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Beach House - Teen Dream (2LP+DVD)
Beach House / Sub Pop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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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북미팝의 흐름 중 하나는 드림팝의 부활이다. 80년대 콕튜 트윈이 선봉을 서면서 등장한 드림팝이란 장르는 미국에선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선 사운드스케이프를 중시하는 드림팝의 기법은 따라부를 수 있는 가사를 중시하는 주류팝의 소비자에겐 그다지 매력이 없다. 가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은 드림팝의 선구인 콕튜 트윈의 경우 아무 의미없는 단어를 만들어 가사에 나열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그러한 사운드스케이프는 집중해 들을 것을 요구한다. 그냥 딴일하면서 배경음악으로 즐기는 대다수 소비자의 청취태도에는 맞지 않는 요구이다. 더군다나 워크맨 또는 아이팝에 이어폰이나 꼽아 듣는 열악한 장비에서 드림팝의 사운드는 노이즈에 불과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수많은 드림팝을 선택한 아티스트들이 인디에 머물러야 했고 평단과 매니아의 격찬을 받으면서 사라져야 했다. 그런 좋은 예가 Trespassers Williams이다. 설득력있는 수준높은 음악을 선보였고 그에 걸맞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상업적 실패를 이기지 못하고 10년이 넘도록 겨우 앨범 3장을 내고 사실상 해체 상태이다.

 

Trespassers Williams 정도의 음악이 살아남을 수 없다면 드림팝이란 장르의 음악은 미국에선 발붙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2008년을 전후해 이변이 일어난다. 일군의 드림팝 밴드들이 평단의 격찬을 넘어 상업적으로도 성공한다. 이 리뷰에서 다루는 비치 하우스가 그중의 하나이다.

 

드림팝의 원동력은 안티락이다. 70년대 이후 사실상 음악운동으로서 락의 창조성이 남아있는가 의문이 제기되었고 드림팝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이었다.

 

락이 무엇인가는 애매하게 되었다. 워낙 많은 분파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락의 사운드가, 대표적인 이미지로서의 사운드가 무엇인가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전자기타의 리프이다. 대중음악의 장르가 다 그렇듯이 락도 10대들의 댄스음악으로 시작했지 감상용의 고급음악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락의 상징은 그런 시작을 반영하듯 춤의 리듬을 만드는 기타 리프이다. 그런 이미지는 지금도 락의 소비자들에게 유효하고 그런 소비패턴은 락의 창조성이 고갈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드림팝은 그런 락의 화석화에 저항하는 흐름의 하나였다.

 

드림팝의 사운드를 규정하는 것은 리듬이 아닌 사운드스케이프의 텍스쳐이며 그 텍스쳐가 만드는 무드이다. 귀로 스치는 소리에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사운드가 아니라 앉아서 차분하게 사운드를 찬찬히 뜯어보며 들어야 하는 감상용 음악이란 말이다. 클래식이 그렇듯 음악적 논리에 따라 사운드의 벽돌을 쌓아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운드의 음역을 넓히려는경향이 있고 멜로디라인의 음역을 높게 잡을 수록 그 음역은 넓어진다. 남성들이 장악한 락판과 달리 드림팝에선 자연스럽게 여성보컬이 줄류가 된다.

 

그렇기에 드림팝은 모든 면에서 락과는 다른 길을 가려는 음악가에게 선택받는 장르가 되었다. 비치 하우스의 음악 역시 주류팝/락과는 대척점에 자리한다.

 

우선 이들의 음악에선 보컬이 탈중심화된다. 감상용 팝의 경우 보컬이 중심이 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청자와 보컬의 감정적 동일시를 위해서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 자신을 일치시키듯이 팝의 문법은 보컬이 표현하는 감정이 청자의 감정에 일치되도록 하는 것이다. 팝에서 보컬이 모든 인기를 차지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비치 하우스는 그런 문법을 깬다. 고전이 된 콕튜 트윈의 Treaure에서 사운드스케이프의 중심엔 보컬이 아닌 드럼이 놓인다. 보컬은 그 드럼 주위를 부유하는 유령이다. 더군다나 그 보컬이 부르는 가사도 별 의미가 없다. 비치 하우스는 데뷔 앨범에서 그런 기법을 따른다.

