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환상의 책>을 읽기 전까지 폴오스터란 작가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을 있는 것처럼 쓰는 작가였다. 공중 부양술을 배우는 월트나 교수에서 테러리스트로 변하는 <거대한 괴물> 속 주인공이나 <우연의 음악> 속에 등장하는 자신의 모든 인생을 도박에 건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믿을 수 없지만 그의 소설 속에서는 늘 이해되고 인정되었다. 우연과 개연이 모호해지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도 모호하다.  

<환상의 책> 이후의 소설들을, <신탁의 밤>이나 <브룩클린 풍자극>같은 소설이 여기에 속한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여기에 이런 뜻이 있었어?'이다. 이야기 자체는 평범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부묘사와 인물묘사, 전개가 평범한 이야기에 비범한 의미를 부여한다. 아마도 이런 풍 소설의 결정판이 <브룩클린 풍자극>이 아닌가 싶다. 

근데 이 소설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뭔가 또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만들고 죽이고 평가하고 나열한다. 브릴이 만든 이야기와 브릴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 브릭이 갖고 있는 이야기와 브릴의 가족들의 이야기와 브릴 자신의 이야기들이 서로 얼키고 설킨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간섭하기도 하면서 이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단연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절대 찬성이지만 여전히  2% 부족하고 산만하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게 만드는 배려가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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