜 먹어서  그런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작가가 기억하는 음식에 대한것들은 공감이 간다.

한없는 갈증속에서 정말 기갈나게 쬐끔씩 얻어먹었던 맛

지겹게 먹어서 물리기까지 한 맛들

그땐 어려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던 맛들이

사실 별거 아닌 재료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충대충 만들었던 맛들을 정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맛깔나게 표현해내고 있다.

고구마 쑥  부추 (내겐 정구지. 작가에겐 솔) 메밀 호박 쌀 등등...

이젠 듣기만 해도 정겹고 따뜻한 재료들이 만들어 내는 맛과 기억을 펼쳐내고 있다.

전라도 곡석 가시내의 기억이나 그로부터 몇년 뒤에 태어난 부산 가시내나 뭔가 맛을 기억한다는 건 참 따뜻하고 행복하다는 걸 알 고 있다.

그래서..

그런 행복한 기억이 내 아이들도 있기를 바라면서

지금도 지겨워하면서도 야무지 못한 손끝으로 여전히 맛을 빚어내고 있다.

다만... 고백하자면

함께 만든 음식만큼 함께 키득거리며  소곤거리며 먹는 길거리 음식  식당 음식도 기억이 되리ㅏ 믿는다는 것.. 조금은 게으른 엄마의 변명이기도 하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작가의 경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하고 뭔가 가슴 저 아래가 아릿하면서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을,,,, 내 아이도 먹지 않은 음식이래도  뭔가 뭉클해지는 기억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소박한 재료가 나오기 까지의 자연과 사람의 정성

그 재료가 음식이 되어나오기까지의 요리하는 사람의 무심한 정성과 마음

그 모든 것이 어우러 진 걸 우리가 먹는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냥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괜히 입가에 웃음이 배실배실 베어나와서 괜히  멋적기도 했다.

이런  경험.. 이런 기분을 내 아이도 꼭 경험하기를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은영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책공부를 통해 마이클 모퍼고를 처음 만났다.

그의 책들은 역사적인 어떤 사건이나  혹은 실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모티브로 삼아서 이야기를 꾸려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전쟁, 홀로코스트, 난민이나 이민자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의 이야기등등

우리가 살면서 큰 줄기를 알지만 세세한 그 결을 살피기 힘든 사건들을 작게 쪼개어서 그 섬세한 결을 보여준다.

전쟁이 났다 사람들이 많이 학살되었다 도시가 파괴되었다.

이런 큰 흐름만 알고 지나가면 그 속에는 사람이 들어있지 않다.

그저 사물화된 사건이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숫자들로만 이루어진 기사와 다르게 이야기는 그 속에 살아있는 사람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폭격을 당한 곳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우리가 오가는 골목이나 들리게 되는 작은 가게 주말에 찾아가는 도서관이나 동물원이  바로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고 다니는 곳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것이고 숫자로 기록되는 사망자의 숫자나 피해액은 바로 우리가 어제 만났던 혹은 언젠가 스쳤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사실을 알고 인식하기에는 기록이나 기사가 유익할 수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서는 그 속에 살아있던 숨쉬고 있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저 숫자로만 차갑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을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힘은 우리에게 어떤 사건을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 속에 고통받았던  납작하게 엎드려야 했고 견디고 살아낸 혹은 죽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보여준다.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

그것이 기록과 이야기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아는 이차대전에서 독일은 언제나 나쁜 놈이었다. 일본과 더불어

나치 히틀러와 언제나 같은 맥락에서 전쟁을 도발한 전범국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이야기속에서 배경이 된 드레스덴 폭격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전쟁 막바지에 보복을 위해서 무고한 도시에 퍼부은 폭격이 사람들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힘들게 하는지를 담담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전쟁에서는 이긴쪽이든 진 쪽이든 전쟁을 도발한 쪽이든 당한 쪽이든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

결국 고통받는 건 인간이었고 동물이었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라는 것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이라는 걸 담담하게 이야기는 보여준다.

 

동물원 조련사였던 엄마가 데려온 아기 코끼리 마들렌

리지는 이 상황이 싫고 동생 칼리는 정말 좋아한다.

코끼리와 개의 갈등으로 인해 폭격을 피하게 된 리지 가족은 코끼리를 데리고 이모네 농장으로 피난을 가고 가는 길에 만난 낙오한 영국군도 함께 떠나게 되고..

많은 일을 겪고 우여곡절끝에 모두가 무사하게 전쟁을 마무리하게 된다.

