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차일드 - 유대최강상술
데릭 윌슨 지음, 이희영 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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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책은 홉스봅의 말을 빌리자면 '혁명의 시대'에 태어나 '자본의 시대'에 권력과 부의 제국을 세우고 '제국의 시대'와 함께 사그라져간 금융가문의 이야기이다. 

로스차일드가는 18세기말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게토의 허름한 잡화상에서 시작해 프랑크푸르트와 빈, 파리, 런던의 금융업을 지배하면서 19세기 세계의 중심이엇던 유럽을 지배한 금융가문의 역사를 쓰고 있다. 

로스차일드에 관한 책을 주문했을 때 기대한 것은 당시 어떻게 로스차일드가문이 금융업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19세기 금융업이 자본주의를 지배하게 된 과정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에서 그러한 경제사 또는 가문의 경영사는 배경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책이 다루는 것은 천하디 천한 유대인 가문이 명문거족으로 부상하면서 세대간의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가문의식이 어떻게 생기고 가족구성원들을 구속했는가와 같은 가족사이다.  

일본 속담에 입맛은 부자 3대가 가야 얻어진다고 한다. 상스럽다는 말까지 들었던 1세대와 2세대의 창업세대는 교육을 받지 못했고 성공이란 목표를 쫓아 모든 것을 걸었던 세대이다. 그러나 그 후의 세대들은 부유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으면서 안목을 키우고 취향을 타고났다. 그들에겐 창업세대와 같은 성공을 향한 열정은 없었다. 이미 그들이 태어났을 때 그들은 세계최고의 부와 권력을 당연한 것으로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은행업이란 사업은 의무였고 지배층으로서 누리는 것을 갚아야 하는 의무엿다. 그들에게 은행이란 사업은 가문과 그들의 가문이 중심으로 있는 나라를 위한 의무로 받아들여진다.  

가문의 이름을 명예롭게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받아들이는 자손과 그런 것에 관심이 없이 주어진 것을 누리며 살고 싶어하는 자손으로 나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의무의 중압감에 눌려 삐뚤어져가는 자손들... 

이책은 명문가가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이어지며 그 가문의 자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다룬다. 

그러나 문제는 첫째 200년이 넘는 긴 시간을 다루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성실했다. 천재엿다는 형용사가 주어진다면 그 근거가 되는 구체적 사실의 지지없이 그냥 선언되는 서술이 많다. 로스차일드가문이 금융업자답게 입이 무거웠고 권력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비밀주의가 몸에 밴 가문이었다는 점이 크다. 사료가 될 만한 것은 상당량이 사후 소각되었다. 그러나 인물이 어떻 사람이엇는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둘째 가문의 사람들에게 의존한 점이 많고 그들과 인터뷰를 거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저자와 서술대상의 거리유지에 실패하고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긍정적으로만 묘사하고 있다. 물론 독실한 유대교도였던 가문사람들의 성향상 높은 도덕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자선사업을 벌였던 것이 위선은 아니었던 점에서 긍정적인 서술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사업이란 그리고 로스차일드 가문이 사업상 관여할 수 밖에 없었던 정치는 도덕의식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시 로스차일드가를 공격하는 비방이 많았던 것은 질시도 있었겠지만 근거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단지 비방과 질시로만 처리한다. 

800페이지를 읽는데 퇴근후 시간만 들여 3일만에 읽었다. 그러나 분량에 비해 건진 내용은 적다. 최상류층 가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 이외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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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은반짝 2009-07-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깔끔하면서도 핵심은 콕콕 찌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