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인형 상자 (양장)
정유미 글.그림 / 컬쳐플랫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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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필로 섬세하게 그려진 소녀가 정면을 응시한다,

종이의 질감과 연필의 길감이 섞여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하다.

먼저 상자 집 속의 인형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인형의 주인인 유진이 나온다,

유진은 침대에서 나가고 싶어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포근한 침대속으로 파고 들고 싶어한다

유진은 방에서 나가고 싶어하지만 누군가는  더 예뻐지기 전에 나가는 걸 꺼려한다,

유진은 주방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고 싶어하지만 누군가가 무너질 것을 염려해서 나갈 수가 없다

유진은 집을 나서려고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밖에 만만치 않아 하며 나가기를 말린다,

그러나 유진과 인형은 상자속에서 나와 세상의 공기를 마신다,

세상은 셍각보다 괜찮다,

 

그림속의 인물들은 모두 정면을 응시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

표정도 한결같이 무표정하면서도 복잡하다,

두려움 불안이 섞여있다,

이곳은 편안한데 왜 나가려고 하느냐고

아직 에뻐지지 않았고 아직 더 모아야만 하고 아직  세상은 너무 두렵다,

웅크리고 준비하고 모으고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선택의 순간은 두렵다,

무얼 선택하든 두려움이 있다,

완전한,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언젠가는 후회할 것이고 두려워질 것이고 어려울 것이다,

나를 말리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다,

아들러가 말했던 것 처럼 이유가 있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싶어서 이유를 생각하고 붙일지도 모른다,

내겐 두려움이 있어,

내겐 아픔이 있어

내겐 핸디캡이 있어,

나의 작은 인형상자속에 움크리고 있다고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행도 불행도 내 선택이다, 내 선택의 결과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해보기 전엔 내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니?

  일단 시작을 해봐야 내가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지 않겠니?

 

그렇다 한 발 내딛기 전에 알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아무리 용한 점장이라도 그걸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얼굴을 만져주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사탕이  입안에서 녹을 동안 우리는 용기를 준비하고  희망을 다시 닦아서 세상으로 나가야 할것이다,

어쩌면 세상은  견딜만할 것이고 의외로 아름다울 것이고 아픔도 기꺼이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나를 세상으로 내 보내는 것도

나의 내면을 내 보여주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겪어야 내 세계가 넓어진다,

 

 

사족... 책속의 인물이 작가를 많이 닮았다,

         가늘고 긴 눈과 불안과  호기심을 가진 얼굴이... 가만 보고 있으면  그다지 덜 무서웠다,

        그러나 인형은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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