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또 만나자 과학은 내친구 13
히로노 다카코 그림, 사토우치 아이 글, 고광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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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가 놀라운 점은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아니, 이야기가 없는 것이 어떻게 동화가 되냐고 반문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이야기가 전혀 없음에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동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지나치게 일상적이다.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막스, 반전 따위는 없다. 왜냐하면 이 동화가 전해주는 이야기라는 게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비오는 날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마치 비오는 날에 쓴 그림일기 처럼 이 동화의 내용은 조용하고 일상적이며, 좀 심하게 얘기하면 시시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이 동화가 담고 있는 풍경과 소리가 계속해서 머리 속에 남는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를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은 디테일을 묘사하는 작가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 비록 이 동화가 담고 있는 것이 일본의 어느 시골집 풍경이긴 하지만 비오는 날 볼 수 있는 동물과 식물 그리고 사물의 모습을 비오는 날 밖에 나온 꼬마의 시선에서 보여준 작가의 섬세함이 감동적이다.  

비오는 날을 이렇게 감동적으로 그렸다면 다른 평범한 날들도 재미있게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작가들의 다른 날들에 동화가 더 있는지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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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클래식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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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만에 읽는 카프카의 소설이다. 이 소설을 고른 이유 중에 하나는 펭귄클래식의 책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이기도 하다. 카프카는 유명도에 비해서 잘 읽히지 않는 작가 중에 하나이다. 잘 안 읽게 되는 이유야 여러가지지만 그 중에 하나는 미완성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미완성 작품이라 망설이다가 고르게 되었는데 다 읽고 난 느낌은 역시나이다. 역시나 어렵고 지루하다. 몇가지 단점 부터 얘기해보면 이 소설이 시작되면서 끝날 때까지 사건의 진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 K가 성의 토지 측량사로 불려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이 문제의 진전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은 성 주위를 맴돌며 성과 성의 주인에게 접근하려고 시도 하지만 실패한다. 이야기는 계속 겉돌고 똑같은 얘기들이 계속 해서 반복된다. 이 소설을 읽기 힘든 가장 큰이유이다.  

하지만 몇가지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도 있다. 하나는 성과 마을 사람들의 관계 설정, 아무도 성의 주인을 제대로 본 사람은 없고 '소문'과 '추측'만으로 이루어진 성의 주인에 대한 모습만이 존재한다는 점과 성을 향해서 가지만 그 길이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도록 만들어졌다는 설정은 꽤 재미있는 설정이다.  

<성>을 재미있게 읽는데는 실패했지만 <심판(또는 소송)>을 한 번 더 읽어볼 계획이다. 물론 또 괴로워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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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실로의 여행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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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게된 두편의 폴오스터의 소설은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주인공인 듯 싶다. 시기적으로는 이 소설이 <어둠 속의 남자> 보다 먼저 나왔는데 실제로는 나중에 읽게 되었다. <어둠 속의 남자>와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두번째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 어쩌면 소설을 쓰는 일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이다. 세번째는 미연방의 미래와 관련된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소설 자체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몇가지 고무적인 것은 어둠 속의 남자가 이 소설에 비해서는 좀 더 정리되어 있고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다음에 나올 소설은 좀더 이해하기 쉬운 소설일것이라 짐작해 본다. 또하나는 이야기 속에 삽입된 미연방 붕괴의 이야기가 좀더 다듬어지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아마도 다음 번엔 미연방의 붕괴와 관련된 SF소설 같은 것을 쓰지 않을까 싶다.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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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Mr. Know 세계문학 46 Mr. Know 세계문학 46
루이스 캐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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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동화와는 다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정도일 듯 싶다. 첫번째는 이 루이스 캐럴이 소녀들을 위해서 썼다고 하는 이 동화가 기존의 동화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권선징악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고 교훈이나 메시지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 동화가 다루고 있는 것은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앨리스'라는 '소녀'가 겪은 '이상한 나라'에 관한 것이다. 이 동화가 다루고 있는 것은 루이스가 평생토록 관심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그는 수학선생이었고, 말을 더듬었기 때문에 그리 좋은 선생은 아니었다고 한다, 소녀의 모습을 담는 사진사였다. 그가 가장 관심있었던 것은 소녀들이었고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녀들이 관심을 갖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루이스 시대의 소녀들이 이런 이상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한계는 그정도 까지인 것 같다.  

두번째는 이 이야기가 갖는 재미가 영어식 말장난에서 오는 재미이고, '이상한'나라와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방식도 영어식 말장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서는 이러한 영어식 말장난을 일일이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물론 역자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리라, 한국인 독자인 내가 이러한 재미를 느끼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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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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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을 읽기 전까지 폴오스터란 작가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을 있는 것처럼 쓰는 작가였다. 공중 부양술을 배우는 월트나 교수에서 테러리스트로 변하는 <거대한 괴물> 속 주인공이나 <우연의 음악> 속에 등장하는 자신의 모든 인생을 도박에 건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믿을 수 없지만 그의 소설 속에서는 늘 이해되고 인정되었다. 우연과 개연이 모호해지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도 모호하다.  

<환상의 책> 이후의 소설들을, <신탁의 밤>이나 <브룩클린 풍자극>같은 소설이 여기에 속한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여기에 이런 뜻이 있었어?'이다. 이야기 자체는 평범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부묘사와 인물묘사, 전개가 평범한 이야기에 비범한 의미를 부여한다. 아마도 이런 풍 소설의 결정판이 <브룩클린 풍자극>이 아닌가 싶다. 

근데 이 소설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뭔가 또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만들고 죽이고 평가하고 나열한다. 브릴이 만든 이야기와 브릴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 브릭이 갖고 있는 이야기와 브릴의 가족들의 이야기와 브릴 자신의 이야기들이 서로 얼키고 설킨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간섭하기도 하면서 이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단연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절대 찬성이지만 여전히  2% 부족하고 산만하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게 만드는 배려가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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