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읽는 전국책 1 - 술책편
조성기 지음 / 동아일보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이책은 전국책을 저본으로 사기와 논어, 열자, 관자, 순자, 한비자 등 전국시대를 다룬 역사서와 당시의 제자백가들의 저작을 취합하여 전국시대를 설화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전국책 자체는 읽기는 쉽지만 당시 한문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소략한 서술방식을 취한다. 이런 식이다. 

중국 전국시대, 齊(제)나라에 많은 군사를 파병한 燕(연)나라에 기근이 들자 이를 틈타 이웃 趙(조)나라 惠王(혜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연나라를 침략할 준비를 서둘렀다. 그래서 연나라 昭王(소왕)은 그간 연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해 온 蘇代(소대)에게 조나라 혜왕을 설득해 주도록 부탁했다. 그리하여 소대는 조나라에 도착해 혜왕을 만나 설득하길 다음과 같이 하였다.

"제가 오늘 易水(역수:연과 조와 국경을 이루는 강)를 지나오다가 보니, 조개가 바야흐로 햇볕을 쬐러 나왔다가 도요새가 그 조갯살을 쪼으니 조개는 입을 다물어 도요새의 부리를 물었습니다.

도요새가 말하길, 오늘도 비가오지 아니하고 내일도 비가오지 아니하면 곧 죽은 조개가 될 것이다. 하니

조개가 또한 도요새에게 일러 말하길, 오늘도 나오지 아니하고 내일도 나오지 아니한다면 곧 죽은 도요새가 될 것이다. 하면서 조개와 도요새가 서로 놓아주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어부가 둘 다 사로 잡았습니다.

지금 조나라가 장차 연나라를 치려한다면 연나라와 조나라는 오랫동안 서로 버티어 백성들이 피폐해지게 될 것이니 저는 강한 秦(진)나라가 어부가 될까 두렵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원컨대 왕께서는 깊이 생각하시어 결정하시길 바랍니다."고 하니,

조나라 혜왕이 말하길, 과연 옳은 말이로다. 하고 이에 연나라 침공 계획을 중지하였다. 
 

 어부지리란 고사의 출전이다. 그러나 조성기씨는 여기에 살을 덧붙인다. 당시 제나라와 조나라 연나라의 전체적인 정세와 등장인물에 대한 약력등을 소설적 상상력을 붙여 더 자세한 서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전국7웅으로 나뉘어 간략한 단편으로 편찬된 편제를 한위조 3진이 나뉜 전국시대의 시작부터 진의 통일까지의 편년체 양식으로 전국시대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사기를 참조해 당시의 시대상과 사건을 더 자세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성기의 전국책은 재미있다. 위의 어부지리의 고사를 예로 들자면 단지 간언의 아이디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배경을 왕과 신하의 개인적인 동기까지 상상하고 그들의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그려내 그런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당시 정세에서 그런 아이디어가 어떤 의미가 있었지는까지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전국책 한 권만이 아니라 13경과 제자백가들의 저작에서 자유롭게 인용되는 전거들로 깊이를 한층 더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시대라면 떠올리게 되는 제자백가들도 다루고 있어 당시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게 할 뿐아니라 왜 그런 사상들이 당시에 태어나게 되었는가를 시대적 배경에 기반하여 소설적 상상력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열국지를 떠올리게 하는 역작이다.  

1권은 한위조 3진의 분립으로 시작된 전국시대 초기부터 전국말기의 시작인 합종연횡의 시작까지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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