 

3번째 앨범인 Teen Dream에서는 그런 기법을 따르지는 않는다. 보컬은 무대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그 위치는 어딘가 핀트가 맞지 않게 뒤로 또는 옆으로 샌다.

 

보컬의 위치만 아니다. 보컬의 감정표현 역시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감정을 일치할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 무기질의 보컬이라 할까.

 

보컬의 위치와 감정은 보컬을 하나의 악기로 만든다. 그것도 주악기라기 보다 다른 악기와 공존하는. 이러한 장치의 목적은 콕튜 트윈과 같다. 보컬이 아니라 음악 전체가 그리는 사운드스케이프를 듣도록, 음악의 한 곳에 포커스를 줌인하는 것이 아니라 줌 아웃하여 사운드 전체를 보도록, 브레히트 식으로 말하자면 distanciating(거리두기)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의 사운드는 앞에서 말했듯 새롭다고 하기는 힘들다. 단지 장르의 논리를 충실히, 타협없이 따를 뿐이다. 그러나 그 비타협 자체가, 그리고 그 비타협으로 만들어진 사운드 자체가 이들의 음악에서 훌륭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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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ly Sweet - We Are One
켈리 스위트 (Kelly Sweet) 노래 / 씨앤엘뮤직 (C&L)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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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스위트란 가수를 알게된 것은 Best Audiophile Voices란 컴필레이션에서다. 10여년 동안 매년 발행되어온 이 시리즈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미성의, 가창력이 뛰어난 여성보컬이 선정된다. 여성 보컬로서 이 시리즈에 등장한다는 것은 명예라 할 수 있겠다.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한 첫번째 곡부터 그 명예는 허명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Best Audiophile Voices에 편집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가창력은 검증되었다는 말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음역이 넓다는 점이다. 팝에선 그리 흔하지 않은 제대로된 소프라노이며 제대로 다져진 기본기가 눈에 띈다.

 

기술적 능력만 아니다. 위키에 보면 아직 24, 앨범 녹음 당시 2007년엔 이제 20살 정도 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감정표현이 능숙하며 감정의 완급을 조절하는 타이밍이 뛰어나다. 오랜만에 발견한 제대로 된 가수.

 

그러나 이 앨범에 점수를 어떻게 줄 것인지 난감하다. 가수 자체로 보자면 별 다섯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그러나 앨범의 구성이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싱어송라이터들을 좋아하는데 분명한 개성이 있고 자신의 세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있다. 그리고 그런 일관성은 하나의 앨범을 통으로 들을 수 있게 하는 일관성과 수준의 일정함을 만든다.

 

그러나 켈리 스위트는 자신이 자신이 부를 곡을 쓰지 않는다. 이 앨범은 남의 곡을 부르는 가수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이다.

 

우선 앨범의 긴장감이 뒤로 갈수록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곡에 의존하기 때문에 앨범이 하나의 단위로서 그리는 세계를 컨트롤할 통제력이 가수에게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물론 가수의 수준이 그런 통제 자체를 못할 정도인 경우가 잇지만 켈리 스위트의 경우를 보자면 그런 능력의 문제는 아니라 보인다.

 

물론 프로듀서가 그런 통제력을 발휘한다면 문제가 다르지만 이 앨범은 그런 통제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통제력의 부재는 편곡에서도 드러난다.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

 

클래식의 장점은 절제에 있다. 음 하나 하나가 모두 의미가 있고 쓸데없는 중복이 없으며 장식을 기피한다. 그러나 팝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이것은 그 음악에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북미 싱어송라이터 전통에선 그런 과잉의 문제가 덜한데 통제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음반의 경우 왜 들어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를 여분이 뒤로 갈수록 많아진다. 얼핏 듣기에는 즐거운 음으로 들리지만 음반을 여러 번 듣다보면 질리게 만드는 과잉이다. 이런 문제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음반을 만들 때 사정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우선 띄워놓고 보자는 계산에서 그렇게 만들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실력의 가수가 자신의 이름으로 나오는 앨범에 그런 문제들이 나타나도록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며 이 앨범의 제작에 통제권의 문제가 있었다고 짐작하는 이유이다. 위키에는 다음 앨범이 2012년에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5년의 공백이다. 긴 공백의 이유가 아마도 데뷔 앨범의 문제들이 나타난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다음 앨범에선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싶다. 앞으로 계속 들을 가치가 충분한 가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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