코끼리와 함께 떠나는 피난이라는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오히려 위로를 받게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어처구니 없고 어이없지만 그 속에서도 성장이 있고 위로가 있기도 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고 그 속에 견뎌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전쟁의 실상을 알게 해주는 이 이야기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케 하면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더불어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알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스식 세탁소 - 정미경 소설집
정미경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고 보면 내가 나인 순간이 얼마나 될까 그런 순간이 오기는 하는 걸까 지금 내가 널 좋아한다는 것 네가 날 좋아한다는 것 무언가에 휘둘려 그것마저 놓쳐버린다면 지금의 우리에게 도데체 뭐가 남아 있을까.....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

 

그저께 대대적으로 책정리를 했다.

집 근처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기고 제일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중고 서점에서 싸게 책을 구입.... 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끌고 다니던 책을 하나씩 둘씩 야금야금 파는 재미에 들려서 모든 책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집에 뭔가를 두고 싶지 않고 콘도같은 집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두손들고 반길 일이긴 하지만  사는 사람 생각은 안하고 낡고  이미 오래전에 나온 책을 무지 좋은 책이라고 꾸역꾸역 팔아야 한다고 우기는 남편을 말리는 건 힘들었다. 나에게 좋은 책이라는 것고 팔리는 책은 다른 거니까.

각설하고 책을 정리하다가 옛날 편지를 발견했다.

 

친애하는 **에게.. 라고 쓴 짧은 한장짜리 편지였는데

누가 썼는지 이름조차 없어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게 애정을 가지고 쓴 편지라는 것 (사실 애정이 없이는 손편지를 누구에게 쓰겠는가) 그리고 그 상대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이미 15년 가까이 흐른 후 받아든 그 편지가 참 새삼스럽고 설레었다.

짐작컨대 결혼전 활동하던 동호회의 누군가가 내게 책을 보내면서 함께 보냈던 편지라고 짐작된다. 책을 보낸다는 글귀로 보아..

뭐랄까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문장들로 이어진 자기 신변 이야기뿐인 짧은 메모같은 편지지만 그래도  행간에 보이는 배려랄까 애정이 느껴진다면 너무 오바스러울까

아주 늦게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한때 사귀었다기보다는 몇번 만났던 사람이었고 모임에서 몇번을 보다가 조금은 친해지다가 그냥 흐지부지 되고만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편지가 그때의 기억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사실 별 연애감정도 아니었고 사이도 아닌데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싫어서 멀리 했던 기억도 있고 뭐랄까 세삼 그리울 것도 없는 상대지만 그때 내가 받은 편지를 다시 보는 건 또 다른 감정이었다.

아... 나도 한때 이런 적이 있었구나.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내 스스로 나였고 거기에  대책없이 당당하고 자유로웠떤 나를  떠올리게 했다.

괜히 좋아서 딸에게도 보여줬지만 별 관심이 없다.

뭐 절절한 사랑표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지하게 건조한 내용이긴 하다

받은 사람만 보낸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꺼집어 낼 수 있는 거니까 누군가가 공감하기는 어려운 지극히 개인적인물건이니까.

그래도 편지를 발견한 그 며칠 내내 기분이 좋았다.

까맣게 잊어버린 내 청춘을 느닷없이 발견한 기분

풋풋하다고 하기엔 모자라지마 그래도 뭔가 설레고 기묘한 감정의  되새김질도 좋았다.

 

그래서 기분좋게 정미경의 소설집을 읽어내려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팍.. 나를 닮은 감정의 결을 다시 느껴본다

어쩌면 비루하고 대책없는 청춘들의 허우적거리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 순간이 참 빛난다는 걸 그들은 알까? 내가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순간을 찾아 다니는 그 청춘들이... 골뱅이 처럼 배배 꼬인 뒤끝을 가지고도 다음날이면 다시 헤헤 거릴 수 있는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모든 작품을 읽고 책을 덮으면서는 조금 마음이 아리고 허무하고 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장의 에상치 못한 편지의 감흥은 지속되고 있었다.

 

결국 이 글은 리뷰가 아니라 책을 읽는 도중 어떤 편지를 발견해서 책은 뒷전이고 그 편지가 주는 감상에 취해서 홍해옿애거린다는 이야기일 뿐인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 되겠다...

 

고로 같은 작품을 읽어도 그 순간의 상환이나 감정상태에 따라  지극한 비극도 희극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알려주는 것...   아 챙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