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에게 좋은 부모는 아니란걸 나도 안다.

변덕도 심하고 아직도 미성숙한 부분이 많이 남아서 아이랑 싸우면 꼭 이겨 먹으려고 하고

내 마음이 다치는게  아이가 다치는 것보다는 더 싫고 자존심도 상하고

뭔가 내가 더 중요하다면서도 아이가  가져다 주는 뿌듯함 , 통속적인 행복 우쭐함도 함께 누리고 싶다.

한마디로 손대지 않고 코풀고 싶은 심리가 있다.

 

정서적인 안정감

언제나 모범이 되는 뒷모습

아이의 성장에 맞추는 잘 짜여진 육아계획과 실천들등등

그런건 하나도 못하지만 아쉬운 건 없지만 단 한가지

아이가 엄마를 기억할 때 엄마.. 하면 떠오르는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요리를 썩 잘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지만 그래도 때가 되면 먹어야 하는 건 아이의 기호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 솜씨와도 전혀 상관없이 해주고 싶었다.

설에는 떡국을 먹고 정월 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을 먹어야 하고 부름도 깨야하고

복날에는 삼계탕도 먹어야 하고

동지에는 팥죽도 먹어야 하고

명절때는 동그랑 땡이나 전을 태워가며 모양이 엉망이 되어도 먹어야 하고

암튼 그런 무모한 욕심이 있었다.

입맛이 다른 아이에겐 그런 음식에 대한 기억도 취향도 없다.

사실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라는 걸 나도 알지만

뭐랄까 이런날은 이런 음식.. 이라는 기억을 아이에게 주고 싶었다.

함께 나눈 시간 따뜻한 정 기분 좋은 냄새 같은 게 아니더라도

먹기 싫은데 엄마는 무얼 저리 많이 만들어 먹이나 싶은 기억이라도

아... 이런 음식도 있구나 이럴때 먹는 구나.. 하는 그런 지겨운 기억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박이래도 할 수 업고..

 

 

울 친정 엄마가 음식 솜씨가 좋은 건 아니지만 내가 기억하고 좋아하는 엄마 음식이 참 많다.

엄마가 해 준거니까 마늘을 많이 넣어도 간이 좀 강해도 그건 늘 맛있었다.

모양이 보기가 그렇고 먹어도 질리지 않고 그리운 맛이다.

때마다 먹었던 절기 음식이나 자랄땐 그렇게 지겨웠던 명절음식 제사 음식도 지금은 그립고 아쉽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모습이나 소리와 함께 맛도 함께 있다.

 

그래서 내 아이도 나의 모습이나 소리이외에 맛도 함께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때가 되면 주저리주저리 투덜거리면서도 그 음식을 기억하는 몸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작은 바람이다.

 

그 바람속에 읽었던 이 책은 내게 꼭 친정엄마같다.

물론 나는 작가보다는  나이가 덜 먹어서  그런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작가가 기억하는 음식에 대한것들은 공감이 간다.

한없는 갈증속에서 정말 기갈나게 쬐끔씩 얻어먹었던 맛

지겹게 먹어서 물리기까지 한 맛들

그땐 어려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던 맛들이

사실 별거 아닌 재료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충대충 만들었던 맛들을 정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맛깔나게 표현해내고 있다.

고구마 쑥  부추 (내겐 정구지. 작가에겐 솔) 메밀 호박 쌀 등등...

이젠 듣기만 해도 정겹고 따뜻한 재료들이 만들어 내는 맛과 기억을 펼쳐내고 있다.

전라도 곡석 가시내의 기억이나 그로부터 몇년 뒤에 태어난 부산 가시내나 뭔가 맛을 기억한다는 건 참 따뜻하고 행복하다는 걸 알 고 있다.

그래서..

그런 행복한 기억이 내 아이들도 있기를 바라면서

지금도 지겨워하면서도 야무지 못한 손끝으로 여전히 맛을 빚어내고 있다.

다만... 고백하자면

함께 만든 음식만큼 함께 키득거리며  소곤거리며 먹는 길거리 음식  식당 음식도 기억이 되리ㅏ 믿는다는 것.. 조금은 게으른 엄마의 변명이기도 하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작가의 경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하고 뭔가 가슴 저 아래가 아릿하면서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을,,,, 내 아이도 먹지 않은 음식이래도  뭔가 뭉클해지는 기억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소박한 재료가 나오기 까지의 자연과 사람의 정성

그 재료가 음식이 되어나오기까지의 요리하는 사람의 무심한 정성과 마음

그 모든 것이 어우러 진 걸 우리가 먹는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냥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괜히 입가에 웃음이 배실배실 베어나와서 괜히  멋적기도 했다.

이런  경험.. 이런 기분을 내 아이도 꼭 경험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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