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라기 -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
투이아비 원작, 유혜자 옮김 / 동서고금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이책을 처음 본지도 20년이 가까워진다. 그 시간동안 여러번 이책을 읽었다. 사모아의 추장말마따나 지친 눈빛을 한 빠빠라기가 되었다고 느낄 때면 이 얇으나 두터운 지혜를 담은 책을 펴고 웃으며 다시 힘을 찾았다.  

이책의 저자인 사모아의 추장은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와 그가 본 황당한 문명을 다른 문명의 시각에서 서술한다. 그가 본 문명을 설명하는 언어는 당연히 그의 문명의 언어이다.  그의 글에서 구두는 쓸데없이 반짝이는 발껍질이 되고 아파트는 돌상자가 되고 동전은 둥근 쇠붙이가 된다. 그의 글에서 낯설어지는 것은 물건들만이 아니다. 노동, 근면, 부, 지식, 예절, 신앙 등 문명의 가치들 역시 낯설어지며 의문시된다.  

다른 문명의 눈에 보인 다른 문명은 이해될 수 없는 것이고 추장 역시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 혐오한다. 그를 통해 우리를 보면 내가 왜 그런 것에 매달리며 아옹다옹하고 있는가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힘이 난다. 물론 내일이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밖에 없지만 그런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책은 충분한 이상으로 가치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