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이명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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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안된다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시켰습니다. 교통대란을 걱정하던 서울 시민과 상인은 물론 우려하던 중앙정부까지 이해시켰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변할 수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변할 수 있습니다. 단 신뢰를 줄만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전제가 있어야 겠지요." 

지금은 대통령이 된 이명박 서울시장이 일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계천 복원사업과정에 대해 한 말이다.  

이책은 그리 잘 쓰인 책은 아니다. 전문작가나 학자들의 글처럼 명료하게 자기가 수십년의 조직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언급만 할 뿐 생생하게 분명하게 쓰고 있지도 못하고  이책이 쓰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해 명료하게 그림이 그려지게 하지도 못한다.  두시간 정도에 다 읽었으니 읽히기는 쉽다. 그러나 그만큼 내용도 많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맨앞에서 인용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말처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인내를 갖는 것이 무엇인지, 리더의 할 일이 무엇인지는 보여준다.  

시장선거에서 최대공약이었던 청계천 사업은 서울시 공무원들부터 회의적이었다. 공사자체는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도심 한복판이기에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이것은 공사가 아니라 정치였다. 그들을 설득해 조직을 가동하는 것부터 착수해야 했고 수십만 청계천 상인들을 설득하는 것도 큰일이었으며 중앙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책의 중심은 그들을 어떻게 설득해 프라젝트를 이뤄냈는지이다.  

그 과정이 분명하게 그려지도록 쓰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곽은 보여주는 것으로도 얻은 것은 충분하다.  

그러나 왜 지금은 대통령의 자리에서 반대를 뚫지 못하는 것인가? 시장 시절의 리더쉽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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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전국책 1 - 술책편
조성기 지음 / 동아일보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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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전국책을 저본으로 사기와 논어, 열자, 관자, 순자, 한비자 등 전국시대를 다룬 역사서와 당시의 제자백가들의 저작을 취합하여 전국시대를 설화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전국책 자체는 읽기는 쉽지만 당시 한문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소략한 서술방식을 취한다. 이런 식이다. 

중국 전국시대, 齊(제)나라에 많은 군사를 파병한 燕(연)나라에 기근이 들자 이를 틈타 이웃 趙(조)나라 惠王(혜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연나라를 침략할 준비를 서둘렀다. 그래서 연나라 昭王(소왕)은 그간 연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해 온 蘇代(소대)에게 조나라 혜왕을 설득해 주도록 부탁했다. 그리하여 소대는 조나라에 도착해 혜왕을 만나 설득하길 다음과 같이 하였다.

"제가 오늘 易水(역수:연과 조와 국경을 이루는 강)를 지나오다가 보니, 조개가 바야흐로 햇볕을 쬐러 나왔다가 도요새가 그 조갯살을 쪼으니 조개는 입을 다물어 도요새의 부리를 물었습니다.

도요새가 말하길, 오늘도 비가오지 아니하고 내일도 비가오지 아니하면 곧 죽은 조개가 될 것이다. 하니

조개가 또한 도요새에게 일러 말하길, 오늘도 나오지 아니하고 내일도 나오지 아니한다면 곧 죽은 도요새가 될 것이다. 하면서 조개와 도요새가 서로 놓아주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어부가 둘 다 사로 잡았습니다.

지금 조나라가 장차 연나라를 치려한다면 연나라와 조나라는 오랫동안 서로 버티어 백성들이 피폐해지게 될 것이니 저는 강한 秦(진)나라가 어부가 될까 두렵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원컨대 왕께서는 깊이 생각하시어 결정하시길 바랍니다."고 하니,

조나라 혜왕이 말하길, 과연 옳은 말이로다. 하고 이에 연나라 침공 계획을 중지하였다. 
 

 어부지리란 고사의 출전이다. 그러나 조성기씨는 여기에 살을 덧붙인다. 당시 제나라와 조나라 연나라의 전체적인 정세와 등장인물에 대한 약력등을 소설적 상상력을 붙여 더 자세한 서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전국7웅으로 나뉘어 간략한 단편으로 편찬된 편제를 한위조 3진이 나뉜 전국시대의 시작부터 진의 통일까지의 편년체 양식으로 전국시대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사기를 참조해 당시의 시대상과 사건을 더 자세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성기의 전국책은 재미있다. 위의 어부지리의 고사를 예로 들자면 단지 간언의 아이디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배경을 왕과 신하의 개인적인 동기까지 상상하고 그들의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그려내 그런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당시 정세에서 그런 아이디어가 어떤 의미가 있었지는까지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전국책 한 권만이 아니라 13경과 제자백가들의 저작에서 자유롭게 인용되는 전거들로 깊이를 한층 더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시대라면 떠올리게 되는 제자백가들도 다루고 있어 당시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게 할 뿐아니라 왜 그런 사상들이 당시에 태어나게 되었는가를 시대적 배경에 기반하여 소설적 상상력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열국지를 떠올리게 하는 역작이다.  

1권은 한위조 3진의 분립으로 시작된 전국시대 초기부터 전국말기의 시작인 합종연횡의 시작까지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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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차일드 - 유대최강상술
데릭 윌슨 지음, 이희영 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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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홉스봅의 말을 빌리자면 '혁명의 시대'에 태어나 '자본의 시대'에 권력과 부의 제국을 세우고 '제국의 시대'와 함께 사그라져간 금융가문의 이야기이다. 

