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은영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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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부를 통해 마이클 모퍼고를 처음 만났다.

그의 책들은 역사적인 어떤 사건이나  혹은 실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모티브로 삼아서 이야기를 꾸려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전쟁, 홀로코스트, 난민이나 이민자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의 이야기등등

우리가 살면서 큰 줄기를 알지만 세세한 그 결을 살피기 힘든 사건들을 작게 쪼개어서 그 섬세한 결을 보여준다.

전쟁이 났다 사람들이 많이 학살되었다 도시가 파괴되었다.

이런 큰 흐름만 알고 지나가면 그 속에는 사람이 들어있지 않다.

그저 사물화된 사건이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숫자들로만 이루어진 기사와 다르게 이야기는 그 속에 살아있는 사람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폭격을 당한 곳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우리가 오가는 골목이나 들리게 되는 작은 가게 주말에 찾아가는 도서관이나 동물원이  바로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고 다니는 곳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것이고 숫자로 기록되는 사망자의 숫자나 피해액은 바로 우리가 어제 만났던 혹은 언젠가 스쳤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사실을 알고 인식하기에는 기록이나 기사가 유익할 수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서는 그 속에 살아있던 숨쉬고 있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저 숫자로만 차갑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을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힘은 우리에게 어떤 사건을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 속에 고통받았던  납작하게 엎드려야 했고 견디고 살아낸 혹은 죽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보여준다.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

그것이 기록과 이야기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아는 이차대전에서 독일은 언제나 나쁜 놈이었다. 일본과 더불어

나치 히틀러와 언제나 같은 맥락에서 전쟁을 도발한 전범국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이야기속에서 배경이 된 드레스덴 폭격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전쟁 막바지에 보복을 위해서 무고한 도시에 퍼부은 폭격이 사람들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힘들게 하는지를 담담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전쟁에서는 이긴쪽이든 진 쪽이든 전쟁을 도발한 쪽이든 당한 쪽이든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

결국 고통받는 건 인간이었고 동물이었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라는 것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이라는 걸 담담하게 이야기는 보여준다.

 

동물원 조련사였던 엄마가 데려온 아기 코끼리 마들렌

리지는 이 상황이 싫고 동생 칼리는 정말 좋아한다.

코끼리와 개의 갈등으로 인해 폭격을 피하게 된 리지 가족은 코끼리를 데리고 이모네 농장으로 피난을 가고 가는 길에 만난 낙오한 영국군도 함께 떠나게 되고..

많은 일을 겪고 우여곡절끝에 모두가 무사하게 전쟁을 마무리하게 된다.

코끼리와 함께 떠나는 피난이라는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오히려 위로를 받게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어처구니 없고 어이없지만 그 속에서도 성장이 있고 위로가 있기도 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고 그 속에 견뎌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전쟁의 실상을 알게 해주는 이 이야기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케 하면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더불어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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