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실을  드러내면 누군가 상처를 받지만

 진실을 덮어버리면 모두가 상처를 받는다'

미미여사가 솔로몬의 위증에서  누군가의 입을 통해 한 말이다,

 

주경이는 혜수네에게 늘 당하는 입장이다,

한 번의 실수로 초콜렛 셔틀을 하게 되고 늘 전전긍긍 눈치를 보며 얼른 혜수네의 눈깔이 자기를 비껴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기회가 온거 같은데 ... 하필 누군가의 구두를 던져야 하는 시험에 빠진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되뇌이면서 눈을 질끈 감고 신발을 던져버린다,

일은 그렇게 꼬여버렸다,

주경은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사실 주경에게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싫다고 안한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주경은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쩌면 혜수네 눈깔들의 마음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그 눈깔들이 향하는 곳을 자기가 아닌 명인으로 돌리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경은 점점 더 괴롭다,

모두가 아는 게 아닐까 뒤에서 수군거리는게 아닐까하는 불안감

그리고 스스로 점점 커지는 죄책감

쟤들 때문이라고 혜수네 눈깔들을 향한 분노

주경은 그래도 아무 내색을 못한다.

모든 감정이 뒤엉키면서 주경은 점점 쪼그라든다,

절대 안보고 살겠다는 명인이와는 자꾸 얽혀들고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까지 알아버린다,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진실을 드러내고 사과하면 주경은 상처를 받을 것이다,

명인이나 정아가 자기를 어떻게 볼지 알 수 없다,

이제 혜수를 넘어 명인이와 정아까지 자기를 이상하게 볼 것이고 우습게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덮어버리면... 역시 그것도 상처다,

아무도 모른다고 상처가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적어도 나는 알고 있는 것이니까

아이들 이야기답게 이야기는 잘 흘러가고 마무리 되었다,

주경이는 용기를 내어서 사과를 하고 상처를 드러내면서 더 많은 상처가 번지는 것은 막았다,

 

명인이가 받은 아픔 그동안 정아가 받았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주경이의 상처에 딱지가 앉으며 그렇게 성장 할 것이다,

다만  주경이가 당한 일들은 구두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누구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억울해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도 어쩌면 잘못일거라고 스스로 도닥거릴지도 모르겠다,

 

결말을 그렇게 행복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이 책을 읽은 나는 마무리가 자꾸 미흡하다는 생각을 한다

고지식한 나 는 사과가 있고 용서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상처를 받고 아팠을 때 어떤 위로나 공감보다

미안해. 많이 아팠니 잘못했어

이 한마디가 더 절실할 때가 있다,

명인이의 마음을 헤아린 주경이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그냥 혼자 정리하고 해결하는것

그리고 친구로 남아준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것

혼자 결심하게 하는 것

그게 자꾸 잔가시처럼 목에 걸린다,

나도 사과받고 싶다고 말하기엔 너무 치사해 보이지만

그냥 넘어가자니 언젠가 다시 올라올 서러움이다,

작가는 주경이가 아픔을 통해 변하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주경이도 받아야 하는 것이 필요한 나이이다,

여자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싸움은 보이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아서 더 상처가 되는데  혼자 씩씩하게 이겨낸다는 결론이 자꾸 걸린다,

주경이가 그냥 착한 아이로만 자랄 거 같아서...

어쩌면 주경이 마음 속에 그늘이 이제 막 생겨버렸는데

그냥 보이는 문제가 해결되고 주경이가 명인이나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낸다는 이유로 그게 그냥 넘어가버릴까 하는 노파심이 자꾸 든다,

주경이의 욕구는 마음을 말하면서도 그게 그냥 넘어가는 거 같아서 걸린다,

용기없는 주경이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도 자꾸 주경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프다고 해도 괜찮다고

나도 사과받고 싶다고 해도 괜찮다고,,

진실을 드러내서 혼자 상처받는 쪽을 택하겠다고 한 주경이등을 자꾸 쓸어주고 싶다

그렇게 웃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웃어야 괜찮아야 지금 이 순간의 평화가 깨지지 않는거라고 그래서 참는 거라는 생각이 자꾸든다,

 

어른들은 항상 보이는 문제가 해결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아이가 웃기 시작하면 다 괜찮다고 믿는 모양이다,

나는 책장을 덮으면서도 자꾸 주경이가 걸린다,

 

황선미도 참 좋은 작가지만

미미여사가 만져주는 그 지루하지만 세세한 마음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별을 두개 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