로스차일드가는 18세기말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게토의 허름한 잡화상에서 시작해 프랑크푸르트와 빈, 파리, 런던의 금융업을 지배하면서 19세기 세계의 중심이엇던 유럽을 지배한 금융가문의 역사를 쓰고 있다. 

로스차일드에 관한 책을 주문했을 때 기대한 것은 당시 어떻게 로스차일드가문이 금융업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19세기 금융업이 자본주의를 지배하게 된 과정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에서 그러한 경제사 또는 가문의 경영사는 배경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책이 다루는 것은 천하디 천한 유대인 가문이 명문거족으로 부상하면서 세대간의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가문의식이 어떻게 생기고 가족구성원들을 구속했는가와 같은 가족사이다.  

일본 속담에 입맛은 부자 3대가 가야 얻어진다고 한다. 상스럽다는 말까지 들었던 1세대와 2세대의 창업세대는 교육을 받지 못했고 성공이란 목표를 쫓아 모든 것을 걸었던 세대이다. 그러나 그 후의 세대들은 부유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으면서 안목을 키우고 취향을 타고났다. 그들에겐 창업세대와 같은 성공을 향한 열정은 없었다. 이미 그들이 태어났을 때 그들은 세계최고의 부와 권력을 당연한 것으로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은행업이란 사업은 의무였고 지배층으로서 누리는 것을 갚아야 하는 의무엿다. 그들에게 은행이란 사업은 가문과 그들의 가문이 중심으로 있는 나라를 위한 의무로 받아들여진다.  

가문의 이름을 명예롭게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받아들이는 자손과 그런 것에 관심이 없이 주어진 것을 누리며 살고 싶어하는 자손으로 나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의무의 중압감에 눌려 삐뚤어져가는 자손들... 

이책은 명문가가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이어지며 그 가문의 자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다룬다. 

그러나 문제는 첫째 200년이 넘는 긴 시간을 다루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성실했다. 천재엿다는 형용사가 주어진다면 그 근거가 되는 구체적 사실의 지지없이 그냥 선언되는 서술이 많다. 로스차일드가문이 금융업자답게 입이 무거웠고 권력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비밀주의가 몸에 밴 가문이었다는 점이 크다. 사료가 될 만한 것은 상당량이 사후 소각되었다. 그러나 인물이 어떻 사람이엇는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둘째 가문의 사람들에게 의존한 점이 많고 그들과 인터뷰를 거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저자와 서술대상의 거리유지에 실패하고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긍정적으로만 묘사하고 있다. 물론 독실한 유대교도였던 가문사람들의 성향상 높은 도덕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자선사업을 벌였던 것이 위선은 아니었던 점에서 긍정적인 서술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사업이란 그리고 로스차일드 가문이 사업상 관여할 수 밖에 없었던 정치는 도덕의식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시 로스차일드가를 공격하는 비방이 많았던 것은 질시도 있었겠지만 근거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단지 비방과 질시로만 처리한다. 

800페이지를 읽는데 퇴근후 시간만 들여 3일만에 읽었다. 그러나 분량에 비해 건진 내용은 적다. 최상류층 가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 이외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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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은반짝 2009-07-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깔끔하면서도 핵심은 콕콕 찌르네요.
잘 읽었습니다^^
 
권리분석과 배당실무 - 실전부동산경매 大 특강
임형근 지음 / 세종문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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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는 오래이다. 마땅한 투자수단이 없었던 예전에도 그렇고 여러가지 금융상품이 접근가능한 지금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부동상경매는 재테크 수단으로 이상적이다. 시가보다 낮게 낙찰받아 되팔수 있으니 이보다 확실한 수단은 없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왠만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접근할수가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법적지식과 실제 거래경험이 없으면 싸게 살려다 덤터기를 쓰기 십상이다. 그래서 경매시장은 일부 전문가들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러란 법은 없다. 이책부터 시작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여러책을 보았지만 이책이 가장 잘 되어있었다. 저자의 오랜 실무경험에서 나온 감각과 사례가 충분하게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알아야 할 것이 잘 정리되어 있다. 작게는 수천 크게는 수십억의 수업료를 치루고 배우는 것보다는 이책부터 읽으면서 이론과 실무감각을 배우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경매시장에 뛰어든 후에도 계속 펴보는 지침서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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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 -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
투이아비 원작, 유혜자 옮김 / 동서고금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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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처음 본지도 20년이 가까워진다. 그 시간동안 여러번 이책을 읽었다. 사모아의 추장말마따나 지친 눈빛을 한 빠빠라기가 되었다고 느낄 때면 이 얇으나 두터운 지혜를 담은 책을 펴고 웃으며 다시 힘을 찾았다.  

이책의 저자인 사모아의 추장은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와 그가 본 황당한 문명을 다른 문명의 시각에서 서술한다. 그가 본 문명을 설명하는 언어는 당연히 그의 문명의 언어이다.  그의 글에서 구두는 쓸데없이 반짝이는 발껍질이 되고 아파트는 돌상자가 되고 동전은 둥근 쇠붙이가 된다. 그의 글에서 낯설어지는 것은 물건들만이 아니다. 노동, 근면, 부, 지식, 예절, 신앙 등 문명의 가치들 역시 낯설어지며 의문시된다.  

다른 문명의 눈에 보인 다른 문명은 이해될 수 없는 것이고 추장 역시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 혐오한다. 그를 통해 우리를 보면 내가 왜 그런 것에 매달리며 아옹다옹하고 있는가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힘이 난다. 물론 내일이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밖에 없지만 그런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책은 충분한 이상으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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