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또 만나자 과학은 내친구 13
히로노 다카코 그림, 사토우치 아이 글, 고광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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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가 놀라운 점은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아니, 이야기가 없는 것이 어떻게 동화가 되냐고 반문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이야기가 전혀 없음에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동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지나치게 일상적이다.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막스, 반전 따위는 없다. 왜냐하면 이 동화가 전해주는 이야기라는 게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비오는 날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마치 비오는 날에 쓴 그림일기 처럼 이 동화의 내용은 조용하고 일상적이며, 좀 심하게 얘기하면 시시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이 동화가 담고 있는 풍경과 소리가 계속해서 머리 속에 남는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를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은 디테일을 묘사하는 작가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 비록 이 동화가 담고 있는 것이 일본의 어느 시골집 풍경이긴 하지만 비오는 날 볼 수 있는 동물과 식물 그리고 사물의 모습을 비오는 날 밖에 나온 꼬마의 시선에서 보여준 작가의 섬세함이 감동적이다.  

비오는 날을 이렇게 감동적으로 그렸다면 다른 평범한 날들도 재미있게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작가들의 다른 날들에 동화가 더 있는지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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