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면경 - 조조의 얼굴철학에서 배우는 처세의 법칙
사마열인 지음, 홍윤기 옮김 / 넥서스BOOKS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책의 제목인 면경이란 말은 체면에 관한 경서란 말이다. 면경이란 말 앞에는 조조의 란 말이 있지만 물론 이런 책을 조조가 쓰지는 않았다. 조조의 저술로는 시 십수편과 손자병법에 관한 주석이 남아 있고 그가 쓴 수많은 공문서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의 수많은 저술들이 유실되어 전하지 않지만 그 중에도 면경이란 저술은 없었다. 즉 이책은 사마열인이란 사람의 창작물로 조조가 어떻게 처세했는가를 기술하는 책이다.

그러면 제목의 면경이란 말에서 면 즉 우리말로는 체면 중국어로는 면자란 말은 무엇인가? 체면이란 말은 우리말에서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이책에서 제목으로 붙인 면자란 말의 뉘앙스는 나쁘지 않다. 이책에서 쓰는 면자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란 중국 사대부들의 처세관과 맞아 떨어진다.

사람이 체면을 세우려면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어떤 인정을 받는다는 말인가? 여기서 한국어의 체면과 중국의 전통 개념으로서 면자가 부정적이 되고 긍정적이 되는 갈림길이 나뉜다.

이책에서 말하는 체면이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는 것이다. 문벌귀족이 아닌 고위환관의 양자를 아버지로 둔 조조이지만 어쟀든 그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천하 즉 당시 한나라로 보았다. 즉 천하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이책은 조조를 보면서 조조가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되어 갔는가를 이책은 조조의 일화들에서 하나 하나 교훈을 얻는 형식으로 책이 구성된다.

언뜻 이책의 목차만 보면 정말 대단한 책처럼 보인다. 처세의 모든 것을 조조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상당부분은 실제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이책을 읽고 나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런 교훈들보다 조조에 대한 이미지 즉 조조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이미지를 얻는 것이 더 크다.

이책의 각 절의 내용은 조조를 통해 처세의 원칙을 배운다는 측면도 있지만 조조를 바로 안다는 측면이 더 강한 것이다. 아마도 조조에 대해 이 정도 분량으로 쓰인 책도 없지 싶다. 그러면 그 분량만큼 이책을 읽으면서  조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는가가 이책을 읽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책은 조조가 쓴 손자병법의 주석서는 물론 그의 시들과 그리고 중요한 공문서들을 광범위하게 인용하고 있고 당시 그가 살던 시기를 언급하고 잇는 수많은 역사서를 거의 다 동원하고 있다. 물론 대중적인 삼국지연의도 상당한 양이 인용된다. 아마 조조에 관해 이만큼 많은 문헌을 동원한 책도 드물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책에서 조조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저자는 단순히 문헌을 파고 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문헌들을 동원해 대범하면서 쪼잔했고 호탕하고 덕이 있으면서 잔인하고 교활하며 간사했던 조조의 모순된 모습을 그리면서 조조의 내면을 이해하고 평가하고 있다.

평가

삼국지연의가 왜곡한 조조의 이미지를 바로 세우려는, 조조에 대한 재평가는 이책뿐만이 아니다. 그러면 그 많은 재평가에서 이책의 의미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조조에 대한 재평가로서 이중톈의 삼국지 강의 보다 이책이 더 뛰어난 것같지는 않다. 사실 이중톈과 이책의 저자가 내리는 조조에 대한 평가는 그리 차이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동원한 자료도 기본적으로 양의 문제이지 범위는 차이가 없다.

게다가 이중톈의 경우는 직업 역사가로서 단지 사료에 의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료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하면서 조조의 진실을 재구성해내려고 하고 있는데 비해 이책의 저자는 그런 수준까지는 가지 않고 있으며 이중톈이 입체적으로 조조의 모순된 성격을 그리면서도 일관된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는데 반해 이책에선 조조에 대한 입체성만 나열되고 있고 그 다중성을 한데 모아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내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이중톈이 그린 이미지와 이책이 그리는 조조의 모습이 다르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책의 구성 때문에 난삽하게 여기 저기 흩어져 잇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반복적으로 이절에 언급된 사건이 다른 절에 또 언급이 되는 문제도 있다.

그렇다면 이책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중톈의 삼국지강의와 같은 조조에 대한 좋은 책을 읽고 난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책의 압도적인 분량은 어떤 책도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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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수 2023-03-1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